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 잡기 불안해" 교통사고 3대 원인으로 본 이유
"운전대 잡기 불안해" 교통사고 3대 원인으로 본 이유
  • 이근탁 기자
  • 승인 2019.04.3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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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졸음운전, 초보운전’
불안감 커져, 내수시장도 위축
▲블랙박스로 촬영된 교통사고 영상 (사진/유튜브 '몇대몇?블랙박스')
▲블랙박스로 촬영된 교통사고 영상 (사진/유튜브 '몇대몇?블랙박스')

[한국뉴스투데이] 지난 3월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2018년도 국내 교통사고사망자 수는 3,781명으로 전년도와 비교해 약 10%가량 감소했다. 음주단속 강화, 도시 제한속도 하향, 전 좌석 안전띠 의무화 등 새롭게 도입된 교통 관련 제도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망자 수는 줄은 것에 반해 전체 사고건수는 증가하는 등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운전대 잡기가 불안하다는 목소리다.

위험한 도로 상황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대한민국의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약 10명으로 36개 회원국 가운데 6번째로 높은 수치다.

2016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보행자의 비율은 39.9%OECD평균치 19.7%2배 수준으로 국내 보행자 교통안전이 회원국 가운데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 국내 교통사고 사망률이 감소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외국 통계와 비교하면 여전히 국내 교통안전 상황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2000년대 초반부터 대중화된 차량용 블랙박스를 통해 촬영된 사고영상이 SNS나 유튜브 등을 통해 여과 없이 확산되면서 교통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교통사고 영상을 소재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한 유튜버의 게시물 조회수가 500만 건에 달하는 등 관련 영상이 화제를 모으며 운전자들의 불안함을 체감할 수 있다.

▲2018년 10월 음주단속에 적발된 민주평화당 '이용주'의원 (사진/이용주의원 블로그)
▲2018년 10월 음주단속에 적발된 민주평화당 '이용주'의원 (사진/이용주의원 블로그)

교통사고 원인 3가지 유형, ‘음주·졸음·초보

현재 SNS나 커뮤니티 등으로 확산된 교통사고 피해 영상들을 종합해 보면 사고 주요 원인이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나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음주운전이다.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는 346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3,781명의 9.1%에 이르는 수치다.

특히 2016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음주운전 재발률은 50.59%에 달한다. 이에 음주운전 적발 시 음주운전 습관 개선이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하고, 형사처벌 및 영구 면허정지 처분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제 리쌍의 멤버 과 슈퍼주니어 강인이 각각 3, 2번에 걸쳐 음주단속에 적발돼 여론의 뭇매를 맞는 등 음주운전은 고칠 수 없다 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편 현재까지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재된 음주운전 관련 청원은 2건이다. 특히 지난해 10해운대 음주운전 사망사건을 다룬 청원은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 강화 내용이 담긴 관련법 개정, 이른바 윤창호 법제정에 시발점이 됐다. 하지만 당시 윤창호 법 발의자 중 한 명인 민주평화당 이용주의원이 음주단속에 적발되면서 법안 취지 자체를 무색하게 했다.

▲아이돌 그룹 '머스트비' (사진/인스타그램)
▲아이돌 그룹 '머스트비' (사진/인스타그램)

음주운전 다음으로 심각한 교통사고 유발행위로 지목되는 것은 졸음운전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졸음운전 사고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졸음운전으로 이한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총 2002, 사망자는 77명이다. 2017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4,185명의 약 2% 수준이다. 하지만 음주운전과 달리 졸음운전을 판별할 수 있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졸음운전 사고 집계 과정에서 반영하지 못한 사고도 상당할 것이란 평가다.

특히 봄철 춘곤증으로 인한 졸음운전 피해가 매년 3월부터 5월까지 집중되고 있다. 이에 경찰은 지방 고속도로에서 운전자들에게 커피를 제공하는 이른바 커피폴리스까지 출동시키며 졸음운전 근절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한편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졸음운전 사례 중 대표적인 것이 연예인 매니저들의 열악한 근무여건이다. 지난 217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 머스트비의 매니저 손 모씨가 서울 올림픽대교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고 이대 목동병원으로 이송됐다. 함께 타고 있던 그룹 멤버 4명과 소속사 관계자 1명은 가벼운 부상을 입은 것으로 그쳤지만 손 모 씨는 병원 이송 직후 숨졌다. 당시 손 씨의 지인과 연예계 관계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사고 직전까지 담당 그룹의 바쁜 스케줄로 인해 졸음운전에 시달린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연예인 매니저의 졸음운전 문제는 지난 90년부터 본격적인 엔터테인먼트 산업 성장과 함께 꾸준히 제기돼 온 부분이다. 실제 지난 2003년 가수 보아의 매니저가 지방 공연을 가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뒤이어 2004년 그룹 원티드 멤버 서재호가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당시 경찰은 사고 원인으로 졸음운전을 지목했다. 일각에서는 이밖에 여론에 알려지지 않은 연예인 매니저들의 졸음운전 사고사례도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초보운전으로 인한 사고도 만만치 않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운전면허 응시자 도로주행 합격률은 약 50%대로 나타났다. 지난 201612월 운전면허시험 ‘T자 코스부활로 인해 면허 취득의 장벽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 T자 코스 부활 전인 2016년 기능시험 합격률은 89.9%에 달해 국내 자동차운 면허증이 물면허라는 오명까지 생겼다. 현재는 약 50% 수준까지 낮아진 수준이지만 여전히 외국 면허시험 체계와 비교해 국내 면허증 취득이 쉽다는 목소리다.

외국인들 시각에서 국내 운전면허시험 수준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찰청이 발표한 2016년 중국인의 국내 면허시험 응시자는 약 85천여 명으로 이중 6만 여 명이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우리나라와 중국의 교통 협정에 따라 국내 면허증을 통해 중국 내에서 운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자국 면허시험이 아닌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우리나라 면허시험을 응시하고 취득한 면허증을 현지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업계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기회로 보고 있지만 우리나라 국격을 떨어뜨리는 행태로 보고 있다. 앞서 2014년 중국 정부가 단기체류 중국인의 한국 면허 취득을 제재해 달라고 요구한 전례가 있다.

차 안 사는 사람들, 내수시장 위축

음주, 졸음, 초보운전으로 인한 사고 외에도 카셰어링을 통한 미성년자들의 무면허 운전, 차량 결함, 보복·난폭운전 등으로 인한 교통사고 영상이 매체를 통해 확산되면서 국민들의 도로안전에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운전자들의 이같은 불안감은 자동차 구매 저하로 이어진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판매량(내수)은 총 154만 여 대로 2017년 대비 0.3% 감소한 수치다. 국제유가상승이나 카셰어링, 카풀 등 관련 서비스산업 확산 등이 자동차 판매량 감소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앞서 언급한 음주운전, 졸음운전 등 교통안전에 대한 불안감 확산또한 자동차 시장 내수 위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미세먼지 저감 대책 등 환경적 시각에서 운전자들이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으로 전환되는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국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근탁 기자 maximt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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