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 테크에 대한 이해와 오해
핀 테크에 대한 이해와 오해
  • 김형중 교수
  • 승인 2015.05.2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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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의 핵심은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해 간편한 거래와 결재를 지원하고,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며, 명확한 프로토콜과 최적의 알고리듬으로 수익은 극대화하고 리스크는 최소화하는 것이다.

인터넷은 온라인에서 비대면 비접촉 기술을 가능하게 해줬다. 이미 신용카드번호 몇 개만 입력하고도 24시간 365일 언제나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지 오래다. 창구까지 가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니 수수료가 아깝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은 수수료 없는 결제를 원한다.

서부극을 보면 강도들은 복면을 한 채 은행 문을 박차고 들어가 권총으로 위협해야 현금을 강탈할 수 있었다. 지금은 해커들이 온라인 채널을 타고 들어가 번호 몇 개 클릭해서 조작하면 된다. 그러나 지폐 뭉치를 훔친 게 아니므로 즉시 환금해 현금으로 인출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그런데 은행 채널이 단단히 잠겨 만만히 열리지 않는다. 그래서 순진한 고객을 골라 감언이설로 속여 돈을 챙기는 신종 사기 수법이 등장했다. 정상적인 고객인데도 깜박 속아 엉뚱한 계좌로 송금할 정도다. 다행히 모두 인출되기 전에 속은 것을 빨리 알면 그나마 일부라도 건질 수 있다. 간편한 만큼 간단히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인터넷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정보가 축적되고 있다. 우리가 검색한 정보와 검색한 순서와 검색한 시간 등을 검색엔진은 다 기억한다.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고객 정보도 다 기록된다. 슈팅 게임 중 총을 몇 번 명중시켰는지, 몇 시부터 누구랑 게임을 했는지 다 기록으로 남는다. 스스로도 SNS에 자기가 지금 어디에 누구랑 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사진까지 곁들여 올린다.

핀테크는 이런 정보를 활용한다. 대출신청을 할 때는 최고의 선량한 고객이 될 것처럼 굴지만 실제 신용상태를 은행이 모를 수 있다. 그렇지만 고객의 씀씀이나 대인관계나 활동 반경을 분석해 보면 신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굳이 신용평가회사를 통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알고 보면 신용평가회사에도 소액대출 고객의 세세한 정보는 거의 없다. 대형 고객의 신용정보만 분석하는데도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담보대출 이율보다 신용대출 이율이 높다. 담보대출 연체율보다 신용대출 연체율이 낮다. 그렇다면 당연히 신용대출 비중을 높여야 하는데 은행은 낡은 관행에 안주하며 담보대출에 치중하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소액대출일 때 더 잘 갚고, 여성이 남성보다 신용도가 높으며, 대인관계가 좋을 수록 연체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간편결제를 금융권으로 흡수하는 형식의 핀테크는 쉽지 않다. 간편결제는 인터넷 기업처럼 수 억 가입자와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을 때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금융은 정부의 규제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반면 인터넷은 자유가 생명인 공간이다. 금융이 정부의 규제를 과감히 벗어버리고 인터넷 기업으로 환골탈태하기 전에는 간편결제 같은 서비스를 주수익모델로 만들 수 없다. 간편결제는 유통과 결합될 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데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기업이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신용이 좋은 고객을 골라 신용대출을 늘이는 것은 가능하다. 데이터에 답이 있다. 그런데 한국의 은행들은 땅 짚고 헤엄치며 영업해왔기 때문에 일부러 나서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할 필요가 없었다. 담보대출로 충분했고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고 환란이 발생하면 정부가 세금으로 메워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금융권도 혹한기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은행은 애꿎게 안심전환대출에 동참해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 위험자산 축소에 따른 대출 포트폴리오 변화, 저금리 시대의 도래, 외형경쟁, 규제 변화 등으로 예대마진이 거의 사라지기 직전이다. 그래서 금융기관은 데이터 분석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

핀테크는 금융산업보다 정보통신기술에 가깝다. 프로토콜과 알고리즘을 생명으로 하는 정보통신 기술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 지체 없이 검증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라 수익이 극대화되는 쪽을 선택한다. 그래서 핀테크가 새로운 산업의 활로를 열 수 있다. 한국에서 핀테크는 간편결재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핀테크는 상상력에 검증된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지평을 여는 실험이다.

김형중 교수 khj-@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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