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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의 비는 어느 덧 아름다웠다
  • 성지윤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7.2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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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 기후는 사람에게 큰 영향을 주는 환경적 요소다.

지리학적 위치에 따라 각 나라는 물론이고 한 나라 안에서도 기후와 날씨가 다름의 이유는 문화, 삶의 모습 그리고 성향을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도록 만든다.

햇빛이 강렬한 남미지역은 사람들의 성향도 밝고 낙천적이다. 이러한 것의 반영으로 화려한 색감을 즐겨 사용하고 음악도 대체로 경쾌한 리듬과 함께 밝고 긍정적인 면모를 보이는 음악들이 많다.

이에 반해 러시아 같은 나라는 해가 잘 들지 않고 전반적으로 추운 기후로 인해 사람들의 성향도 무겁고 진지한 면이 있다.

특히 추운 기후로 인한 러시아 사람들의 원활하지 못한 외부 활동은 개인적인 실내 활동을 하게 하는 계기가 되어 문학, 미술, 음악 등 예술분야에서 많은 거장들을 낳기도 했다.

이렇듯 우리의 삶 곳곳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 및 날씨의 여러 조건 중에서도 큰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는 비가 아닐까 싶다.

사람들마다 날씨에 대한 저마다의 기호가 있다. 햇볕 쨍쨍한 맑은 날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어릴 적부터 맑게 게인 햇살 가득한 날씨를 좋아했었다. 지금도 이러한 성향에는 변함이 없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바뀐 것이 있는데 바로 맑은 날에 더해 비 오는 날도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우산을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과 옷과 신발이 더러워지는 것에 대한 불쾌함 그리고 울적한 기분이 비 오는 날에 대한 느낌의 전부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비가 주는 여러 가지 느낌. 빗소리, 비 냄새와 함께 이러한 것들이 주는 분위기, 비 내리는 날의 낭만을 알게 된 것이다.

▲That rainy day가 수록된 앨범 [Sentimentalism]

이렇듯 언제부터인가 비 자체를 즐기게 되면서 즐겨듣는 음악이 몇 곡 있는데 박종훈의 ‘That rainy day'라는 곡이 그 중 하나다.

박종훈은 2014년도 화제드라마 ‘밀회’에서 실력과 인품을 모두 갖춘 조인서 교수 역을 맡았던 피아니스트다.

그는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하여 세계적인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정통 클래식 피아니스트이지만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재즈, 뉴 에이지등 다른 장르에 대한 도전을 통해 음악적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는 연주가다.

여기에 더해 클래식 프로그램 진행자, 라디오 DJ, 공연획자. 음반 제작자, 작곡가, 그리고 연기자까지 다채로운 변신을 하고 있는 피아니스트다.

5살에 피아노를 치면서 작곡을 한 음악신동이었던 박종훈은 정작 본격적인 피아니스트로써의 길은 약간 늦은 나이인 13세에 시작하게 된다.

이후 15세에 서울 시향과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협연하면서 데뷔했고 국내 최고권위의 동아콩쿠르(2위),중앙콩쿠르(1위) 외에 2000년 이탈리아 산데모 클래식 국제콩쿠르에서는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우승. 그 후에도 다양한 국제콩쿠르에서 입상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지녔다.

정열적이면서도 섬세한 감성과 함께 진중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연주로 청중을 사로잡는 피아니스트 박종훈은 한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왕성한 연주활동과 음반을 통해 이미 많은 음악 팬을 보유하며 사랑받고 있다.

2004년 발매된 정규앨범 [Sentimentalism] 내에 수록곡인 ‘That rainy day’는 크게는 클래식적 견고함의 테두리가 엿보이기는 하나 대체적 음악의 흐름이 자유롭고 유연하다.

몽환적인 느낌이 음악의 외부에서 내부를 향해 아름답게 감싸 안으며 유영하듯 진행되고 음악전반의 외피를 둘러싼 구조적인 틀 속에서의 자유로운 음악적 진행은 무겁게 내리깔리며 선율이 흐르지만 전체적으로는 화려하고 촉촉하다.

비 오는 날 창문을 열면 들리는 빗소리와 퍼져오는 비 냄새와 어우러진 이곡은 평범한 일상과 감성에 습기를 퍼뜨리고 차가운 빗소리가 따스하게 다가온다.

어느덧 좋아하게 된 ‘비’라는 날씨 조건으로 인해 더욱 좋아하게 된 그림을 하나 소개한다.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비 오는 날의 파리거리-Paris Street, The Rainy Day’ 귀스타브 카유보트는 인상주의 시대의 중요한 화가이자 후원자로 19세기의 파리의 모습을 사실적이면서도 아름답게 그린 화가다.

상류층 부르주아의 아들로 경제제적 어려움이 없던 그는 미술가가 되기를 희망했지만 가족들의 반대로 잠시 꿈을 접는다.

그 후 만난 모네, 르느아르, 드가, 세잔 등 인상주의 화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다시 그림을 그리면서 그들을 후원한 카유보트는 진심으로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들을 사랑하고 지지했다.

그리하여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사주고 전시회를 주관하고 경제적 원조를 해주는 등 그들을 도우면서 진정으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며 살았다.

또한 대부분의 작가들이 여성을 많이 그렸던 것에 반해 그는 남성을 대상으로 작품을 많이 그림으로써 다른 인상파 화가들과 자신의 차이점을 드러내고 싶어 했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던 작가로써의 카유보트는 주로 파리의 일상적인 모습을 주제로 그리거나 커다란 도로, 광장, 다리, 다리 위를 걷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며 파리 풍경을 표현했으며 부르주아였음에도 파리의 일반 서민들의 삶의 모습과 일상들을 사실적이면서도 차분하게 그려냈다.

당시로썬 상당히 독특한 구도로 작품을 구성한 카유보트의 ‘비오는날의 파리거리’는 투시화법의 일종인 선원근법(투시 원근법) 중 소실점이 두개인 ‘이점투시’로 그려진 대표적인 그림이다.

▲비오는 날의 파리거리 Paris Street, Rainy Day

19세기 말의 파리의 도시풍경을 그린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는 이 작품은 내가 가졌던 어린 시절의 비에 대한 느낌인 우중충함은 찾아볼 수 없이 청초하고 깔끔하다. 그래서 그런지 이 그림을 볼 때 마다 상쾌한 비 냄새가 맡아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색감도 너무나 아름답고 투명하게 표현되어 보는 이를 설레게 한다. 인상주의 작가들 작품 중에서도 가장 사랑하는 구스타브 카유보트의 ‘비오는날의 파리거리’.

이어지는 폭염 속에 지쳐있는 분들을 위해 시원한 비를 소재로 한 두 작품을 미리 선물한다.

성지윤 칼럼니스트  claramusic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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