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해진 황교안, 당내에선 ‘한숨만’
강경해진 황교안, 당내에선 ‘한숨만’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9.12.20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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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코스 밟았던 황교안 전문 시위꾼으로 바뀌어
시위 이미지에 중도층 돌아서…외연 확장 힘들어져

언론에 재갈 물리고…강경 모드는 계속 이어진다
전광훈·서청원과 자주 교류, ‘쓴소리’가 사라지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점차 강경한 목소리를 내면서 당내에서는 황 대표를 통제할 사람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점차 강경한 목소리를 내면서 당내에서는 황 대표를 통제할 사람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점차 강경한 목소리를 내면서 당내에서는 황 대표를 통제할 사람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 프레임으로 ‘정권심판론’을 내걸었지만 ‘정도’가 지나치는 비판도 나온다. 강경한 목소리로 인해 중도층이 다 떠나간다는 이야기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외연 확장이 필요한데 오히려 태극기 부대를 끌어안으면서 외연 확장에 실패한다는 비판이다.

◇ 엘리트 이미지에서 전문 시위꾼으로

“이러다 수도권은 전멸한다”. 자유한국당 수도권 지역에 출마를 고민한 한 의원의 하소연이다. 황교안 대표가 연일 태극기 부대와 국회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면서 오히려 표심을 깎아 먹는다는 이야기다.

황 대표가 ‘공안검사’ 출신이고, 국무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했던 인물이기 때문에 총선 콘텐츠로는 아주 적합한 인물이다. 그것을 십분 활용했다면 자유한국당은 엄청난 지지율 상승을 끌어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황 대표는 엘리트의 모습을 버리고 ‘전문 시위꾼’의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지난 16일 국회 경내가 시위대에 의해 점거되는 사태를 목도한 유권자들은 황 대표의 변화된 모습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높은 학력에 사시 패스 후 공안 검사 그리고 국무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했다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좋게 어필할 수 있는 메리트를 갖고 있다.

그런 사람이 당 대표가 돼서 당을 이끌어간다는 것은 자신의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당 지지율도 끌어올리기 충분하다.

엘리트가 당을 이끌어 가는 것이기 때문에 당만 제대로 잘 관리한다면 충분히 지지율을 상승시킬 수 있다.

하지만 황 대표는 엘리트 이미지를 버리고 전문 시위꾼이 됐다. 매주 주말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하고, 삭발하고, 단식투쟁을 했다. 급기야 지난 16일에는 국회 경내를 점거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또한, 20일까지 합하면 닷새 동안 국회 주변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이는 진보 유권자를 비롯한 보수유권자들도 의아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상류층 코스를 밟았던 인물이 어느 날 갑자기 민주투사로 돌변했다는 사실에 유권자들은 상당히 당황해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의 한 의원은 “황 대표가 엘리트 코스를 밟았던 점을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어필하면 당과 본인 모두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갈 충분한 매력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황교안 대표의 강경한 모습이 자유한국당의 외연 확장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다. 극렬 지지층은 결집할 수 있겠지만,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외연 확장을 해야 하는데 황 대표의 모습은 외연 확장에 방해될 뿐이라는 분석이다. (사진/뉴시스)
황교안 대표의 강경한 모습이 자유한국당의 외연 확장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다. 극렬 지지층은 결집할 수 있겠지만,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외연 확장을 해야 하는데 황 대표의 모습은 외연 확장에 방해될 뿐이라는 분석이다. (사진/뉴시스)

◇ 의외의 이미지 변신에 유권자 당혹

하지만 황 대표는 연일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유권자들이 오히려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사실 보수 유권자들이 원하는 지도자 이미지는 아니다. 보수층에게는 ‘시위’ 혹은 ‘집회’ 등의 단어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 시위 혹은 집회는 진보 진영이 독점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태극기 부대가 출현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중도 보수층 등에는 시위는 생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그런데 황 대표가 전문 시위꾼 이미지를 갖게 됐다. 때문에 중도보수층으로서는 황 대표의 이미지 변신에 상당히 당혹스러워할 수밖에 없다.

한 의원은 “이런 이유로 외연 확장이 힘들다. 중도층은 생리적으로 시위 등을 싫어한다. 그런데 황 대표가 전문 시위꾼의 모습을 보여주게 되면서 중도층이 자유한국당을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황 대표의 강경 모습이 오히려 자유한국당의 외연 확장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극렬 지지층은 결집할 수 있겠지만,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외연 확장을 해야 하는데 황 대표의 모습은 외연 확장에 방해될 뿐이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불공정한 보도를 한 언론사에 ‘삼진아웃’을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오히려 언론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연일 강경한 모습이다. 언론과 싸우고, 중도층이 경멸하는 시위꾼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황 대표가 자유한국당을 갉아먹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 궁예의 관심법, 황교안의 관심법

더욱이 황 대표는 한 의원이 의원총회에서 졸았다면서 핀잔까지 줬다. 흡사 궁예의 관심법 같은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런 모습은 결국 수도권 전멸론까지 나오게 만들었다.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서 “이러다 내년 총선 때 수도권에서 전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형성되고 있다.

영남 지역 의원들은 그나마 텃밭이기 때문에 괜찮겠지만, 수도권 의원들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주말에는 광화문 집회, 주중에는 국회 앞 규탄대회로 인해 지역구 관리를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이런 황 대표를 통제할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데 황 대표 주변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황 대표는 전광훈 목사와 서청원 의원 등과 함께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쉽게 포착된다. 이런 이유로 황 대표 주변에는 이 두 사람만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 자유한국당이 처한 현실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간파해서 그에 걸맞은 진단을 내려줘야 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데 황 대표 주변에 쓴소리를 내뱉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공천만 끝나고 나면 황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내려오게 한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비대위원장으로 안철수 전 의원 등이 거론되기도 한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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