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김치‧와인 몰아주기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고발
공정위 김치‧와인 몰아주기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고발
  • 손성은 기자
  • 승인 2019.06.1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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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상 경영일선 물러났지만…배후서 총수일가 부당이익‧지배력 강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일가 생산한 김치와 와인을 고가에 구매케 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이 사실상 지주회사의 지휘하에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고 지배력을 강화하는데 동원됐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태광그룹 소속 19 계열사가 휘슬링락CC(티시스)로부터 김치를 고가에 구매하고, 메르뱅으로부터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이 대규모로 와인을 구매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1억 8000만원을 부과하고 경영진 및 법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공정위는 이호진 전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경영기획실을 통해 그룹 경영을 사실상 통괄하는 구조 하에서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일가의 부당이익과 지배력을 강화했다 판단했다.

공정위 조사결과 이호진 전 회장은 태광그룹 전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일가 소유 회사 휘슬링락CC가 식품위생법을 위반하여 생산한 김치를 고가(19만 원/10kg)에 512톤, 95억 5000만원치 구매토록 했다.

휘슬링락CC는 총수일가 소유의 동림관광개발이 설립한 고급 회원제 골프장으로 지난 2011년 개장 이후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호진 전 회장은 휘슬링락CC가 총수일가 100% 소유회사인 티시스에 합병되어 사업부로 편입되면서 티시스 전체 실적이 악화되자 일감 몰아주기를 기획했다. 티시스는 태광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하고 있다.

이호진 전 회장의 지시·관여 아래 티시스는 지난 2013년 12월 휘슬링락CC 하여금 김치를 제조하여 계열사에 고가로 판매하기로 계획했고, 김기유 경영기획실장은 각 계열사에 김치 단가를 결정하고 구매수량까지 할당해 구매를 지시했다.

김치를 구매한 계열사들은 휘슬링락CC 김치를 회사비용(직원 복리후생비, 판촉비)으로 구매해 직원들에게 “급여” 명목으로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태광산업, 대한화섬 등 일부 계열사들은 김치구매 비용이 회사손익에 반영되지 않도록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매된 김치는 임직원에게 지급됐다. 2015년부터는 계열사 운영 온라인 쇼핑몰 내 직원전용 사이트 태광몰을 구축, 김치구매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까지 동원했다.

김치구매 포인트 상당의 금원은 각 계열사가 복리후생비 또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이용하여 휘슬링락CC에 일괄 지급했다.

이후 휘슬링락CC 지난 2016년 9월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시작되자 경영기획실의 지시에 따라 김치생산을 중단했다.

또한 김치 외에도 태광그룹 계열사와 임직원은 총수일가 소유 소매 유통사 메르뱅의 와인을 떠안았다.

메르뱅은 지난 2008년 총수일가가 100% 출자하여 설립한 회사로 와인 소매 유통사업을 영위해왔다.

지난 2014년 7월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은 소위 ‘그룹 시너지’ 제고를 위해 계열사간 내부거래의 확대를 도모, 그 일환으로 계열사 선물 제공사안 발생시 메르뱅 와인을 적극 활용하도록 하고 임직원 명절 선물로 지급할 것을 계열사에 지시했다.

이에 각 계열사들인 각 사별 임직원 선물지급기준을 개정한 뒤 복리후생비 등 회사비용으로 메르뱅 와인을 구매하여 임직원 등에게 지급했다.

특히 세광패션과 같은 일부 계열사는 김치구매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하여 와인을 구매했다.

이 과정에서 태광 全계열사들은 와인 가격 등 거래조건에 대한 합리적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 비교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경영기획실 지시라는 점 때문에 메르뱅 제시 가격조건을 그대로 수용했다.

메르뱅을 통한 와인거래는 김치 몰아주기와 마찬가지로 지난 2016년 9월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시작되자 중단됐다.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법 위반 기간(2014. 7월~2016. 9월) 동안 메르뱅으로부터 구매한 와인은 총 46억 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2년 반 동안 김치와 와인 구매를 통해 총수일가에 제공한 이익 규모가 최소 33억원에 달한다고 파악했다.

이 중 김치 고가 매입을 통해 휘슬링락CC에 제공된 이익은 최소 25억 5000만원이며 이는 대부분 이호진과 가족들에게 배당 등으로 지급됐다.

와인 대량 매입을 통해 메르뱅에 제공된 이익은 7억 5000만원이며 동일인의 처 등에게 현금배당, 급여 등으로 제공됐다.

공정위는 티시스와 메르뱅 모두 총수일가 지분 100% 소유 회사인 만큼 일감몰아주기르 통한 기업가치 제고 후 지배력 확대와 경영권 승계에 이용할 우려가 있으며, 티시스와 메르뱅 각각 일감몰아주기에 힘입어 사업기반을 확대하는 등 골프장 시장과 와인 유통시장에서 경쟁까지 저해했다고 판단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고 경영진, 법인, 이호진 전 회장을 고발키로 한 것이다.

공정위는 “이 사건은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이 동일인을 정점으로 한 일사불란한 지휘체계 하에서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데 동원된 사례를 적발하여 이를 엄중 제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익편취 규제가 도입(2013. 8월)된 이후 최초로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 조항을 적용하여 제재하였다는데 중대한 의미가 있다”면서 “ 공정위는 앞으로도 대기업집단의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반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손성은 기자 katpa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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