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장마’에 열대야까지…기후 이변, 한반도 예외 없다
‘봄장마’에 열대야까지…기후 이변, 한반도 예외 없다
  • 김민희 기자
  • 승인 2018.05.1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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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박에 장마, 초여름 앞두고 기상이변 속출…정부, 기준․제도 재정비 움직임
▲지난해, 18개국 116명의 과학자로 구성된 국제 공동 연구팀이 2016년 지구촌 기상 이변의 원인을 분석한 뒤 내린 결론은 ‘기후변화’다.

[한국뉴스투데이] 봄은 가뭄의 계절이라는 공식이 깨졌다. 3일째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돌풍과 번개가 동반한 비가 내리며 장마철에 준할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봄장마’란 표현이 일상용어로 굳어지는 추세.

기상청에 따르면 호우 특보가 내려졌던 강원지역의 피해가 막대하다. 폭우가 몰아친 대관령 일대에서는 62가구가 침수됐으며 홍천에서는 국도에 토사가 덮쳐 교통이 통제됐다. 서울과 수도권 역시 교통사고로 5명이 사상하고 도로와 다리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봄철 강수량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감소추세에 있었으나 2010년대로 들어서면서 크게 늘어나고 있다. 봄장마는 단순히 일시적인 기상변화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 추세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지난 16일 밤에는 포항의 최저기온이 25.5℃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45일 빠른 첫 열대야가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 경북 동해안 지역과 대구를 중심으로 밤 최저기온이 23~25℃를 기록해왔다.

기상지청에 따르면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낮 동안 대체로 맑은 가운데 일사에 의해 낮 최고기온이 높게 올라갔고, 밤 동안 껴있던 구름에 의해 지표냉각이 저지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5월 3일엔 서울 시내에서 때아닌 우박이 떨어지기도 했다. 종로구 송월동 서울 관측소에서 우박이 공식 관측된 것은 11년 만이다. 시민들은 급히 건물 안으로 피했고 도로는 서행하는 차들로 정체를 빚었다.

기상학적 정의에 의하면 우박은 눈의 결정 주위에 차가운 물방울이 얼어붙어 지상에 떨어지는 지름 5mm 이상의 얼음덩어리다. 상층은 매우 차갑고 대기 하층은 따뜻해 상하층 간의 기온차로 인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으로 기상 이변은 속출하고 있다. 최근 터키 앙카라에서 10분 동안 쏟아진 기습 폭우에 도심이 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벼락을 동반한 강력한 비바람이 인도 라자스탄주를 강타했다. 초속 36m 강풍에 가옥이 무너지고 가로수가 쓰러지며 피해가 속출했다. 그야말로 재앙 수준에 가깝다.

이러한 기상이변의 원인은 현재까지 온난화, 즉 기후변화로 추측된다. 지난해, 18개국 116명의 과학자로 구성된 국제 공동 연구팀이 2016년 지구촌 기상 이변의 원인을 분석한 뒤 내린 결론은 ‘기후변화’다.

연구 분석 대상은 역대 최고를 기록한 지구표면 온도, 인도에서만 사망자가 500명 이상 발생한 아시아의 혹서, 태평양 수온 상승으로 인한 세계 최대 산호초지대인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대규모 백화현상, 알래스카 해안의 유해 해조류의 전례 없는 이상 번식 등이 포함됐다.

그 결과, 남아시아에서 2015~2016년 때처럼 극심한 가뭄 발생이 지난 60년 사이 3배로 증가한 것을 비롯해 27건 중 21건은 기후변화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또 기후변화로 인해 지난해 중국 우한지역 기록적 폭우 같은 일도 1961년에 비해서는 발생 가능성이 10배나 더 커진 것으로 추산됐다.

이처럼 기후 변화로 인해 속출하는 피해에 국내도 민감하게 대응 중이다. 학교에서는 기후 변화 방지 수업과 해결 방안 등을 많이 논의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 기후변화 관심을 이끌기 위해 '기후변화 대응 작품 공모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정부 역시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17일 여름철 재난 대책을 발표했다. 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환경부·방송통신위원회·기상청은 합동으로 기후변화를 고려한 분야별 풍수해 개선 대책과 올해 자연재난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특히 올해 여름철 기온은 평년보다 높다는 전망에 폭염 대책도 마련했다.

정부는 먼저 기상이변에 대비해 기준과 제도를 정비하기로 했다. 국지성 집중호우로 대규모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만큼 부처별로 하천과 하수시설 등 각종 시설의 설계기준을 강화하고, 지역별 방재성능목표를 높여 강화된 기준에 따라 시설을 보강하기로 했다. 또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는 최근 호우특성을 반영해 기존 6시간·12시간 단위의 호우 특보 기준을 3시간·12시간 단위로 개선했다.

정부는 특히 올해 여름철 기온은 평년보다 높다는 전망에 폭염 대책도 마련했다. 격오지 등 무더위심터를 지난해에 비교해 5.5% 늘린 4만 5284개소로 확대 지정했다. 도시 폭염 피해를 막기 위해 유동인구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도로 그늘막 등 생활 밀착형 폭염 저감시설도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전국 2648개소 인명피해 우려 지역에 대해 시․군․자체 전수점검,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시․교차점검과 중앙 표본점검 등을 통해 위험요소를 사전에 정비했다. 류희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여름철 자연재난 대책기간 동안 관계기관이 힘을 모아 국민 안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민희 기자 cal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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