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획] 바다에 철 투입, 지구온난화 막는다?
[미래기획] 바다에 철 투입, 지구온난화 막는다?
  • 김명수, 윤보현
  • 승인 2015.01.15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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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은 식물성 플랑크톤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
[한국뉴스투데이 김명수, 윤보현 기자] 2012년 여름, 어선 한 척이 캐나다의 서해안으로 출발했다. 배가 하이다 에디라는 곳에 도착하자 선원들은 싣고 간 100톤이 넘는 철을 바닷물과 혼합하여 주변 바다에 분사했다.

이들의 목적은 그 지역에 식물성 플랑크톤의 먹이가 될 영양분을 주입해서 대규모 플랑크톤 집단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주변 연어의 먹이를 풍부하게 공급하는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연어잡이가 중요한 생계 수단인 캐나다 연안의 하이다 인디언이 250만 캐나다 달러를 투자한 하이다 연어복구회사가 진행한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가 실행된 지 2년이 지난 지금, 매우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태평양 동북해에서 잡힌 연어의 수가 5,000만 마리에서 2억 2,600만 마리로 네 배나 증가했고, 서해 연안에서 로키산맥에 이르는 프레이저 강의 연어 수는 7,200만 마리까지 늘어난 것이다.

일반적으로 프레이저 강의 연어 수는 2,500만 마리를 넘긴 적이 없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에 관심이 쏠린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 방법으로 해양의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해 바다 밑으로 격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 해결책의 하나로 ‘지구공학’에서 논의되는 이 방법은 지구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구공학 또는 ‘기후공학’은 지구의 지질, 환경, 기후 등을 대규모로 조작해서 지구온난화를 늦추고자 하는 획기적인 대안이다.

기존의 지구온난화 해결책은 배기가스가 없는 전기자동차를 대중화한다거나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석탄발전소를 바람,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 발전소로 대체함으로써 온실가스 자체를 줄이는 것이었다. 반면, 지구공학은 지구로 흡수되는 태양빛을 줄이거나 대기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함으로써 이미 존재하는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방법도 광범위하다. 예를 들어, 도로나 지붕을 하얗게 칠해 태양열을 반사시키게 하는 간단한 방법부터 지구와 태양 사이에 거대한 거울 또는 렌즈를 설치한다거나 성층권에 아황산가스를 분사해 태양광을 반사시키거나 바다 위에 구름을 형성해 장시간 유지시켜 햇빛을 차단하는 등 거창한 방법도 제안되고 있다.

그중 가장 손쉽게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이 하이다 프로젝트처럼 바다에 철과 같은 영양분을 공급해서 해양을 비옥화 하는 방법이다.
식물성 플랑크톤
철이 플랑크톤 성장 촉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흡수

철은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으로, 광합성 작용에 관여하여 해양생물에 먹이를 공급하는 중요한 근원이 된다. 물론, 철 성분은 자연적으로 해양에 주입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철을 함유한 빙산이 녹거나 철을 포함한 강물이 바다로 유입될 수 있고, 사하라사막을 지나는 먼지바람이 철을 바다로 실어 나르거나 화산이 폭발할 때 철이 함유된 화산재가 바다로 가라앉을 수도 있다.

갈라파고스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철분이 풍부한 심해의 해수가 치솟아 올라 철분을 표면으로 이동시키기도 한다.

이렇게 바다로 주입된 철은 대규모 식물성 플랑크톤 집단을 생성한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육지의 식물처럼 광합성작용을 통해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흡수·성장함으로써 동물성 플랑크톤의 먹이가 되고, 이 동물성 플랑크톤은 어린 연어를 비롯한 각종 어류와 해양동물의 먹이가 된다. 다른 한편, 먹이로 소모되지 않은 돌말을 비롯한 식물성 플랑크톤과 동물성 플랑크톤이 죽으면 탄소를 함유한 잔존물로 바다 깊이 가라앉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대기의 이산화탄소는 심해로 격리될 수 있다.

해양에 영양분을 공급함으로써 이산화탄소를 격리시키는 방법은 1993년 이래 세계 여러 곳의 바다에서 크고 작은 실험이 10여 회 이상 진행되었다.

문제는 바다 위 대기에서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제거되는지 측정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대개 주입된 철의 양에 따라 플랑크톤 군은 1,000㎡ 이상의 해역에서 수심 100m까지도 확산되며 주입된 지역에서 수백 킬로미터까지 이동한다.

과거에 실행된 12회의 실험을 분석한 뉴질랜드 해양기후국립연구소 필립 보이드 박사는 2012년 『사이언스』에 수록된 논문에서 이 방법이 엽록소 성분, 즉 식물성 플랑크톤의 양을 최고 15배까지 늘렸지만, 대기에서 제거되어 수심 200m 아래에 격리된 탄소의 양은 그리 많지 않아서 주입된 철 대비 1 대 20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는 실험실에서의 예측치인 1 대 10,000~100,000보다 훨씬 적은 것이다.

그러나 2004년에 철 주입 실험을 진행한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극지해양연구소 과학자들은 2012년 『네이처』에 자신들의 실험이 탄소 격리에 효과적이었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들은 남빙양에서 실행된 실험에서 황산철 7톤을 150㎢에 주입하였는데, 5주간 지켜본 결과 수심 100m에서 식물성 플랑크톤 군이 형성되었으며, 돌말이 그 대부분을 차지함으로써 50% 이상의 플랑크톤 군이 1,000m 아래로 가라앉았음을 입증했다. 이를 통해 탄소를 100년 이상 해저에 격리하는 효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탄소 격리 효과 조금 더 두고 봐야

이러한 발표에서 볼 수 있듯이, 철 주입을 통한 탄소 격리 효과는 측정하기가 힘들 뿐 아니라 그 결과의 편차도 크다. 관련 연구자들은 결과가 철을 주입하는 해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다른 영양분은 풍부하지만 엽록소만 부족한 해역에서는 철을 주입함으로써 손쉽게 플랑크톤 군을 형성시킬 수 있다. 특히, AWI 연구소의 실험에서 볼 수 있듯이 남빙양 같은 경우에는 다른 영양분이 더욱 풍부해 탄소 격리효과도 더 크다고 한다.

그러나 2009년 독일 과학자들이 남서 대서양에서 실시한 또 다른 실험에서는 이곳이 돌말의 성장에 필요한 규산이 부족한 해역이었기 때문에 식물성 플랑크톤이 대부분 먹이로 소모되어 탄소 격리 효과가 미미했다.

즉, 이 방법의 성패는 어떤 해역에서 실시하고, 어떻게 더 많은 탄소를 해저로 격리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연구를 계속 진행하기 위해서는 규모가 더 큰 실험이 필요하며 데이터를 좀더 많이 수집해야 한다는 것이 관련 연구자들의 중론이다.

그러나 다른 지구공학 관련 기술이 그러하듯,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관련 법규에 따르면, 해양에 철을 주입하는 행동은 어류의 성장을 돕든 탄소를 격리시키든 목적에 상관없이 해양에 폐기물을 투척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합법적인 연구 목적의 실험이 아닌 한 국제협약에 위반된다고 한다.

지구의 지질이나 기후를 인위적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적조나 다른 독소 조류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개연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2004년 실행된 AWI의 실험 결과가 8년 후인 2012년에야 발표된 사실도 이 주제에 대한 조심스러운 평가를 반영한다.

그런 면에서 2012년 하이다 프로젝트도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해양에 철을 주입함으로써 탄소를 격리한다는 목표 아래 플랭크토스(Flanktos)라는 회사를 창립한 미국의 사업가 러스 조지가 관여한 작업으로, 기존의 실험보다 훨씬 대규모로 철이 주입된 점, 다른 실험과 달리 연구 목적이 아닌 상업적 목적으로 실행되었다는 점에서 환경론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2년이 지난 지금, 캐나다 서해 연안으로 되돌아오는 연어 수를 늘린다는 하이다 연어복구회사의 주목적은 일단 달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의 또 다른 목적이었던 탄소 격리 효과 분석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실험 규모가 컸던 만큼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많은 이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By Prof. Gordon T. Taylor, Stony Brook University (corp2365, NOAA Corps Collection)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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