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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 투더... 한 편의 서정시로 물든다수풀 가운데 사과나무 같은 여자

나는 샤론의 수선화요 골짜기의 백합화로다 
여자들 중에 내 사랑은 가시나무 가운데 백합화 같도다
남자들 중에 나의 사랑하는 자는 수풀 가운데 사과나무 같구나
내가 그 그늘에 앉아서 심히 기뻐하였고 그 열매는 내 입에 달았도다.
(솔로몬의 아가서 중에서)

사진 제공= 마노엔터테인먼트

가을비가 차분히 내리는 저녁이다. 차분한 걸음으로 숲속 공원을 산책하듯 영화 <타샤 투더>를 봤다. 연분홍 작약 꽃잎의 순결을 사랑했던 한 여자의 생애가 한 편의 서정시처럼 내 마음을 가을 단풍으로 물들인다.

2015년 미국 보스턴에서 출생하여(2008년 사망) 92세까지 21세기를 살았지만, 타샤는 현대의 생활 방식을 마다하고 그녀가 동경한 1830년대의 자급자족의 생활로 오롯이 회귀한다. 바깥일로 늘 바빴던 어머니 대신 유모 손에 자라면서 집안일을 배웠고 부엌일이나 농장 일을 무척 좋아한 그녀를, 화가였던 모친은 못마땅해 했다고 한다. 타샤는 정규 교육도 16세에 마감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농장 일과 그림 그리기에 심취한다.

사진 제공= 마노엔터테인먼트

우리 손이 닿는 곳에 행복이 있다

“다림질, 세탁, 설거지, 요리 같은 집안일 하는 것을 좋아하고 직업을 물으면 늘 가정주부라고 적는다.”는 그녀지만, 남편과 자녀 넷을 부양하기 위하여 생계 수단으로 삽화를 그렸다고 한다. 포트폴리오를 들고 뉴욕의 모든 출판사를 찾아 다녔지만 모두 거절당했고 유명 아동도서 출판자로부터 “당신의 그림은 꽃 카탈로그 같다”는 평을 받기도 했으나, 다행히 옥스퍼드대학교 출판국에서 ‘호박 달빛(1938)’을 받아줬다고 한다. 그녀 나이 23세 때.

그 후로 <비밀의 화원>, <소공녀> 등의 삽화를 비롯하여 70년간 100권이 넘는 그림책을 출간했다. <1은 하나 1 is One>, <머더 구스 mother Goose>로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칼데콧’ 상을 두 번 수상했고, 아동 도서 발전에 공헌한 사람에게 주는 명예 훈장 같은 '리자이너 메달'을 수상했다. 미국인의 마음을 가장 잘 담아냈다는 평을 받는 명실상부 미국의 대표적 동화 작가다.

사진 제공= 마노엔터테인먼트

노년이 행복했던 여자

타샤에게는 꿈이 있었다. 사계절이 뚜렷한 버몬트에 농장을 갖고 싶었다고 한다. 그 꿈은 그녀 나이 56세에 이루어진다. 1000여 평의 정원에 목수 아들이 직접 지어 준 19세기 스타일의 집에서 그녀가 사랑하는 꽃과 코기 개와 닭과 비둘기와 토닥이며 36년을 살았다. 수확한 사과를 틀에 갉아 즙을 내고 파이를 만들고 옛날 방식으로 양초를 만들어 그 촛불 아래서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린다. 버몬트 시골 농장의 일상들은 그녀의 손끝에서 그림책으로 태어나 도시문명 속으로 전달되고 그녀의 그림책들은 천국에서 온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독자들의 마음을 천국으로 인도한다. 30여년의 세월이 하루의 일상처럼, 91세의 나이에도 그녀는 정원의 잡초를 뽑고 시든 꽃을 잘라내며 정원의 구석구석을 돌며 아픈 곳들을 치료한다.

그녀의 책갈피에 곱게 꽂아 놓은 네잎 클로버 같은 여자, 일상의 노동을 즐거이 사랑한 여자, 솔로몬의 시처럼 가시나무 가운데 백합화 같은 여자. 수풀 가운데 사과나무 같은 여자.

그녀의 92세의 인생이 고요한 물속에 잠든다. 그 수면 위로 가을바람이 잠시 쉬어 간다.

영화 <타샤 투더>는 일본 NHK TV에서 4차례에 걸쳐 방송됐던 것을 마츠타니 감독이 극장용 다큐멘터리로 만든 영화로 10년에 걸쳐 타샤와 그녀의 정원을 담았다.

곽은주 기자  cineeun6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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