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봉투 한나라당, 죽느냐, 사느냐 기로
돈 봉투 한나라당, 죽느냐, 사느냐 기로
  • 김재석
  • 승인 2012.01.06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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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기회 비대위 쇄신 행보 힘 받나?
한나라당이 411총선을 불과 3개월 앞두고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놓였다.

고승덕 의원의 `전당대회 돈 봉투 제공' 폭로가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면서 여권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금권선거' 의혹이 베일을 벗는 수순으로 가고 있다.

4월 총선의 최대 악재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이론이 없다. 당 쇄신에 동력을 실어줄지, 반대로 쇄신을 물거품으로 만들지조차 가늠이 되지 않는 위기 상황이다.

당내에서는 지난 2003년 말 한나라당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던 `차떼기 사건'에 준하는 초대형 악재라는 진단과 함께, 사실상 재창당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박근혜, 검찰수사로 정면 돌파 시도

당 지도부인 비상대책위원회는 국민적 의혹이 확산되기 전에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초고속으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강력한 진실규명 의지가 실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비대 위는 정당정치의 쇄신을 위해서는 단호한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황영철 대변인은 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 눈높이로 당을 바꾸겠다는 것 아니었냐.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데 이런 문제를 주저하면서 쇄신의지를 훼손하면 안 된다"면서 "검찰수사 의뢰로 의결한 것을 보면 박 비대위원장도 단호한 입장이라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쇄신파 의원은 "잘못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를 해야 한다는 것이 박 비대위원장의 평소 생각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당 대표였던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기초단체장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김덕룡박성범 의원 비리의혹에 대해서도 신속히 검찰수사를 의뢰했었다.

이번 수사의 폭은 예단키 어려운 상황이다. 검사 출신의 주성영 의원은 "정치가 바로 설 수 있도록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돈 봉투 사건에만 집중해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구 활동 의원들 `선거는 날아갔다' 망연자실

지역구를 누비며 사실상 총선에 대비하고 있는 의원들은 `선거는 날아갔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특히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이반이 상대적으로 심한 서울과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서는 "천표가 아니라 만 표가 날아갔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서울의 초선 의원은 "한나라당 혐오증에 불을 붙인 격"이라며 "권투에서 스트레이트를 맞았는데 훅까지 맞은 식"이라며 총선 악영향을 우려했다. 새벽 45시에 나가서 한 표, 두 표 낟알 줍듯 모아놓았는데, 가마니 째 표가 날아갔다. 정말 미칠 노릇"이라는 한탄도 나왔다.

한 의원은 "고 의원의 폭로가 당을 죽여 놓았다. 자신이 혼자 공천을 받으려고 당을 죽여 놓은 것 아니냐"고 흥분했다.

비대위 쇄신 행보 힘 받을 듯

이번 사건으로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주도하는 쇄신 작업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돈 봉투'가 구태 정치의 전형이라는 점에서 이를 계기로 쇄신과 개혁의 필요성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돈 봉투'를 폭로한 고승덕 의원이 이른바 친 이계 의원이라는 점에서 당시 돈을 준 측도 친 이계일 가능성이 크다고 가정할 경우, 당분간 친 이계 의원들의 비대위에 대한 공세도 잦아들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서울의 한 재선의원은 "`돈 봉투' 사건이 당은 죽였지만, 비대 위는 살렸다"고 촌평했다.

수도권 한 의원은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몇몇 인사가 책임을 지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물갈이론'이 퍼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의 다른 의원은 "검찰 수사가 끝나기 전에는 비대위에 비판적이었던 친 이계 의원들도 뭐라고 하지 못할 것"이라며 "쇄신 작업에 속도가 더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친 이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친 이계 솎아내기'를 위한 구실이 돼서는 안 된다는 기류도 감지됐다. 한 친 이 직계 의원은 "확실한 친 이계는 봉투 구경도 못했다"며 인위적 인적쇄신을 경계했다.

다른 친 이계 의원도 "여기에서 나가면 친 이계는 다 돈 받아먹은 사람들이 되고, 당에는 친 박 계만 남는다는 건데 그건 불가능한 것"이라며 불편한 심경을 표출했다.

이에 대해 김세연 비대위원은 라디오에 나와 "소위 친박계 의원 중 한 분이 이런 발언을 한 것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황영철 대변인도 "검찰에 수사의뢰한 것은 물갈이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고 잘못된 관행을 바꿔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돈 봉투' 증언 잇따를까?

이번 사건의 파문이 확산하면서 당내에서는 전당대회 등 각종 당내 선거에서 `돈 선거'가 광범위했음을 시사 하는 발언들도 이어지고 있다.

조전혁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원외 당협 위원장, 특히 한나라당의 자갈밭으로 거론되는 지역의 원외 지구당위원장들에 대해 관행적으로 돈 봉투가 갔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고, 전체를 다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한두 케이스가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최고위원 선거에 나온 몇 분은 계속 국회의원들에게 밥을 사고, 지역을 돌면서 당협 위원장들이 모아놓은 대의원들에게 밥을 사는 일이 있었다."면서 "돈 봉투가 오갔는지는 다 확인 못했지만 밥잔치가 벌어진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의원은 "2008년 전대 당시 돈을 받았다는 사람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모 후보 측에서 거액을 뿌렸다는 이야기는 많이 돌았다"고 언급했다.

한 핵심당직자도 "여건 야건 가릴 것 없이 전당대회 할 때마다 그런 이야기는 무성했다"고 말했다.

김재석 khs4096@korea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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