SK브로드밴드 서비스 기사의 파업
SK브로드밴드 서비스 기사의 파업
  • 이성관
  • 승인 2015.01.05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조가 생기기 전에는 가족, 생긴 후에는 잡상인”
[한국뉴스투데이 이성관 기자]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강학주 감사 외 6인(2014. 12. 30)

“SK브로드밴드 경력기사 모집 [근무시간] 08:00~22:00(14시간) [급여조건] 2,180,000원 ※차량 지원 없고, 자차 필수 [복지혜택] ※필독 4대보험, 통신요금, 유류비, 자재비, 식대 모든 비용 본인부담/근무 중 상해 시 퇴사”

을지로에 있는 SK 본사빌딩 앞에는 이런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는 총파업 투쟁을 벌이고 있는 SK브로드밴드의 서비스 기사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요약해서 적어놓은 현수막이다. 이런 모집광고가 있다면 당신은 이 회사에서 일할 수 있겠는가 하고 보는 사람에게 묻게 하는 장치이다. 현수막에 적어놓은 사실만으로도 총파업의 이유가 분명한 듯 하다. 이미 11월 20일 총파업을 결의한 이후로 50일이 넘게 경과한 지금, 파업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어 보았다.

sk 본사 건물 앞에 펼친 현수막

파업과정을 설명해 주세요.

올해 3월 30일 노동조합을 설립해서 지난 5월 달부터 각 지역의 서비스 센터별 교섭을 실시를 했습니다. 그리고 10월 2일에 파업재기권을 획득하고, 11월 20일 총파업에 돌입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19차에 걸친 협의 과정이 있었고, 현재까지 사측은 전혀 노측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파업을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저희는 1년 주기로 계약을 갱신해야 비정규직보다도 못한 처지이죠. 그나마 내일이라도 센터(지역의 서비스 센터)장이 나가라고 하면 길거리로 나 앉게 됩니다. 고용불안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리고 다음은 처우의 문제입니다. 기사들은 밤이든 새벽이든 A/S가 있으면 방문해서 점검을 해야 합니다. 정기적 휴가가 없다보니 늘 개인 생활이 없는 상태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휴일 근무도 거의 매일이고, 토요일은 평일과 마찬가지로 일을 합니다. 야근 수당과 같은 추가근무수당도 전혀 없이 일년 내내 살아갑니다.

그러면서 저희가 한 달에 받는 돈은 218만원입니다. 이 월급으로 4대 보험료도 개인이 내야하고, 업무로 인한 출장이라 하더라도 자차를 몰고 나가야 하며, 그 차의 유지비용도 전부 개인이 부담합니다. 게다가 경력이 10년, 20년 된 분들도 전혀 퇴직금이 없습니다. 실질적으로 저희가 받는 월급은 150만원 이하입니다. 그것으로 자식도 키우면서 생활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죠. 이런 문제들을 개선하지 않으면서 인간을 생각하는 경영을 한다는 SK측의 말은 분명히 모순이 심합니다.

파업을 이어가는 동안에도 SK가 서비스를 중지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대체인력을 쓰고 있는 것인가요? 그것은 불법으로 알고 있는데요.

여기에 대해서는 편법을 씁니다. 원청과 하청이 있는데 관리와 급여를 하청에서 다 하면서 이름만 원청에 올려놓는 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SK브로드밴드는 네 단계로 나누어 원ㆍ하청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지역에 있는 하청에는 센터장이 있고, 센터위에는 원청이 있고, SK브로드밴드가 있고, 본사가 있는 것이죠. 저희는 4명의 사장을 모시고 있는 셈입니다. 여기서 하청에 고용된 저희 대신에 원청에서 대체 인력을 뽑고 그들을 하청으로 내려보내는 것이죠. 그들이 받는 급여가 저희가 요구하는 요금의 두 배 이상입니다.

-중략-

일인시위하는 파업 노동자

해당 업무에 따라 다른 피해가 있을 것 같은데...

네, 개통하는 팀과 A/S로 나뉩니다. 기본적으로 고충을 겪고 있는 상황은 비슷하지만 개통에 대해서는 개통 건수에 따라 기본급이 없이 성과급처럼 급여가 지급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거기다가 정규직 직원과 같이 고객의 불만 사항이 접수되는 부분에 있어서는 똑같이 취급합니다. 그 차감 기준도 황당한 경우가 많습니다.

권리는 주지 않으면서 책임은 똑같이 지게 한다는 것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그런 부분은 A/S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출장이 잦은데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자제나 비용이 전혀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리모콘을 교체하는데도 개인이 모두 지불해야 합니다. 심지어는 리모콘의 작동이 괜찮은 경우 그냥 닦아서 다시 드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올바른 서비스가 전해지지 않는 것이지만 불가항력인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당일 장애 처리율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맞추려고 고객분의 집안에 불이 켜지는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9시 넘어서 지나가다 들렀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고객님이 이틀 후에 와달라고 부탁을 해서 그날 처리를 안 해도 기사의 평가점수가 내려갑니다. 고장이 기술적인 문제인지, 고객님의 과실인지를 따지지 않고 고장이 나면 A/S 기사의 책임이 됩니다.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죠.

이러한 문제들을 개선하기위해서는 노동조합의 설립이 불가피 했을 것 같은데 조합을 설립하기전과 후 회사의 태도는 어떻게 달라졌나요?

조합이 설립되기 전에는 하청 직원들도 한 식구라고 하면서, 포상이나 성과급 지급도 원ㆍ하청 구분 없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조합을 만들고 교섭에 나서자마자 “당신들은 우리 회사 사람 아니다.”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심지어는 잡상인이라고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마치 개인 사업자인 것처럼 취급해왔고, 노조설립 이후에는 그것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이죠.

노조의 파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희는 SK브로드밴드 가입된 고객님들에게 진정한 서비스를 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저희의 고용안정과 생활의 안정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들의 편익이 곧 여러분의 편익이 될 겁니다. 단지 개인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Copyrights ⓒ 한국뉴스투데이(www.koreanewstoday.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성관 busylife12@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