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 인형탈 알바노동자 폭염에 실신
롯데월드, 인형탈 알바노동자 폭염에 실신
  • 김소희 기자
  • 승인 2018.08.14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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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사고 직후 바로 119 신고 안 해
▲롯데월드에서 일하던 한 아르바이트직원이 열사병으로 쓰러졌는데도 119 구조대를 부르지 않고 상태가 악화된 뒤에나 병원으로 옮긴 것으로 드러나 늦장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MBC뉴스 캡처)

[한국뉴스투데이] 롯데월드의 한 아르바이트직원이 폭염 속 노동 중 열사병으로 쓰러졌는데도 사측은 당장 119 구조대를 부르지 않고 상태가 악화된 뒤에나 병원으로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7월 24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롯데월드 어드벤처 인형탈 알바노동자 A씨(20대)가 폭염 속 퍼레이드 공연 도중 열사병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호흡이 안 돼서 약간 비틀비틀 거렸다고 해야 되나, 그렇게 하다가 쓰러진 것으로 기억난다"며 "온도가 너무 뜨거워서 제가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A씨의 동료들에 따르면 응급상황이 발생하고 난 직후 119에 연락하려고 하자 현장감독이 “누워있으면 괜찮다”며 주변에 알리지 말라고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A씨는 24일 오후 2시, 퍼레이드 공연 후 대기실로 이동하던 중 갑자기 쓰러졌다. 이에 놀란 동료 B씨가 현장 감독에게 연락을 취하자 병원에 데려가거나 의무실에 가보라고 했다. B씨가 병원비를 결제하고 영수증을 챙겨오겠다고 하자 병원에 가도 똑같으니까 의무실 데려가라는 대답이었다.

의무실로 옮겨진 A씨의 당시 최고혈압 수치는 163을 넘어섰다. 의무실 간호사는 열사병이 의심되니 당분간 공연을 중단하고 병원 검사를 받아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A씨는 3시간 정도 침대에서 휴식을 취했고 다음날 스케줄 표 공연자 명단에도 이름이 그대로 올라가 있었다.

A씨는 이튿날인 25일 퍼레이드 공연 도중 또다시 쓰려졌다. 이날 A씨는 의무실이 아닌 대기실 맨바닥에 옮겨졌다. 동료들은 119구급차를 부르려고 했으나 현장감독이 탈진인 것 같다면서 누워 있으면 괜찮다고 해 시간은 더욱 지체됐다.

A씨는 호흡이 가빠지고 경련과 구토 증세에 대답도 못하고 점점 의식이 없어지는 상황에까지 가서야 119 구급차에 오를 수 있었다. A씨가 쓰러지고 나서 구급차 부르는데 까지 이미 45분이 소요되었다.

이날 119 구조대 출동 내용을 살펴보면 “14:54 현장 도착, 의식이 없는 상태, 부분적으로 경련 일어남, 혈압 떨어지지 않게 유지 조치, 건국대학교 병원으로 이송 5~6분”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동료 B씨는 “회사는 알바노동자가 쓰러진 사실이 외부로 알려 질까봐 구급차를 부르지 않았다. 대기실에 눕혀 놓은 채 쉬쉬했다. 공연할 인원이 안 나와서 스케줄이 안 나오면 인원을 더 채용하거나 배역을 빼야 하는데 무리하게 스케줄에 넣어서 사람을 쓰러지게 만드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형탈 알바노동자들은 타이즈에 옷을 겹겹이 껴입고 장갑까지 낀 채 인형탈을 쓰고 퍼레이드 공연을 한다. 최근 폭염 속에서 이 노동자들은 두통, 어지러움, 가슴통증 등에 시달린다고 호소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14일 롯데월드 관계자는 인형탈 알바노동자가 열사병으로 쓰러졌는데도 119를 바로 부르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날 쓰러져 의무실로 옮겼을 때는 A씨가 괜찮다며 검사 거부를 했고, 25일 쓰러졌을 때도 내부의무실로 옮겼는데 맥박, 혈압 다 정상이라는 간호사의 말에 대기실에서 쉬게 했다”며 상태가 악화된 후에 119를 불렀다고 말했다.

또 “하루 총 4회 공연에서 공연시간은 15~20분, 휴게시간은 1시간 반~2시간”이라며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언급했다. 덧붙여 “이번 사고를 계기로 향후 퍼레이드 공연 노동자들의 개별적 면담 후 조치를 취하기 위해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폭염에 노출된 사각지대, 이번 롯데월드 노동자의 사고와 관련해 정의당 강은미 부대표는 “지난해 롯데시네마,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이어 유사한 방식으로 법 위반이 반복된 것은 롯데그룹의 후진적인 노동인권 의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회사 측은 청년 알바노동자들에 대해 공식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롯데그룹 알바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소희 기자 kimsh882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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