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꼼수다 듣고도 말할 수 없는 입장?
나는 꼼수다 듣고도 말할 수 없는 입장?
  • 정보영
  • 승인 2011.11.2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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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속으로는 웃지요. 정부/여당 관계자도 청취


가카헌정 방송을 표방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가 웬만한 공중파 방송의 인기 프로그램이라 해도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23일 업데이트 공개된 ‘나는 꼼수다’ 29회는 다운 폭주로 인해 한동안 정상적인 다운로드가 되지 않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나꼼수’를 빠지지 않고 청취하고 있다는 대학생 A군은 ‘나꼼수’가 “지금처럼 팟캐스트 방송이 아니라 하루에 한번 방송하는 정규 프로그램이었으면 좋겠다”면서 “다음 방송을 듣기 위해 일주일이나 기다리기는 여간 답답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직장인 B씨 “나꼼수를 통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다”며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 나꼼수가 할 일이 없어지게 되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주 1회 방송되는 ‘나는 꼼수다’는 회당 600만회의 다운로드를 기록할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으며 ‘나꼼수’를 듣지 않으면 대화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나꼼수’의 인기는 ‘가카헌정방송’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매회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에 대하여 사실에 근거한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며 청취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나꼼수’가 단순히 팟캐스트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롭고도 강력한 매체로 부상하자 한나라당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해 문제제기에 나섰으며 이를 단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찾아 나서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나꼼수’의 예봉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청와대와 한나라당, 정부 관계자들은 이 방송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우선 이들의 공통점은 ‘나꼼수’ 청취사실을 드러내 놓고 밝히기에는 난감한 입장에 있다는 것이다.

광화문 정부청사의 모 부처에 근무하는 공무원 A씨는 “출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청취를 하고 있다”며 “우선 재미있기도 하고 가식 없는 진행이 좋아 즐겨 듣는데 대 놓고 말할 수 없는 입장이라 속으로만 웃고 있다”고 청취사실을 밝혔다.

또한 한나라당 중앙당 당직자로 근무하는 B씨도 “나꼼수 즐겨 듣고 얘기도 많이 한다”며 ‘의원님들 중 나꼼수를 듣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들 외에 정부 중앙부처에서 근무하는 공직자나 여당 당직자, 현역 의원들 중 ‘나꼼수’를 즐겨 듣는 청취자가 적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꼼수다’의 600만 다운로드 수에는 청와대와 한나라당 관계자들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을 텐데 과연 이명박 대통령은 나꼼수를 들어 본 적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신라 제48대 경문왕(재위 861∼875년)의 일화로 ‘삼국유사’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왕위에 처음 오른 경문왕은 귀가 갑자기 길어져 흡사 나귀의 귀와 같은 모양이 된다.
왕의 귀가 나귀의 귀가 됐다는 사실은 왕후는 물론 궁에 있는 모든 이들이 그 사실을 몰랐으나 오직 한사람 복두(幞頭)를 만드는 장인 한 사람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평생 동안 이를 발설하지 않았으며 마침내 죽음에 이르러서야 도림사 대밭 가운데 인적이 없는 곳을 찾아가 대나무를 보고 외쳤다.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다"
속이 후련해진 그 장인은 편안한 마음으로 세상을 떠났으나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지게 된다.
장인이 죽은 후 그 대나무 밭에서는 바람이 불면 언제나 소리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다"

왕은 이 소리를 듣고 소스라치게 놀라 부근의 대나무를 모두 베어버리고 산수유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는 “‘나는 꼼수다’는 네 사람이 모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나는 꼼수다’를 숨어서 들을 수밖에 없는 이들이 언젠가는 대나무 숲이 아닌 광장에 나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고 큰 소리로 외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정보영 adess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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