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정상 통화 유출 논란 일파만파
韓‧美 정상 통화 유출 논란 일파만파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9.05.24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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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상, 한미 정상 간 대화 내용 공개
국민 알 권리와 기밀유출 중 어떤 선택

과거 NLL 대화록 유출과 비슷한 전개
정쟁 매몰되면 국익은 보이지도 않아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공무원 휴대폰 사찰 관련)에서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자세히 공개해 논란이 됐던 강효상 의원이 휴대폰을 보고 있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공무원 휴대폰 사찰 관련)에서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자세히 공개해 논란이 됐던 강효상 의원이 휴대폰을 보고 있다.

[한국뉴스투데이]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미 정상 통화 공개 후폭풍이 심각한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는 ‘기밀 유출’로 규정하고 징계 및 법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강 의원과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알 권리’라며 맞서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아무리 정쟁에 휘말린다고 해도 ‘국익’을 해하는 수준이 돼서는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미 정상 통화 유출 후폭풍

“야당이 정부를 비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국가 기밀을 누설하면서까지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한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세상에 공개한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의 발언이다.

발단은 지난 9일 강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에서 5월 하순 방일 직후 한국을 들려달라고 했다”고 외교 소식통에 의해 파악된 사실이라고 밝히면서다. 강 의원은 문 대통령이 꼬여진 한미 관계를 풀기 위해 구걸 외교를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강 의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무책임할 뿐 아니라 외교 관례에도 어긋나는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면서 즉각 반발했다.

그리고 강 의원에게 내용을 전달한 공무원이 누구인지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 청와대와 외교부는 합동감찰을 진행, 주미 대사관 소속 A 공사참사관인 것으로 파악했다.

A 공사참사관은 한미정상 통화 다음 날 통화 내용을 열람하고 강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A 공사참사관은 강 의원 고등학교 후배로 알려졌다.

기밀 유출 VS 국민 알 권리

강 의원과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알 권리’를 거론하며 청와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주장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청와대가 공무원을 대상으로 불법적인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며 비판에 나섰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밖으로는 구걸하러 다니고 안에서는 기만·탄압하는 문 정권은 억양부강의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A 공사참사관의 제보는 ‘공익 차원 제보’였다면서 ‘공익제보자’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공익제보자’가 되려면 정부가 해당 업무에 대해 ‘불법적인 요소’를 진행해야 하는데 한미 정상 통화에 ‘불법적인 내용’이 없었다며 ‘공익제보자’자라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부정적 시각을 보내고 있다.

오히려 한미 정상 통화는 ‘3급 기밀’이기 때문에 이 내용을 세상에 공개하는 것은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것이며 국익을 해치는 행위라 비판하고 있다.

특히 해당 사안이 국제사회 이슈로 불거질 경우 우리나라의 신뢰도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때문에 통화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국익을 해치는 것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은 강 의원에 대한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바른미래당은 외교관의 국기문란 행위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고민정 대변인이 지난 9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달말 일본 방문 후 귀국길에 한국을 들를 것'이라는 주장에 방한 형식, 내용, 기간 등 전혀 사실이 아니며 확정된 바 없다고 밝히고 있다.
고민정 대변인이 지난 9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달말 일본 방문 후 귀국길에 한국을 들를 것'이라는 주장에 방한 형식, 내용, 기간 등 전혀 사실이 아니며 확정된 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여야 정당, 엄중한 법적 책임 물어야

여야 정당은 강 의원의 행위는 정치적 공세의 금도를 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이 외교 항의에 나설 경우 우리나라는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그런 중대한 외교적 결례라는 것이다. 이에 “국가 기밀을 정략적으로 활용한 아주 죄질이 나쁜 사례”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적 분노도 불타오르는 상황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유한국당과 강 의원을 처벌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게재됐고, 동의 숫자는 2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도 사태를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친박계 윤상현 의원은 이 문제를 정쟁의 시각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며 강 의원의 발언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NLL 대화록 유출 사태가 떠오른다는 사람들도 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제안하면서 NLL(북방한계선)을 포기했다는 의혹이 2012년 대선 당시 제기됐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탄생한 후 또다시 논란이 일어나면서 국가정보원은 NLL 대화록 전문을 공개했다.

이를 두고 당시 여야 공방이 거세게 일었고, 일각에서는 정쟁을 위해 국익에 반하는 행위를 했다면서 NLL 대화록 유출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에도 정상 간의 대화가 세상에 공개된다면 어느 나라 수반이 우리나라 대통령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겠냐는 비판적인 시각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이 세상에 공개됐다는 것은 앞으로 우리나라 대통령이 다른 나라 수반과 정상 통화를 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문제는 단순히 정쟁으로 취급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언젠가 자유한국당이 정권을 잡을 수도 있는데 그때에도 정쟁에 매몰돼 국익을 해치는 그런 행위가 나오면 자유한국당은 어떤 식으로 반응을 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이번 정상 통화 공개는 국익적 차원에서 반하는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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