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그렇게 당신은 문학이 되고...
‘YOU’, 그렇게 당신은 문학이 되고...
  • 성지윤 칼럼리스트
  • 승인 2017.03.06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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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뉴스투데이] 누구에게나 친구라 여길 수 있는 존재가 한명쯤은 있을 것이다.

친구의 사전적인 의미는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 ▲나이가 비슷하거나 아래인 사람을 낮추거나 친근하게 이르는 말이다. 우리는 진정한 속마음을 나누고 있는 동료를 가리켜 친구라고 하기도 하고 비슷한 또래의 지인을 친구라고 일컫기도 한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친구라는 단어는 꽤나 특별하다. 내 삶 속 깊이 들어와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으며 친구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는 사람들이 약 세 명 정도 있는데 그 중 한명과 있었던 일이다.

나와 동갑내기인 그 친구는 소위 영혼의 동반자라고 불리는 soulmate이다. 말 그대로 우리의 soul은 너무나 잘 통했기에 서로에 대한 많은 것 들을 공유하고 이해하고 교감을 나누곤 했다.

그 친구와 어느 날 함께 드라이브를 하며 언제나 그렇듯이 깊어가는 밤, 이야기꽃을 만개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의 대화에는 늘 음악이 background로 함께 한다.

그런데 그날따라 어떤 음악이 흐르던 중 갑자기 친구가 하던 말을 멈추고는 투명한 두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이 음악에 어울리는 시가 생각났다면서 시 한편을 읊어 주었다.


그녀는 기쁨의 환영 <윌리엄 워즈워스>

처음으로 내 눈에 비쳤을 때

그녀는 기쁨의 환영 이였다
순간을 치장하기 위해 온
귀여운 그림자였다.
눈은 초저녁 별 처럼 아름다웠고
검은 머리채 또한 초저녁 같았다
그러나 그 밖의 모든 것은
오월과 상쾌한 새벽에서 나온 것
출몰하고 놀래 주고 매복하는
춤추는 몰골, 즐거운 모습

더 가까이에서 그녀를 보니
선녀이면서 또한 여인!
살림살이 거동이 거침없이 가볍고
구김살 없는 처녀의 발걸음
달콤한 추억과 달콤한 희망이
함께 어울린 얼굴,
사람됨의 나날의 양식인
덧없는 슬픔과 하찮은 농간
추켜 줌과 꾸지람과 사랑과 입맞춤, 눈물과 미소에
알맞게 환하고 착한 여인 이였다.

이제 나는 차분한 눈으로
그녀 몸매의 고동을 본다
깊은 생각을 숨 쉬는 존재
삶에서 죽음으로 건너가는 길손
단단한 이성, 온건한 의지
끈기와 형안, 기운과 솜씨를 두루 갖춘
일러주고 달래주고 호령하는
빼어나게 태어난 흠 없는 여인
일변 눈부신
천사의 빛을 두른 선녀였다.


그 시는 바로 영국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집 [무지개]에 실린 ‘그녀는 기쁨의 환영’이였다. 윌리엄 워즈워스는 영국 낭만파 시인이다.

그는 자연의 미묘한 아름다움을 깊이 관찰하고 사랑과 고요함을 노래해 영국의 낭만주의를 대표했으며 영문학에만 그치지 않고 유럽 문화의 역사상 커다란 뜻을 지녔던 시인이었다.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어우러진 워즈워스의 시를 읊는 그녀의 은은한 목소리는 그 순간 세상을 정지시키고 깊은 밤을 빛나게 했다. 친구와 나에게는 마법에 홀린 것만 같은 순간이었다.

▲푸딩의 [YOU]가 수록된 앨범 [PESADELO] 자켓

그때 흐르던 음악은 바로 푸딩(Pudding)이라는 그룹의 ‘YOU’라는 곡이다.

꽤 오래전의 일이다. 우연히 푸딩(Pudding)이라는 그룹의 곡을 접한 후 음악에 흠뻑 매료되어 이들의 곡들을 즐겨들으며 한 시기를 보낸 적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몇 개의 곡을 무척이나 좋아했는데 그 중 단 하루도 빠짐없이 들었던 곡이 바로 ‘YOU’다.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음성의 남자 목소리가 멜로디 내에서 이야기하듯 흐르는 이 음악은 매우 매혹적이고 우아해서 나긋한 춤을 추고 있는 한 여인의 모습이 상상되곤 했다.

특히 전체적인 반주를 맡고 있는 기타의 선율은 아라비아의 문양을 연상하게 하는 묘하고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언젠가 이곡을 작곡한 뮤지션의 콘서트에서 곡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음악도 문학처럼 느껴질 수 있다’라는 생각이나 고민이 많았던 시기에 만들어진 음악이 ‘YOU’였다고 한다.

그래서 였을까? 문학 중 특히 시(詩)에 조예가 깊은 친구가 이 음악을 듣는 순간 워즈워스의 시(詩)를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어찌하였든 작곡가의 의도는 우리에게 정확히 전달된 셈이었다.

푸딩(Pudding)은 2003년 결성한 5인조 퓨전재즈 그룹이다. 특히 작곡가 김정범은 화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섬세한 구조와 진행을 이끌어 낸다. 또, 공간감이 느껴지는 곡들을 보여줌으로써 푸딩(Pudding)만의 독창적 스타일을 창조했다.

푸딩(Pudding)의 곡들은 한국의 젊은 남자 뮤지션들이 함께 한 곡들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깊이는 물론, 우아하고 세련됐다.

아쉽게도 푸딩(Pudding)은 두 장의 앨범을 끝으로 해체됐다. 현재는 푸딩 내 작곡가였던 김정범 단독으로 ‘푸디토리움’이라는 이름의 1인 프로젝트로 활동 중에 있다.

하나의 시(詩)를 연상시키고 또 우아한 춤을 추도록 유도하는 낭만적인 푸딩(Pudding)의 곡 ‘YOU’. 나의 soulmate와 함께 했던 그 순간을 회상하며 이 놀라운 마법의 세계로 안내한다.


성지윤 칼럼리스트 claramusic89@naver.com

성지윤 칼럼리스트

음악을 전공하고 현재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교육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클라라뮤직을 운영중에 있다.
또한 미술,사진,연극, 문학 등 다양한 얘술분야에 대한 탐구와 이해를 토대로 음악이 타장르 예술들과 만났을때의 흥미로운 점들을 발견하면서 예술융합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연구 및 교육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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