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광석 우리은행장 블라인드 소송 전말
권광석 우리은행장 블라인드 소송 전말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1.05.12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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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앱에 올라온 사진 속 남성은 누구?
권 행장, 우리은행 법인...익명 게시자 고소해

[한국뉴스투데이]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자신의 사생활을 블라인드 앱을 통해 비방한 작성자를 고소하고 나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권 행장은 자신의 얼굴 사진을 도용해 합성, 비방함으로써 명예를 실추했다며 남대문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와 더불어 우리은행 측도 법인을 통해 별도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은행 측에서는 행장의 명예뿐 아니라 우리은행의 이미지에도 심각한 명예훼손을 한 것으로 판단, 같이 소송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권광석 우리은행장과 은행 측이 제기한 소송의 내막을 들여다 봤다. <편집자 주> 

사진 한 장이 불러온 파장

지난 4월 29일 선데이저널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16일 우리은행 블라인드앱에는 ‘우리가 믿고 따랐던 우두머리의 민낯이고 본모습입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속에는 권 행장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여성을 껴안고 입을 맞추는 모습이 담겼다. 

익명의 작성자는 “직원들에게는 바른생활과 정도를 핏줄 서리게 강조하면서 뒤에서는 어린 여자를 끼고 술판을 벌이고 낯 뜨거운 스킨십도 서슴치 않는다”며 “앞에서는 위기니 모두 영업에 매진하라 외치면서 뒤에서는 딸 뻘도 안된 여자를 끌어안고...과연 저 장소는 어디며 품에 안겨 놀아나는 여성은 누구인지”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수많은 직원들의 피와 땀이 하루 밤 술값으로 쓰리고 저런 인간들 목구멍으로 흘러 넘어간다”면서 “비서나 참모급 그릇이 고등학교 동창의 힘을 빌려 그 자리에 앉아 있다. 위기에 여자와 술에 취해있는 이 분을 그냥 보고 있어야 합니까”라고 말했다.

사진 한 장의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우리은행은 사진이 올라온 하루 위인 2월 17일 남대문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인은 권 행장과 우리은행이다. 권 행장은 자신의 얼굴 사진을 도용해 합성하고 비방해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우리은행은 행장의 명예뿐 아니라 우리은행의 이미지도 실추됐다는 점을 고소 이유로 밝혔다. 피고소인은 게시글을 쓴 익명의 작성자다.

권 행장과 우리은행의 고발에도 불구하고 열흘 뒤인 2월 26일 동일한 사진이 다시 블라인드 앱에 올라왔다. 이에 권 행장과 우리은행은 익명의 작성자를 업무방해로 추가 고소했다. 당시 우리은행은 후임은행장선임절차가 한창이던 민감한 시기로 우리은행은 게시글과 사진이 권 행장을 음해하고 연임이 되지 못하게 하려는 시도로 의심된다고 고소장에 적었다. 

이에 블라인드 앱의 특성상 내부 직원만 접근이 가능한 점을 미뤄볼 때 내부 불만이 표출됐다는 지적과 함께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한 우리은행에서 예전부터 제기된 계파갈등이 수면위로 드러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은 “은행 간 합병이 이뤄진지 20년이 넘었다”면서 “일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내부 계파 갈등을 없다”고 일축했다.

낙하산 논란으로 연임까지 간 권 행장

일각에서는 권 행장의 낙하산 논란으로 불거진 내부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권 행장은 울산 학성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건국대학교 산업공학과와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1988년 상업은행에 입사해 합병 이후 우리은행 미국 워싱턴지점 영업본부장, 무역센터금융센터장, 우리금융지주 홍보실장, 우리은행 대외협력단장 등을 거친 권 행장은 2018년 우리금융지주 자회사인 우리프라이빗에퀴티자산운융 대표와 2019년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를 거쳐 2020년 우리은행장으로 선임됐다. 

권 행장의 낙하산 논란은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금융감독원 2인자인 김우찬 금감원 감사와 권 행장이 울산 학성고 동문이라는 점에서 시작됐다. 이에 우리금융지주 자회사인 우리프라이빗에퀴티자산운융 대표를 그만두고 우리금융을 떠난 권 행장이 갑작스레 우리은행장으로 선임되면서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우리은행은 정부가 1997년 IMF로 위기를 겪던 금융사로 12조원이 넘는 공적 자금이 투입됐고 예금보험공사가 100%지분을 보유하는 등 국영 기업과 마찬가지인 곳이다. 우리은행의 예보 지분은 지난 해 기준 17.25%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대주주의 위치에 있다. 민영화가 번번히 무산되면서 우리은행은 정부의 입김이 아직도 작용한다. 이에 우리은행장 선임에도 정부의 입김이 들어갔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에 권 행장이 1년 임기를 마치고 이번 3월 다시 연임에 성공하면서 내부 불만은 계속 가중된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권 행장은 취임 당시 이례적으로 임기 1년를 받았다. 타 은행 CEO가 2년 임기 후 1년 연임하는 2+1과 차이를 보였다. 당시 우리은행은 권 행장의 추후 성과를 토대로 연임을 결정하겠다는 단서가 붙였다. 

지난해 우리은행의 실적을 보면 권 행장의 연임은 다소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다. 지난해 우리은행은 대부분의 손익지표가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25.7%가 급락했고 당기순이익도 10.3%가 하락했다. 

그럼에도 우리은행은 올 초 권 행장을 은행장 최종 후보로 선정하고 “작년의 경영성과가 부진한 상황 하에서 올해의 경영성과 회복이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 권광석 은행장의 임기를 1년 더 연장해 경영성과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종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적 하락에도 권 행장이 연임을 이어가면서 내부 불만이 쌓였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한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은 “(권 행장)개인도 그렇고 은행도 명예가 훼손된 것으로 보고 고소가 진행 중”이라면서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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