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가 의료인?, 병원 내 업무분장 논란
간호조무사가 의료인?, 병원 내 업무분장 논란
  • 이근탁 기자
  • 승인 2019.05.08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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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무사가 의사 대신 시술까지 집도
간호인력 부족, 간호조무사로 충당
▲나이팅게일 선서를 하는 간호학과 학생들 (사진/뉴시스)
▲나이팅게일 선서를 하는 간호학과 학생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최근 의료계에서 간호조무사의(이하 간무사) 업무 범위를 규정할 수 있는 관련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비의료인으로 분류되는 간무사가 의사를 대신해 시술을 집도하는 과정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등 안전한 진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의 권리가 위협받고 있다.

이는 현행법상 간무사가 의사의 지시에 따라 주사 투약 및 시술까지 집도해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간호조무사의 업무, 어디까지?

지난 7일 제주지방법원에서는 의사가 간호조무사에게 연속종(물사마귀) 제거 대리수술을 시킨 사건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검사 측은 물사마귀를 제거하는 시술은 의료행위에 해당함에도 A 의사가 의료인이 아닌 B 간호조무사로 하여금 환자의 왼쪽 다리 부위에 있는 물사마귀를 제거하는 시술을 하도록 한 것은 의료법의 규제 대상이 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며 기소했지만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시술을 집행한 간호조무사가 14개월 동안 근무하면서 물사마귀 시술에 참관하거나 시술 방법을 지도받았다는 점이 무죄 선고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의료법 제802(간호조무사 업무)"간호조무사가 간호 및 진료의 보조를 수행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간무사가 의료인의 업무를 보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아 혼란이 나타난 것이다.

실제 환자들 사이에서 나에게 주사를 놔준 사람이 간호사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간호조무사였다는 경험담 또한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간무사가 간호사의 업무도 모자라 의사 업무까지 보고 있다는 목소리다.

간호조무사 선호 현상, ?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84분기 의료계 인력현황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 간호사 인력 규모는 193,909명으로 현재 간무사 인력 72만 명의 약 4분의 1 수준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법적 문제가 없으니 전문성은 부족하지만 인력 확보가 쉽고 임금도 적은 간호조무사를 통해 부족한 간호인력을 충당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추세다.

문제는 병원의 간호인력 확충의 노력이 줄어들다 보니 간호사의 업무부담이 증가하고, 안전한 진료 및 시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의 권리가 침해받는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간호대학 졸업 및 실습 1,000시간을 이수하고 국가고시에 합격해야 하는 간호사 양성과정에 비해 간무사의 자격조건은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1,520시간 교육 이수 및 자격시험 합격이 간호조무사의 자격 조건이다.

올해 상반기 간호조무사 자격시험 합격률은 81.3%로 시험 난이도 역시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교육과정과 역량이 분명하게 차이가 나는데도 의료 관련 입법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보건복지위원회소속 국회의원들이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직 간호사의 국민청원

지난 2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 업무분장을 법으로 명시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됐다. 해당 청원인은 자신을 간호사라고 밝히며 간호조무사의 의료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법 제27(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에 따라 의료인이 아닌 자의 의료행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예외조항에는 "외국의 의료인 면허를 가진 자로서 일정 기간 국내에 체류하는자" 혹은 "의과대학, 치과대학 한의과대학, 간호학을 전공하는 학생" 등이 포함될 뿐 간무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청원인은 해당 예외조항이 사실상 간무사에게 적용되고 있다며 불안한 의료현장의 실상을 꼬집었다.

특히 지난 4간호·조산법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김상희의원과 자유 한국당 김세연의원을 직접 언급하며 이들이 발의한 법안에 간무사에 대한 업무분장 내용을 넣지 않았고 간호사와 간무사의 업무영역을 붕괴시키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당초 간호·조산법은 현행 의료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조산사들의 권리와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지만 발의안 제154호 내용을 살펴보면 간호조무사가 간호사의 업무를 할 수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간호조무사협회, 우리도 난감해

일각에서는 "간호조무사가 간호사가 되려 한다, 조만간 간호조무사가 (수술을)집도하겠다"등의 추측성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간호법 개정안의 당사자인 간호조무사 단체 역시 업무 확대를 바라지 않는 입장이다.

지난 3월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성명을 통해 간호사의 (의료행위 등) 고유 영역을 침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홍옥녀 협회장은 "간호조무사가 간호사 또는 의료인이 된다는 것은 명백한 가짜 뉴스"라며 일각에서 이 법안이 간호조무사를 의료인화하려는 것이라는 등의 허위 사실을 조직적으로 유포 및 확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발표한 ‘2018년도 의료분쟁 조정중재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중재원을 통해 의료분쟁 조정신청을 한 사례는 2,926건으로 집계가 시작된 20141,895 건에 비해 약 54% 증가한 수치다. 매년 의료사고로 인한 분쟁 건수가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관련법 개정을 통해 환자들의 안전한 진료의 기초가 되는 병원 내 업무분장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근탁 기자 maximt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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