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새마을금고 그들만의 리그] ③ 이사장 선거, 진짜 “그들만의 리그”
[연속기획 새마을금고 그들만의 리그] ③ 이사장 선거, 진짜 “그들만의 리그”
  • 손성은 기자
  • 승인 2019.12.18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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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성추행 전력 퇴출 이사장 복귀 ‘성난’ 지역사회
성추행 이력에도 120명 대의원 과반표 획득…‘아연실색’
이사장‧대의원 공생 지적 ‘간선제’…요식행위 불과 비판도

서민금융 새마을금고. 1970년대 법인 설립 이후 ‘새마을운동’ 주요 시책 사업으로 육성, 우리나라 고유 공동체 정신을 기반으로 지역사회 발전과 서민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당시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 기조와 지역 사회 주민들의 지지에 힘입어 새마을금고는 현재 전국 1300여 개 법인과 2000만 명 이상의 고객, 자산 규모 150조원 이상의 거대 조직으로 성장했다. 문제는 새마을금고의 몸집이 비대해지면서 각종 부조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각 지점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이사장’들은 새마을금고 부조리의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다. <편집자 주>

지난 2017년 12월 4일 당시 새중앙새마을금고 바로세우기 대책위원회가 울산시 북구청 프레스센터에서 새중앙새마을금고 이사장 간접 선거를 반대한다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17년 12월 4일 당시 새중앙새마을금고 바로세우기 대책위원회가 울산시 북구청 프레스센터에서 새중앙새마을금고 이사장 간접 선거를 반대한다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지난 12월 13일 오전 8시. 경상북도 포항 남구 소재 A 새마을금고 앞에서 100여 명의 시민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시민단체와 지역사회 주민들로 구성된 ‘이사장 사퇴 주민 대책위원회’로 해당 금고 신임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기 위한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퇴 압박을 받는 이사장은 B씨. 그는 지난 2016년 직원 성추행 문제로 그해 12월 자진 사퇴하고 재판에서 30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은 이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 직원 성추행 전력 있는데 어떻게?

지난 11월 21일 A 새마을금고 이사장으로 B씨가 당선됐다. 이에 따라 지난 2016년 B씨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는 다시 B씨와 근무하게 된 것이다.

지난 12월 13일은 A 새마을금고 신임 이사장으로 당선된 B씨의 공식 임기 시작일로, 지역사회는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지적하며 사퇴 압박에 나선 것이다.

성추행 전력으로 벌금형까지 선고받은 B씨는 어떻게 자신이 3년 전 문제를 일으킨 새마을금고 이사장으로 복귀할 수 있었을까?

지난 10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새마을금고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의‧의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심의‧의결 방침의 개정안의 골자는 성범죄 등의 이력이 있는 자는 새마을금고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는 A 새마을금고 B씨 복귀를 규탄하는 지역사회의 목소리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당 개정안이 의결돼도 B씨에겐 법적으로 어떠한 영향도 미칠 수 없다.

의문점은 성추행 전력이 있는 B씨가 해당 금고 이사장 선거에 입후보하는 동안 금고 내부와 또는 이를 감독해야 하는 새마을금고중앙회 등의 제지가 없었냐는 점이다. 지역사회는 이를 규탄했지만, 해당 금고 선거관리위원회 중앙회는 무엇을 했을까?

B씨의 이사장 재도전 및 당선은 관련 규제 미비와 새마을금고가 고질적으로 지적받는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 서민금융?… “진짜 그들만의 리그”

B씨의 이사장 복귀는 성추행 등의 전력이 있는 인물의 입후보를 차단할 규제가 없었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핵심은 그가 선거에 당선됐다는 점이다.

A 새마을금고의 신임 이사장 선거가 치러진 지난 11월 21일. 총 3명의 후보가 출마한 가운데 B씨는 가장 많은 과반의 표를 얻어 당선됐다. 당일 투표인단은 대의원 120명. 120명 중 과반표를 얻은 B씨는 절차상 하자 없이 3년 전 제 발로 떠났던 금고로 다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17년 관련 규정 개정을 통해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출 방식에 직선제를 도입했다. 정확하게는 금고가 이사장 선출 시 간선제와 직선제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각 단위 금고는 각 단위 금고 조합원의 예금으로 자산을 구성한다. 일부에선 정부 지원을 하나도 받지 않고 만들어진 자발적인 서민금융기관이라 강조하고 있지만, 그간 치러진 단위 금고 이사장 선거 관련 비리와 의혹은 이를 무색하게 만든다.

특히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전 조합원의 의견이 반영돼서 선출되는 것이 아니라 대의원들에 의해 좌우되는 만큼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수년간 지속됐다. 때문에 직선제가 도입된 것이다.

뒤늦게 직선제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대다수 새마을금고는 간선제를 고수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직선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운 이사장 후보가 대의원들의 심기를 건드려 낙선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자체적으로 직선제를 도입했다 선거 직전 간선제로 회귀해 의혹을 사는 금고도 있다.

◇ 공생관계 지적… “간선제 요식행위” 비판

대다수 금고가 운용하는 간선제는 조합원의 일부인 대의원들이 투표권을 갖고 전체 조합원을 대신한다. 금고 자산, 조합원수가 많아질 경우 논의 간소화 등 절차상 이점이 적지 않으나 현재는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출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다.

간선제 선출 방식은 현재 금고 이사장들의 장기 집권의 핵심이다. 전체 조합원이 아닌 극히 일부인 대의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당선이 가능하다. 때문에 단위 금고 이사장 선출 과정에서 대의원에 대한 로비 의혹 등 혼탁 양상이 곳곳에서 불거지곤 한다.

일각에선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를 ‘요식행위’라 비판하고 있다. 선거권을 가진 소수의 대의원을 포섭하면 당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과 금고 선거 이후 불거지는 금품 살포 의혹은 이사장 후보 또는 이사장과 대의원들이 일종의 ‘공생관계’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고 이사장의 경우 업무 관련 전문성을 갖고 있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라며 “각 지역 유지들이 이사장에 취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업무 연관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이 간선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선거관리위원회도 이사장이 구성할 수 있다 보니 결국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며 “특히 현재 장기 집권 중인 이사장과 대의원 구성원 밀접한 관계는 직선제 도입을 가로막는 핵심 요소다”라고 지적했다.

손성은 기자 katpa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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