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공유경제에 대해 고민해야
데이터 공유경제에 대해 고민해야
  • 김형중 교수
  • 승인 2016.07.0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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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연구에서 어려운 점 가운데 하나는 데이터 부족이다. 데이터 부족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데이터 보유기관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는,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는 곳에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는 데이터가 있지만 데이터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한국은 데이터 소비국가이지 생산국가라고 보기 어렵다.

데이터 보유기관들이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법 등 여러 규제장치 때문이다. 일본은 개인정보보호법을 2003년 제정했으나 2015년 이를 개정했다. 고친 법률에는 개인이 특정되지 않도록 하는 ‘익명가공정보화’를 의무화하고 제3자에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규정을 명확히 하는 등 프라이버시 보호를 도모하면서도 그 이용과 활용을 촉진하여 새로운 산업, 새로운 서비스의 창출과 국가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규정을 정비했다. 한국도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둘째는 데이터를 생성하거나 공유하지 않는 게 문제다. 구글 딥마인드는 대국 기보를 입력해 알파고가 승리할 수 있게 했다. 우리가 데이터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기보도 데이터였다. 구글이 수천만 권의 책을 스캔해서 보관하고 있다. 그 책을 이용해 엔그램을 만들었고, 그것으로 온갖 조합을 만들어 연구에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얼굴에 대면 수분, 유분, 수소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휴대용 단말이 있다. 그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면 한국인의 표준 안면 모델을 만들 수 있고 화장품 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일을 하지 않고 있다.

이미 우리 주변에는 많은 공공데이터가 공개되어 있다. 그것으로 충분한 분야도 있다. 그런데도 공개된 데이터의 효용성을 알지 못하고 데이터가 없다고 불평한다. 2015년 12월 22일, 중국 상하이의 한 위성방송은 아침 생방송 뉴스쇼에 ‘샤오빙(小氷)’이라는 ‘새로운’ 기상 캐스터를 출연시켰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채팅로봇(chatbot)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기상상황을 예보하고 방송진행자와 간단한 대화도 나눴다. 샤오빙은 1천500만개 구문에 대해 대답할 수 있다고 한다. 기상데이터는 기상청에서 제공한다. 데이터가 없어서 샤오빙 같은 소프트웨어를 못 만드는 게 아니다.

연구실에서 수 많은 실험이 이루어진다. 그 실험결과를 공유하면 중복실험을 피할 수 있고, 기존의 실험결과를 활용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그런데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는다. 첫째는 데이터를 공유할 플랫폼이 없다. 둘째는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끼리 데이터 공유를 꺼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대기업들이 특허며 노하우를 공개하고 공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게 2011년 오바마 대통령이 첨단 재료의 발견, 제조, 확산의 속도를 배가하기 위해 추진한 MGI(재료 게놈 이니시어티브)가 있다. 선진국은 데이터 공유의 중요성에 눈을 뜬 것이다. 테슬라가 전기자동차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특허를 공개한 것이나, 구글이 안드로이드 소스코드를 공개한 것처럼 데이터 공유도 더 큰 시장을 만들기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다.

나노바이오정보공학 정보 공개가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고 마이크로칩을 생체 이식한 환자에게 사이버 공격을 가해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즉, 나노 분야에서도 보안이 중요하다. 또한 소중하게 축적한 데이터를 공유함에 있어 법적 분쟁의 소지를 줄여야 한다.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면 데이터 공유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빅데이터는 미래의 자원이다. 효과적으로 데이터를 생성하고 공유하고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창조경제도 꽃을 피울 수 있다. 핀테크 같은 첨단 금융환경의 핵심도 효율적인 데이터 공유에 있다.

김형중 교수 khj-@korea.ac.kr

김형중 교수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동 대학 제어계측공학과에서 석·박사를 했다.
이후 USC 방문교수, 강원대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는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사이버정보 보호 전문가로 활동 중이며 한국핀테크학회 회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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