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진단] ② 한국도로공사 공기업 사장은 스펙 쌓는 자리?
[공기업 진단] ② 한국도로공사 공기업 사장은 스펙 쌓는 자리?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9.12.12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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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 이강래 사장 사퇴 발표
노조 첫 교섭 앞두고 결정 뒷말 무성
공기업 사장직, 정치인 스펙 쌓기용?

문재인 정부에서 첫 공기업 사장으로 임명된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를 결정했다. 정치인들이 경력과 스펙을 쌓기 위해 공기업 사장을 맡는다는 우스개소리가 다시 한번 사실로 확인된 것. 임기가 아직 2년이나 남아있고 해고된 톨게이트 요급수납원들과의 첫 교섭을 일주일 앞둔 이강래 사장의 사퇴는 씁쓸하기만 하다.<편집자주>

▲경북 김천에 위치한 한국도로공사 사옥
▲경북 김천에 위치한 한국도로공사 사옥(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11일 도로공사에 따르면 이강래 사장은 지난 5일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다. 이강래 사장의 퇴임식은 오는 17일 경이다.

이강래 사장은 여당의 중재로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산하 톨게이트 요금수납원과의 첫 교섭을 6일 앞둔 상황에서 사퇴했다.

이미 이강래 사장은 내년 총선에서 전북 남원·순창·임실 지역구에 출마를 위한 권리당원 모집 등 공천 경선 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 문재인 정부 첫 공기업 사장으로 ‘기대 한 몸에’

이강래 사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인물로 16대, 17대, 18대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이다.

특히 이강래 사장은 국회 건설교통위원회(현 국토교통위원회)소속으로 활동하면서 고속도로 건설재원조달방법 개선, 건설물량 감소에 따른 한국도로공사 사업구조 개편 등을 제시했다.

또한 죽음의 도로라 불리던 광주-대구고속도로 확장의 조기 완공 등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강래 사장은 문재인 대통령 후보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공기업 사장직 임명에 이강래 사장을 한국도로공사에 앉혔다.

2017년 11월 취임한 이강래 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첫 공기업 인사로 기대와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기대에 부응하듯 이강래 사장은 올 상반기 매출액 3조7913억원, 영업이익 4331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취임 이전인 2017년 동기(3조3371억원) 대비 매출은 14% 성장, 영업이익은 2017년 동기(3470억 원) 대비 25% 성장한 셈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이기도 한 비정규직 근로자 고용 문제와 관련해 취임 7개월만에 시설관리부문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시설관리를 설립하는 등 선봉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 이강래 사장 가족회사 일감몰아주기, 검찰 수사

지난 10월 한 언론 매체는 이강래 사장이 취임 이후 주도한 스마트 가로등 사업이 가족회사 물건을 독점적으로 납품하기 위함이라 보도하며 논란이 일었다.

이강래 사장은 취임 후 전국 도로의 신규 가로등과 낡고 오래된 가로등을 LED로 교체하는 스마트 가로등 사업에 열을 올렸다.

문제는 교체된 스마트 가로등에 빠질 수 없는 핵심 부품 PLC칩의 80% 가량이 이강래 사장의 둘째 동생 이모씨가 30.8% 지분을 보유한 ‘인스코비’사의 제품이란 점이다.

이모씨는 인스코비의 지분 보유 뿐 아니라 고문으로 등록돼 있고 이강래 사장의 셋째 동생도 인스코비 사내이사로 등록돼 있다.

또한 둘째 동생은 인스코비의 최대주주인 밀레니엄홀딩스의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검찰은 이같은 이강래 사장의 가족회사 일감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 채용비리·수수료갑질·정규직 전환 등 문제점 ‘수두룩’

개인비리 뿐 아니라 한국도로공사의 문제도 수두룩하다. 지난해 국감에서 한국도로공사는 채용비리과 수수료갑질로 도마에 올랐다.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지난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한국도로공사와 한국교통안전공단 국정감사에서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했다.(사진/뉴시스)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지난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한국도로공사와 한국교통안전공단 국정감사에서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했다.(사진/뉴시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 2월 이강래 사장이 17, 18대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을 지낸 인물을 ‘국회전문가’로 채용했다. 국회전문가는 사내에서 국회 관련 업무를 지원하는 일이다.

당시 자유한국당 홍지만 대변인은 “이 사람의 직급은 부장대우로 채용 조건은 최초 1년을 계약한 뒤 재계약을 할 수 있고 연봉은 최대 9200만원까지 받는다”며 이는 특혜 채용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라 지적했다.

또한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 휴게소도 문제가 됐다. 전체 휴게소 입점업체 1765개 중 45%에 해당하는 793개의 입점업체가 운영업체에 내는 수수료율이 매출의 40% 이상으로 나타났고 매출액의 50% 이상을 수수료로 내는 입점업체도 197개(11%)에 달했다.

이에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가 영세소상공인을 상대로 과도한 수수료 장사를 하고 있다는 질타를 받았다. 

올해 국감에서는 한국도로공사의 자회사 고용 방식의 정규직 전환 방식 과정에서 발생한 무더기 해고가 문제가 됐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시설관리을 설립해 톨케이트 요금 수납원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지만 당사자들은 자회사 고용을 거부하고 한국도로공사의 직접 고용을 촉구했다.

이에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7월 1일 자회사 고용을 거부한 요금 수납원 1500명을 무더기 해고했다.  

◇ 대량해고 이후 결국 손든 한국도로공사

해고된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을 포함한 수납원 4116명은 대구지법 김천지원에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냈다.

이 중 3500여 명은 이미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시설관리로 전환된 수납원들이지만 이들은 한국도로공사가 수납원 전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천지원은 지난 6일 "이들은 공사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며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한국도로공사는 "요금수납원들이 대구지법 김천지원에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1심 선고에서 공사가 일부 패소함에 따라 해당 인원을 포함해 현재 1심에 계류 중인 인원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5년 이전 입사자 중 1심에 계류 중인 요금수납원에 대해서만”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한국도로공사의 단서 조항대로라면 해당 수납원은 280여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톨게이트 노조 소속 임시직 기간제로 근무하고 있는 130여명에 대해서만 정규직 채용과정을 진행하고, 민주노총 소속을 포함한 150여명은 개인별 신청을 받아 자격 심사를 거친 후 정규직 채용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와 관련해 수납원들은 “부당해고 당한 1500명의 일괄 직접 고용”을 주장하며 "총선에 출마하려는 이강래 사장은 사퇴 전에 해고 사태부터 해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강래 사장이 노조와의 교섭을 하루 앞두고 갑자기 1심 소송 계류 중인 톨게이트 노조원들의 직접고용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총선에서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지지을 얻기 위한 속보이는 행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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