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재벌 총수가 구속되면 주가는 오른다?
[기획] 재벌 총수가 구속되면 주가는 오른다?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7.09.14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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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뉴스투데이] 지난 8월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등 일부 유죄를 받으며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일부 보수언론과 재계는 국내 1위 그룹인 삼성의 총수 공백을 우려했지만 이 부회장이 구속되고 삼성전자 주가는 23%나 급등했다. 앞서 두산, 한화, 현대 등 그룹 총수들이 구속 등 공백이 생기면 여지없이 주가가 상승했다. 총수의 부재가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들여다봤다.

▶삼성 총수의 역사적 구속...하지만 주가는 상승

2017년 2월 17일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이 결정됐다.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누워 오래동안 자리를 비운 현재 실질적인 삼성의 총수인 이 부회장의 구속 소식에 삼성 뿐 아니라 재계에서는 오너리스크로 인해 삼성의 전반적인 경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외신들 역시 같은 분석을 내놨다. AP통신은 이 부회장이 구속이 삼성 역사상 최초의 총수 구속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 부회장의 구속이 한국 재계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교토 통신은 "삼성그룹은 전체 매출이 국내 총생산(GDP)의 20%에 달하는 한국 최대의 기업 그룹“이라며 ”이미지 실추와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 정체는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이 결정되기 전날인 2월 16일 189만6400원이었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 8월 25일 종가기준 235만1000원으로 23.97% 상승했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중 핵심인 삼성생명도 이 부회장의 구속 전날 대비 10.95% 올랐다. 또한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고공행진에 같은기간 코스피지수 역시 4.31% 상승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8월 2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총수면죄론이 얼마나 허무맹랑한지 삼성의 각종 지표를 통해 알 수 있다”며 ”올 2분기 삼성전자는 14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시장 전문가들은 3분기 영업이익 또한 전년 동기 대비 170% 폭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해 국내외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삼성의 미래전망과 가치가 높다고 강조했다.

▶총수가 구속됐는데 왜 주가는 오를까.

기업의 사회적책임(CRS)정신의 확산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넥스트소사이어티재단은 지난 2015년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재벌총수의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이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총수가 횡령과 배임 등으로 재판정에 출두한 재벌기업의 수익성, 투자, 고용, 핵심계열사를 표본으로 한 시가총액 변화 등을 분석했다.

횡령·배임 등으로 기소된 두산 박용성 회장(2005년 11월 기소/2006년 7월 선고), 보복폭행으로 기소된 한화 김승연 회장(2007년 6월 기소/2007년 9월 선고), 비자금 조성·횡령 혐의로 기소된 현대차 정몽구 회장(2006년 5월 기소/2008년 6월 선고), 편법증여 및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삼성 이건희 회장(2008년 기소/2009년 선고) 등을 대상으로 한 결과를 보면,

이들 4개 기업 총수들의 기소시점과 최종선고일을 보면 기소시점에서 약 7조1000억원이던 4개 기업의 주가는 최종선고일에는 7조6000억으로 상승했고 선고 다음해에는 약 8조3000억을 기록한 것을 알 수 있다.

모두가 우려하던 총수의 부재가 주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뿐더러 반대로 주가가 계속해서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뭘까. 연구에 따르면 재벌 총수가 구속되면 핵심계열사의 수익은 줄어든다. 수익성은 M자 형태를 보여 기소시점에서는 평균이던 수익성이 재판을 받으며 하락했다가 총수가 복귀하면 다시 평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투자면에서는 큰 영향력이 없이 기소시점부터 선고 후까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투자란 기업의 장기적 의사결정이기 때문에 이미 기소전 계획된 투자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재벌 총수가 구속됐지만 4개 그룹은 연구개발비 등 투자를 기존 약 9400억원에서 1조3600억원으로 약 4000억원 늘렸고 총수가 경영에 복귀한 뒤에는 2조 1600억원으로 계속해서 투자를 늘려나갔다.

또한 주가는 기업과 총수의 재산이기 때문에 기업이 총수의 부재와 동시에 즉각 주가 보호에 나서고 투자자들은 총수의 부재로 인해 기업의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투명해질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주가가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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