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는 무엇일까?
[칼럼]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는 무엇일까?
  • 주종빈
  • 승인 2014.07.0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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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VS 뮤지컬③
[한국뉴스투데이 주종빈 음악칼럼니스트] 그러면 오페라와 뮤지컬의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무엇일까? 오케스트라의 반주와 노래라는 음악적 요소가 무대장치와 특수효과의 시각적 요소보다 무게 중심을 더 두고 있는 오페라에 반해 음악적 요소보다는 극적 행동이나 무대장치에 의한 오락적 스펙터클 또는 센세이션을, 노래와 춤을 연관성 있게 통일하는 일종의 종합적 연극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 뮤지컬은 마이크를 사용하기도 하고 전자악기 등도 동원되지만 오페라는 전통적으로 마이크나 전자악기 등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연스러운 발성으로 그 모든 것을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다른 관점에서, 이를테면 사적 개인의 재산목록과 같은 특수하고 구체적이며 주관적인 인상학자의 측면에서 오페라와 뮤지컬을 다뤄보도록 하겠다. 아주 까마득한 옛날로 공간을 잠깐 이동시켜 로마인이 이주해오기 전에 그리스인들이 지었다고 하는 폼페이의 원형극장에서 <페르시아의 연인>이란 극을 공연했었다고 가정해보자.

이 고대인들로 이루어진 관객들은 뮤즈, 시인, 가수와 함께 하나의 사슬이 되어 모종의 열광적 분위기를 자아냈을 것이다. 이 때의 ‘시’라는 게 오늘날처럼 달랑 텍스트만 남은 게 아니라 지금의 오페라 비슷한 것이었다. 고대의 분위기를 연출한 바이로이트 바그너축제에서는 진한 감동의 눈물바다가 아직까지도 관객들로부터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당시의 고대인들의 <페르시아의 연인> 관람은 오죽했겠는가? 아마도 플라톤은 이성이 좌초하는 그런 가공할 만한 공연이라는 것을 알고 이상국가를 위해 시인추방설을 주장했는지도 모른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건 그런 ‘가공할 만한 공연’은 아니더라도 그것과 같은 방향성의 시도에 의해 오페라나 뮤지컬에서도 관객과 서로 평등하게 소통되는 전달이 이루어주었으면 하는 소망이다.
 
그렇게 되려면 전달형식의 차이는 있지만 오페라나 뮤지컬의 가수가 배역의 심층에 자신을 침잠시켜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않게 되면 관객들이 각 작품의 전통 속으로 들어가 그 일부가 되지 않는다. 문명화된 대중의 규범화되고 변질되어버린 일상적 생활 속에서 쌓여진 경험과는 정반대 되는 형태의 경험, 즉 진정한 경험을 얻게 된다는 것은 점점 더 기대할 수가 없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여러 가지의 전달형식들 사이에는 일종의 경쟁관계가 존속되어 왔다. 옛날 얘기가 텍스트라는 것에 의해 대체되고 텍스트가 센세이션이라는 것에 의해 대체되는 가운데 과거의 ‘미메시스(Mimesis)*’는 한층 더 냉담하게 우리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이야기 형식은 가장 오래된 전달형식들 가운데 하나이다. 이야기라는 것이 단지 사건 그 자체를 단순하게 전달하는 일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이야기는 사건을 바로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의 생애 속으로 침투시킨다.
 
그리하여 그 사건을 듣는 청중들에게 진정한 경험으로 전해줄 수 있는 것이다. 마치 도자기에 도공의 손자국이 남아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야기에는 이야기하는 사람의 흔적이 따라다니게 마련이다. 바로 아이콘(Icon)**이 아닌 이러한 인덱스(Index)***로 전통의 흔적을 남기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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