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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디 아일: 원제 In The Aisles>... 파도소리가 들리는가?슈퍼마켓의 하루

네가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먹을 것을 먹으리니 네가 그것에서 취함을 입었음이라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성경 창세기 중에서).

사진 제공= M&M 인터내셔널

<인 디 아일: 원제 In The Aisles>을 봤다. 독일 영화다. 푸른 새벽을 달리는 첫 장면부터 이미 빠져들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두 남자 브루너(페터 쿠르트)와 크리스티안(프란츠 로고스키) 그리고 두 남자 사이의 마리온(산드라 휠러). 특별한 기술이 필요할 것 같지 않은 일을 그들은 매일 신중하게 수행한다. 천장에 닿을 만큼 높이 쌓인 상품들을 지게차로 조심스럽게 내리고 올리며 마치 지게차와 한 몸처럼 상품 진열대 통로를 자유자재로 누빈다. 상품을 진열하고 청소하고 유통기한 지난 식품들을 폐기하고 또 새 상품으로 진열한다. 반복되는 이 일을 위하여 그들은 출근하고 퇴근한다. 마치 잠을 자기 위하여 집에 갔다가 잠이 깨면 서둘러 회사로 돌아오듯이,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한다. 매일 폐기하는 식품이 쌓이는 만큼 노동의 피로도 쌓이고 노동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인 만큼 하루하루 세월이 소멸한다. 고단한 일상이며 사는 것이 고단하다.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 작업 중에 꿀맛 같은 15분 휴식 시간을 이용하여 체스 게임을 즐기고, 자판기 커피에 중독되어 직원 휴게실을 서성이고, 화장실에 숨어서 담배를 나눠 피며 동료들에 대한 시시콜콜한 정보도 나눈다. 일하는 모양새만 다를 뿐 대다수 직장인들의 모습이다. 밥벌이의 고단함이라니! 고단한 밥벌이의 반복되는 일상성이 이렇게 아름답고 숭고하다니... 초겨울 새벽 공기처럼 코끝이 아려서 와락 눈물이 쏟아졌다. “네가 흙으로 돌라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먹을 것을 먹으리라” 한 형벌은 정말 죽어야만 끝나는 것인가?

사진 제공= M&M 인터내셔널

고참 브루너와 신참 크리스티안 그리고 고참도 신참도 아닌 마리온. 그들은 독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산 증인들. 독일이 통일되기 전에 동독체제에서 화물 트럭운전을 했던 브루너와 그의 동료들은 통일이 된 후 화물트럭에서 지게차를 운전하는 슈퍼마켓 직원으로 업무가 바뀐다. 고속도로를 질주하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브루너는 끝끝내 바뀐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 한 것일까? 끈끈한 팀웍을 자랑하면서도 수 십 년 함께 일 한 동료에게는 사적인 고통을 털어 놓지 못하는 단절의 침묵이 너무 깊었을까? 감독은 부로너와 크리스티안 마리온의 사적 공간인 집을 보여 주면서 그들의 상처와 결코 행복하지 않은 상황을 과장 없이 보여준다. 과장되지 않은 영화의 드라마는 사운드 트랙을 통하여 영화의 진중한 깊이를 더해준다.

사진 제공= M&M 인터내셔널

하루 또 하루 우리는 진정 무엇을 위해 사는가? 무엇을 사랑하며 사는 것일까? 어쩌면 오늘도 대형 마트에서 무심하게 마주쳤을 지도 모르는 두 남자의 구슬땀이 마켓 통로 사이사이에 숨은 꽃처럼 피어난다.

감독은 토마스 스터버. 베를린영화제 독일예술영화조합상과 에큐메칼 심사위원상 수상을 비롯하여 독일 영화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수상, 그 외에 다수의 국제영화제에 초청되고 상을 받은 수작. 사운드 트랙으로 사용된 Son Lux의 ‘Easy’가 이처럼 잘 어울리다니....

곽은주 기자  cineeun6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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