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게임의 끝판왕, ‘보드게임’의 매력 속으로
가족 게임의 끝판왕, ‘보드게임’의 매력 속으로
  • 김민희 기자
  • 승인 2018.10.3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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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전쟁, 언어, 음악, 미술, 스포츠, 투자…다양한 분야가 재미와 만난 ‘보드게임’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많이 판매된 보드게임은 의외로 간단한 게임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뉴스투데이] 키즈 놀이터나 뽀로로 박물관, 애니매이션 센터까지 아이가 원하는 곳은 다 갔다. 아빠와 함께 하는 문화 강좌도 주말마다 참석해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주말마다 놀아달라는 아이. 이제 아빠는 ‘무엇’을 하고 놀아줄 것인가를 매주 고민해야 한다. 열성 아빠들이 나름의 방법으로 아이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 아빠들에게 재미와 교육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놀이, 보드게임을 제안한다.

아빠와 아이, 가족이 함께 즐기는 것이 가능한 보드게임은 즐겁고 짜릿할 뿐만 아니라 교육적인 효과까지 있다. 보드, 카드, 타일 등 유형의 물리적인 도구를 이용해 정해진 규칙에 따라 승패를 가리는 게임, 보드게임은 팔색조 매력을 지닌 아빠의 ‘구세주’다. 요즘처럼 스마트폰 때문에 한 공간 안에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있더라도 한 가지 주제를 놓고 함께 이야기 하거나 즐겁게 웃는 것이 많이 어려워진 이 때 보드게임은 그 치명적 매력을 발산한다.

▲아빠들에게 재미와 교육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놀이로 보드게임을 제안한다.

보드게임의 꽃, ‘카탄’
보드게임에서 ‘카탄의 개척자(이하 카탄)’을 빼 놓을 순 없다. 카탄은 독일의 보드게임 작가 클라우스 토이버(Klaus Teuber)가 만들고, 독일의 제작사 코스모스(Kosmos)가 발매한 문명 개발 보드게임이다. 이 게임은 1995년 발매된 뒤 독일의 유명한 2대 게임상(올해의 게임상 'Spiel des Jahres'과 독일 게임상 'Deutscher Spiel preis')을 모두 수상하며 보드게임 대중화에 성공, 독일에서 국민 게임의 지위를 얻었다. 대개 보드게임 전문가들은 플레이하기 쉬운 가족 게임을 지지하는 성향이 있고, 보드게임 팬들은 복잡하고 묘미 있는 게임에 좋은 평가를 내리는 편이다. 카탄이 위의 두 상을 모두 수상했다는 것은 게임성, 대중성에서 모두 높은 평가를 받았음을 의미한다.

독일에서 카탄이 크게 성공하자, 독일 보드게임 업계에는 많은 인재들이 모였고 독일 보드게임 산업은 양과 질 모든 면에서 크게 성장했다. 이후 카탄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 현재까지 1800만 카피 이상이라는 경이적인 판매고를 올렸다. 카탄은 무인도에 도착한 개척자들이 나무, 흙벽돌, 철, 밀, 양모 등의 자원을 얻어 마을을 만들고, 마을을 도시로 발전시키며 경쟁하는 게임이다.

게임 시작 시 주사위 2개를 굴리고, 그 합이 되는 숫자 칸에 인접한 개척지나 도시를 발전시킬 수 있다. 모은 자원을 이용해 도시 확장을 위한 도로 건설, 새 위치에 마을 건설, 마을을 도시로 올리기, 발전 카드 구입 등을 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부족한 자원을 다른 플레이어와 바꾸는 등 협력을 하거나, 좋은 위치에 먼저 마을을 짓기 위해 경쟁하기도 한다. 일정 레벨의 개발에 먼저 도달한 사람이 게임에서 승리한다.

카탄은 아이들의 경제관념 인식, 무역의 개념습득, 공정함을 기르기에 좋은 게임이다. 난이도에 비해 러닝 타임이 길어 인내력과 지구력에도 좋다. 특히 카드를 획득하기 위해 모든 플레이어가 던지는 주사위의 영향을 받아 지루해 하지 않고 게임에 쉽게 집중하게 만들 수 있다.

▲사람과 직접 대면하며 즐기는 게임이다 보니 인성과 사회성은 물론, 게임을 하면서 창의력, 집중력, 사고력 그리고 승패를 통한 감정조절력 등 교육적인 측면의 효과가 뛰어나다.

쉽고 간단한 게임은 ‘할리갈리’
2002년 보드게임 카페가 붐처럼 우후죽순 생긴 이래 카탄을 필두로 다수의 해외 전략 게임이 국내에 소개됐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많이 판매된 보드게임은 간단한 게임이다. 그 중 가장 잘 나가는 게임이 바로 ‘할리갈리’다. 할리갈리는 지난 10여 년간 국내에서 독보적인 캐주얼 게임으로 자리 잡은 보드게임이다. ‘과일 다섯 개가 보이면 종을 쳐라’라는 한 마디로 압축되는 간단한 규칙, 속도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극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환경, 재미를 극대화하는 소도구 '종'의 사용 등 간단하지만 흥미로운 게임 요소가 많은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다.

할리갈리의 과일은 딸기, 바나나, 라임, 자두 4종이며, 카드에는 각각의 과일이 1개에서 5개까지 그려져 있다. 먼저, 카드를 잘 섞은 뒤 모두 똑같이 카드를 나눠 갖는다. 카드 더미는 그림이 보이지 않도록 뒤집은 채 각자 앞에 둔다. 각 플레이어들은 서로 돌아가면서 카드 더미에서 맨 위에 있는 카드를 1장 펼친다. 카드를 펼칠 때는 상대방이 먼저 볼 수 있도록 바깥쪽으로 펼쳐야 하고 과일이 5개가 되면 종을 친다.

어떤 한 종류의 과일이 5개가 되면 재빨리 종을 쳐야 한다. 종을 가장 빨리 친 사람은 현재까지 테이블에 쌓인 카드들을 가져가 자신의 카드 더미 밑에 넣는다. 실수로 종을 잘못 친 경우에는 모든 사람들에게 카드를 1장씩 나눠줘야 한다. 이렇게 해서 카드를 모두 잃은 사람은 게임에서 탈락하고, 최후까지 남은 사람이 게임에서 승리한다.

할리갈리의 가장 큰 장점은 쉽다는 것이다. 자녀가 어리거나 지구력이 낮다면 함께 즐기기에 적합하다. 또 러닝 타임이 긴 게임에 몸이 근질근질해지는 타이밍이라면 제격이다. 그림 인지, 빠른 숫자 훈련이 가능하지만 종을 치는 과격한(?) 액션으로 가끔 나올 수 있는 부상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패밀리게임이나 교육게임 등 심플하지만 교육적인 측면이 가미되어 있는 게임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타일놓기의 절대강자 ‘카르카손’
카르카손은 카탄과 함께 21세기에도 보드게임이 건재하다는 것을 상징하는 게임으로 평가되는 보드게임이다. 카르카손은 독일의 2대 유력한 보드게임상을 비롯해 당시의 각종 중요한 보드게임 상을 대부분 휩쓸었다.

카르카손은 러닝 타임이 적당(40분 정도)하며, 규칙이 간결하면서도 전략성이 있어, 타일을 연결해나가는 보드게임의 완성형으로 평가된다. 덕분에 해당 카테고리에서 딱히 비교 대상이 될 만한 게임이 아직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카르카손은 발매 후 15년 가까이 된 지금도 다양한 확장판과 관련 게임으로 등장하며 식지 않는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카르카손은 타일을 놓아 도시를 만들어가는 게임이다. 카르카손에는 길, 성, 들판, 수도원 등이 그려진 타일들이 있는데, 이 타일들을 연결해 도시를 만들면 된다. 자기 차례가 되면 타일 하나를 무작위로 뽑고 그림을 이어 붙인다. 타일을 붙일 때는 길이나 성 등의 그림이 연결되도록 놓아야 한다. 작은 타일 위에 타일이 붙어 2개가 되고 3개가 되며 점점 커질 것이다. 원한다면, 이번에 놓은 타일 위에 말(도시의 시민)을 놓을지 말지 결정할 수 있다. 타일 위에 올려둔 말은 길, 성, 들판, 수도원 등이 완성되면 점수를 얻고 회수할 수 있다. 길, 성, 들판, 수도원을 완성하고 점수를 얻는다는 규칙은 우리가 익히 잘 아는 ‘땅 따먹기’ 놀이와 비슷하다.

카르카손은 난이도가 어렵지 않지만 단순함 속에 다양한 사고능력이 가능한 게임이다. 그림을 이어 붙여서 길을 만드는 것이 기본 룰인 만큼 아이들의 공감각 능력과 인지능력,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재미있는 보드게임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많이 판매된 보드게임은 의외로 간단한 게임으로 각광받고 있다.

보드게임 삼신기(三神器) ‘루미큐브’
카드게임 ‘훌라’의 보드게임 버전으로 설명할 수 있는 루미큐브는 국내에서 2000년대 보드게임카페 붐을 타고 할리갈리, 젠가와 함께 보드게임 삼신기(三神器)로 알려졌다. 루미큐브는 숫자 1부터 13까지 4가지 색(빨강, 주황, 파랑, 검정)의 타일 2세트와 조커타일 2개로 이루어져 있다. 총 106개의 타일을 섞어 7개씩 쌓고, 각자 14개의 타일을 가져가 자신의 받침대에 정렬해 놓는다. 이 타일들을 규칙에 맞게 먼저 모두 내려놓는 사람이 게임에서 승리한다.

타일을 내려놓으려면 같은 숫자의 다른 색깔 타일(Group)이나, 같은 색깔의 다른 연속된 숫자(Run)로 3개의 이상의 타일을 조합해야 한다. 처음에 타일을 내려놓을 때는 내려놓는 타일의 숫자 합이 30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것을 ‘등록’이라 한다. 두 개 이상의 조합을 내려놓아 그 합계를 30 이상으로 맞춰도 된다. 등록 이후에는 조건이 맞는다면 타일을 낱개로 내려놓을 수 있으며, 기존 조합을 재조합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3이 4개 붙어있는 타일에서 빨간색 3을 떼어낸 후, 내가 가진 빨간색 1, 2 타일을 붙이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제한시간 1분 동안 여러 개의 조합을 분해, 재조립할 수 있다. 하지만 조합이 만들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벌칙으로 타일 3개를 가져가게 되니 신중해야 한다. 조커(Joker)를 사용하면 조합을 더 원활하게 만들 수 있다.

조커는 색상과 무관하게 사용할 수 있으나, 게임이 끝날 때까지 들고 있다가 지면 큰 마이너스 점수를 받는다. 만약 조합을 만들 수 없다면, 쌓여있는 타일 더미에서 타일을 1개 가져오면 된다. 자신의 타일을 전부 내려놓으면 그 즉시 '루미큐브'라고 외친다. 누군가 타일을 모두 내려놓으면, 그 즉시 게임이 끝난다.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가진 타일의 숫자 합을 마이너스 점수로 받고, 승자는 모든 사람들의 마이너스 점수를 플러스 점수로 가져온다.

루미큐브는 현재까지 5000만 개 이상 팔렸고 56개국에서 26개의 다른 언어로 출판될 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이다. 아직까지도 매년 세계적인 ‘루미큐브 대회’가 열릴 만큼이니 아이들에게 수학적 두뇌 개발에 큰 효과를 줄 수 있는 보드게임이다.

▲보드게임은 보편적으로 아이들의 경제관념 인식, 무역의 개념습득, 공정함을 기르기에 좋은 게임이다.

재미와 교육을 한 번에
이처럼 보드게임 놀이는 교육의 효과도 있지만 가족들과 다 함께 할 수 있다는 점, 집중력과 인내심, 승부욕을 가르쳐 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질서 지키기를 가르쳐 준다. 또한 보드게임은 사람과 사람이 대면하는 게임이다. 사람과 사람이 대면하는 그 순간 발생하게 되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이 바로 보드게임이 지닌 가장 치명적인 매력이다.

혼자 게임 속 세계에 빠짐으로 발생하게 되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아예 없는 셈이다. 더군다나 사람과 직접 대면하며 즐기는 게임이다 보니 인성과 사회성을 자연스럽게 키워주고 게임을 하면서 창의력, 집중력, 사고력 그리고 승패를 통한 감정조절력 등 교육적인 측면의 효과까지 기대가 가능하니 인기가 없을 수 없다. 함께 머리를 모아 보다 나은 방향을 추구하고, 즐겁게 어울리며 짜릿한 재미까지 추구할 수 있는 게임은 흔하지 않다.

보드게임을 홈스쿨, 방과후 수업, 영재학원 등에서 폭넓게 교재로 활용했고, 이로 인해 보드게임이 지닌 교육적 효과가 뚜렷하게 부각되면서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또한 스마트 폰의 대중화로 인해 모바일 게임에 중독되는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이로 인해 발생되는 악영향을 염려한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보드게임을 권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다른 사람의 차례에는 기다리면서 내 차례가 와야 주사위를 던질 수 있는 것이 보드게임이다. 아이들은 그 과정에서 대인관계에서의 가장 기본적인 룰을 자연스레 익히게 된다.

이미 유럽의 경우는 보드게임이 폭넓게 보급되어 있기에 전략게임과 게이머스게임이 인기가 많다. 미국의 경우는 파티게임, 패밀리게임 등 단순한 룰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 인기가 많으며,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패밀리게임이나 교육게임 등 심플하지만 교육적인 측면이 가미되어 있는 게임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올 봄, 아이들과 함께 캠핑장을 가거나 가정에서 복잡한 놀이보다 간단하고 재미있는, 교육의 효과까지 함께 할 수 있는 보드게임 한 판이 가족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김민희 기자 cal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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