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진단] ③ 한국가스안전공사 거듭되는 수장 자질론에 휘청
[공기업 진단] ③ 한국가스안전공사 거듭되는 수장 자질론에 휘청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9.12.13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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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동 전 사장 부당 채용으로 징역형 받고 사퇴
김형근 사장 회사돈 사적 유용 업무상 배임 혐의
한국가스안전공사 연이은 수장 구설수에 '어질'

박기동 전 사장이 부당 채용으로 징역형을 받고 물러난 뒤 김형근 사장이 한국가스안전공사를 맡았다. 하지만 김형근 사장 마저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으며 가스안전공사는 거듭되는 수장 자질론에 휘말렸다. 검찰은 1년간의 긴 수사 끝에 김형근 사장의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혐의 자체는 일단락됐지만 김형근 사장은 총선 출마 여부를 두고 저울질에 들어갔다.<편집자주>

▲한국가스안전공사가 거듭되는 수장 자질론에 휘청거리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가스안전공사가 거듭되는 수장 자질론에 휘청거리고 있다.(사진/뉴시스)

박기동 전 사장은 가스안전공사의 채용 과정에서 여성은 출산과 육아 등으로 업무 연속성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여성을 뽑지 않기 위해 2015년과 2016년에 걸쳐 지원자들의 접수를 조작하는 등 부당 채용을 저질렀다.

이에 법원은 박기동 전 사장에 대해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법률 위반 등을 혐의로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박기동 전 사장은 채용 의혹이 불거지면서 가스안전공사 사장직을 내려놨다. 이후 김형근 사장이 임명됐지만 임명 초기부터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을 받았고 사회공헌자금 부정사용 의혹이 제기되면서 가스안전공사는 다시 수장 자질론에 휩싸였다.

◇ 김형근 사장 자질론에 업무상 배임 혐의까지

김형근 사장은 2018년 1월 16대 가스안전공사 사장으로 취임식을 가졌다. 하지만 취임 초기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과 자질론에 시달렸다.

김형근 사장은 충북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충청북도의회 의장, 충북참여연대 및 충북 환경련 자문위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무특보 등을 지낸 행정전문가로 가스안전관리 경력과는 전무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어 김형근 사장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측근으로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로 거론됐고 자신의 취임식을 과거와 달리 충북 지역구 행사에 버금가는 대규모 잔치로 치러 원성을 자아냈다.

전임 사장이 부당 채용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김형근 사장은 취임식에서 인사비리를 발본색원하겠다고 장담했지만 김형근 사장은 성희롱 가해자로 논란을 가져온 간부를 승진시키는 등 부당한 인사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직원 성금 50%와 회사 예산 50%로 구성된 사회공헌자금 3억5000여만원 중 일부를 충북 청주지역의 문화예술단체에만 20여회에 걸쳐 집중 지원했다는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았다.

김형근 사장은 앞서 20대 총선에 청주시 상당구 예비후보로 출마했다가 중도 포기했고 내년 충북 지역의 유력한 총선 출마 후보로 언급되고 있어 이 자금이 정치적 용도로 사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까지 확대됐다.

또 충북 지역의 한 언론사에 홍보비와 광고비 협찬을 지시하고 교육생도 없는 허위 교육을 실시해 언론사에 돈을 지급했다.

◇ 김형근 사장 업무상 배임 혐의 → ‘기소유예 처분’

경찰은 김형근 사장의 자금 유용 등 업무상 배임 혐의와 관련해 지난 7월 가스안전공사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사장실 뿐만 아니라 비서실, 기획조정실, 홍보실, 전산실 등 관련 부서와 해당 부서 직원의 휴대전화까지 압수수색 목록에 포함됐다.

특히 김형근 사장과 사회공헌분야를 담당한 간부 등 직원 6명은 경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검찰은 김형근 사장의 혐의와 관련해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12일 김형근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은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와 관련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사진/뉴시스)
▲지난 12일 김형근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은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와 관련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사진/뉴시스)

지난 12일 청주지검 충주지청은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송치된 가스안전공사 김형근 사장과 간부 직원 1명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또 직원 5명 역시 기소유예 처분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김형근 사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경찰 수사가 시작된 지 1년여 만에 혐의를 완전히 벗게 됐다“며 ”검찰의 '혐의없음' 결정은 가스안전공사가 지역사회공헌 활동을 정당하게 수행했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가장 중요한 안전은 ‘복사+붙여넣기’

거듭된 수장들의 사건사고로 뒤숭숭한 가스안전공사는 가스로 인한 위해를 방지하고 가스안전 기술개발과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본연의 임무에서도 지탄의 대상이다.

가스안전공사 경인지사 사업소의 ‘2014년 및 2016년 경인지사 안전관리규정 준수여부 확인표’를 보면 두 개의 확인결과표가 글자 위치와 내용까지 거의 동일하다.

주업무인 안전관리가 복사+붙여넣기식으로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의심가는 부분이다.

또한 지진 등 자연재해가 빈번해지고 있는 요금 국내 가스시설 8765개 중 2435개(27.8%), 가스배관은 총 4만5941km 중 2만1776km(47.4%)에서 내진설계가 전혀 되지 않아 지진 등 재해에 노출돼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각종 검사업무와 진단 등을 수행하기 위해 가스안전공사가 보유한 장비 중 27.6%가 사용 기한을 이미 초과해 장비 노후화로 인한 검사 실효성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매년 진행하는 가스시설 안전검사에서도 부적합 판정을 받은 횟수가 연간 2만 건이 넘는 것으로 확인돼 가스안전불감증 문제는 고질화되는 양상이다.

◇ 17년간 50억대 통신·전산 비리 ‘돈 줄줄 새도 몰라’

지난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스안전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2018년까지 50억원 규모의 비리 사건이 포착됐다.

해당 자료와 송 의원 등에 따르면 이는 가스안전공사와 LG유플러스 간의 인터넷 전용선 계약 과정에서 뇌물공여, 특가법 위반(배임),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배임 및 사기 방조, 금품 비리 등이 불거진 대형 사건이다.

이 사건의 한 가운데는 22년간 가스안전공사 정보화 사업을 담당해온 A부장이 있다.

A부장은 LG유플러스 공공영업 담당 직원에게 계약 유지 등 편의를 제공하고 재계약 과정에서 도움을 주기로 약속하는 등 특정 업체의 용역 대금을 가장해 17년간 187회에 거쳐 약 9억원을 받아챙겼다.

A부장은 비슷한 수법으로 다른 업체에서도 7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았고 전산시스템 유지보수라는 명목으로 9년간 99회에 걸쳐 가스안전공사 예산 약 32억원을 착복했다.

해당 사건은 A부장이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후임자가 계약사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현재 A부장은 가스안전공사의 감사가 시작되자 해외로 도주했다.

안전은 뒷전에 둔 채 국민의 혈세가 줄줄 새어나가도 눈치 못챈 가스안전공사는 수장의 자질론만으로도 골치가 아픈 상황이다. 취임 기간 2년 중 절반은 비리 문제로 조사를 받아온 김형근 사장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다시 내년 총선 출마 문제로 고심에 들어간 모양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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