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노동조합 불법도청 파문으로 몸살
LG화학, 노동조합 불법도청 파문으로 몸살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7.07.2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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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뉴스투데이] LG화학이 노조와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중 노조 측에 도청장치를 설치한 사실이 드러나며 파장이 일었다. LG화학은 사실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묻겠다고 공식 사과했지만 불법 도청 문제로 인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7월 20일 LG화학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약을 위한 7차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중 노조 측 교섭위원 회의장소를 사측이 불법 도청한 사실을 발견했다.

도청장치가 설치된 장소는 노조 교섭위원 11명이 모여 교섭전술을 논의하던 장소로 사측이 이날 노조에 임의로 제공한 회의실이었다.

당시 도청장치는 회의실 벽면에서 발견됐고 도청용 마이크와 녹음기 각 한 대씩이다.

도청장치를 발견한 신환섭 화섬연맹 위원장은 “우연히 벽면을 보다 발견했다”면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도청 장치였다”고 말했다.

노조측은 노조의 회의내용을 사측이 같은층에 있는 다른 사무실에서 도청해 녹음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불법 도청 장치를 발견한 노조 측은 즉시 사측에 항의했지만 사측은 발뺌으로 일관하다 노조 측이 경찰을 부르자 불법 도청 사실을 인정하고 녹음기 본체를 제출했다.

LG화학 노조 측은 “불법도청은 노동조합법과 통신비밀보호법을 명백히 위한반 불법행위”라며 “이번에 발각된 노조활동에 대한 불법 도청으로 수면간 회사 측의 빠른 정보력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노조 회의나 활동 등에 대해 사측이 대화내용의 토씨 하나까지도 빠르게 정보를 얻어 항상 의구심을 가져왔던 부분”이라며 “회사의 정보력과 노무관리의 핵심이 불법도청을 이용한 일상적인 노조사찰이었다는 사실에 분노를 넘어 허탈감까지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노조법과 통신비밀보호법이라는 실정법 위반을 넘어 노동자 인권을 유린한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민주노조를 말살하고 노조의 자주적인 연대와 단결을 저해하려는 반노동, 반인권, 반사회적 행위”라 비난했다.

이에 LG화학측은 25일 공식 사과문을 통해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LG화학을 응원하고 격려해주신 분과 특히 많은 실망감을 느끼셨을 노조원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한 당사의 노경(勞經) 철학에도 부합하지 않는 충격적인 사안으로 보고 있다”며 “객관적 조사를 통해 사실을 밝히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제 3자인 사법기관에 조사를 의뢰해서 철저하게 진상을 밝히고 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노조측의 반발은 시간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장필상 LG화학 노조위원장은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노사 관계가 좋은 방향으로 전환될 때까지 불법 도청 파문 문제에 대한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며 "파업을 포함해 노조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노조측은 △ LG화학 조합원은 물론 그 자리에 있었던 화학섬유연맹 조합원애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노조가 선정하는 보안업체를 통해 LG그룹 산하 모든 노조에 대한 보안점점실시 △불법도청 사태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사측 교섭위원 전원 교체 △노동존중 노사관계 재정립위한 적극적 조치 △엘지자본의 노경팀 즉각 해체와 현장 탄압 중단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LG그룹은 개인의 인격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인간 중시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번 불법 도청으로 사측의 불법행태가 한참을 거꾸로 가 있는 상황이 개탄스럽다”며 “LG화학 측이 불법도청에 대해 공식사과하고 책임지겠다고 밝혔지만 실무직원 개인 책임으로 꼬리자르기 하려는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측의 자백에 의한 사과와 선처로 끝내선 안된다”며 “정부는 LG화학 사태를 계기로 노동적폐 청산의 의지를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소 ‘인간존중의 경영’을 회사운영의 원칙으로 내세운 LG그룹은 이번 불법 도청 사태로 인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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