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춘재와 아이폰’ 검·경 수사권 갈등
[기획] ‘이춘재와 아이폰’ 검·경 수사권 갈등
  • 박성규 기자
  • 승인 2019.12.22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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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이춘재 직접수사 한다며 부산서 수원 이감, 경찰에 통보 없어
警, “치부 부각해 수사권조정의 유리한 고지 선점하나” 부글부글
하명수사 관련 극단선택 특감반원 아이폰 속 정보 놓고 갈등고조
檢 부인에도, 경찰청장 "수사권조정 골격 흔들지 말라" 작심 발언

검찰과 경찰이 화성 8차 살인사건의 용의자 이춘재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이춘재를 직접 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이춘재를 수원구치소로 이감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춘재의 이감에 대해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해 헛걸음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부적으로 크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또한 청와대 하명수사와 관련해 극단적 선택을 한 전 청와대 특감반원의 아이폰 속 정보를 두고 갈등이 심해지는 양상이다. 검찰은 검경수사권 조정과는 관련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민갑룡 경찰청장이 직접 반박을 가하면서 검경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편집자 주>

검찰과 경찰이 이춘재 사건과 청와대 하명수사와 관련돼 파열음을 내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양측이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우위를 점하려고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사진/뉴시스)
▲ 검찰과 경찰이 이춘재 사건과 청와대 하명수사와 관련돼 파열음을 내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양측이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우위를 점하려고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이춘재의 이감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검찰이 이춘재를 직접 수사하기로 발표하면서 부산교도소에서 수원구치소로 이송했는데, 경찰에 아무 통보도 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경찰 내부의 반발이 극심하다.

또한 청와대 하명사건을 둘러싸고 숨진 특감반원의 아이폰 속 정보를 두고 검찰과 경찰의 갈등이 더욱 격화되고 있어 앞으로의 수사권 조정에 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검찰 “이춘재 직접 조사” 놓고.... 경찰 ‘부글부글’

지난 12월 11일, 검찰은 수원지검에서 브리핑을 열고 “화성 8차사건의 용의자 이춘재를 부산교도소에서 수원구치소로 이감했으며, 검찰이 직접 조사할 것”이라 밝혔다.

검찰은 직접수사를 선언하며 “재심을 청구한 윤모씨가 직접수사를 요청하는 수사 촉구서를 검찰에 제출했다”며, “법원에 내는 재심 관련 의견서 관련 자료를 경찰에서 주지 않은 것도 직접수사를 하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30년 전 수사 자료는 넘겨줬지만, 강압수사 의혹과 국과수 부실감정 의혹과 관련된 최근 수사 자료는 여러 차례 요청에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검찰 측 설명에 경찰은 굳이 검찰이 나서서 중복수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는지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은 “당시 수사 경찰과 국과수에 대해서는 아직도 수사가 진행 중인데 결론이 나지 않은 사안을 넘겨줄 수는 없지 않느냐”며 “경찰이 명예를 걸고 과거 경찰의 과오를 철저히 수사하고 있는데 검찰이 왜 갑자기 직접조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찰 일각에서는 “검찰이 과거 경찰의 잘못을 부각해 차후 수사권 조정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 또한 제기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검찰의 결정은 수사권조정과는 무관하다”고 말하며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지만 경찰의 반발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또한 이춘재의 이감을 두고 검찰이 경찰에게 이감통지를 하지 않아 경찰이 실제 이감이 된 사실을 모른 채 조사를 위해 부산교도소에 갔다가 헛걸음을 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춘재 직접조사 발표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갈등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 특감반원의 아이폰, 검·경 ‘이전투구’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와 관련돼 숨진 청와대 특감반원의 아이폰 또한 검경수사권 갈등의 대표사건이다.

지난 12월 1일,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둘러싼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로 했던 전 청와대 특검반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의 아이폰과 사망 전 남긴 메모 등 유류품을 먼저 확보해 분석할 계획이었지만 다음날 오후, 검찰이 압수수색을 실시해 경찰이 확보한 유류품을 가져갔다.

당시 경찰 측은 “아직 고인의 사망경위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급작스런 압수수색을 벌였다”며 불쾌한 기류가 감지되기도 했으며 일부에서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경찰은 두 차례에 걸쳐 검찰 압수수색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모두 기각했다.

검찰 측이 A씨가 타살 혐의점이 없고, 경찰이 A씨의 아이폰을 들여다 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다시 한 번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두 번이나 기각됐던 만큼 다시 신청한다고 수용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

그만큼 A수사관의 아이폰에 검·경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포렌식을 두고도 검찰과 경찰은 파열음을 내고 있다.

경찰 측은 “경찰이 직접 ‘참여’해 결과물을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아이폰 속 내용물을 복제하는 작업에만 ‘참관’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측은 “검찰의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조사’와 경찰의 변사사건 수사는 별개의 사건이므로 영장청구가 가능하며, 경찰도 아이폰 속 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필수”라며 “만일 검찰이 못 믿겠다면 포렌식을 같이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새로운 내용이 없는 반발성 영장은 몇 번을 신청해도 소용없을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이는 상황이다.

한편, 검찰이 압수수색해서 가져간 특감반원의 아이폰을 대검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로 보내 암호를 풀려 했지만, 아이폰의 특성상 보안이 강해 잠금을 푸는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검찰과 경찰의 힘겨루기를 하기 전에 협력해서 암호를 풀어내는 것이 우선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檢 “수정필요”, 警 “골격 흔들지 마라”..... 검·경 수사권조정안의 끝은?

검찰과 경찰이 이렇게 신경전을 벌이는데는 지난해 합의된 수사권조정안이 한몫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지난해 6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은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했다.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없애고, 경찰이 독자 수사 혹은 수사종결 할 권한을 갖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검·경수사권 조정안의 핵심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로 좁히고 자치경찰을 제외한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해서만 수사지휘권을 유지하는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패스트트랙을 통해 원안 그대로 상정해 통과시킬 것을 천명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미 합의돼 발의된 검경수사권 조정법 원안은 위헌적 요소가 없는 한 절대 수정되거나 후퇴할 수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상황이 긴박해지자 검찰 측은 야당 의원들과 접촉해 수정안을 제시하며 설득에 들어갔다.

검찰은 강력한 정보력과 수사권한까지 확대되면 경찰의 부정 수사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다.

또한 지난 총선 당시 경찰이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강신명·이철성 두 경찰청장을 수사해 구속시켰던 전력이 있기 때문에 검찰은 그 부분을 의심하고 있다.

이에 민갑룡 경찰청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사개특위에서 수사권 조정 입법을 위해 진지한 토론이 이뤄졌고, 이를 통해 정부 합의안이 나왔다”며 “정부 합의안에 기초해 현재 패스트트랙 법안이 나왔는데, 이 골격을 건드리는 것은 그동안 진지하게 논의해 여야간 합의한 것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검찰의 행동에 비판의 날을 섰다.

민주당 또한 검찰이 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집중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수사권 조정에 새로운 개정안들이 막 들어오고 있다"며 "검찰 쪽 로비가 상당히 먹히고 있다"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현재 선거법 논란으로 인해 아무런 진전이 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선거법이 획정된 이후에나 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검·경 수사권을 둘러싼 양 측의 신경전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박성규 기자 dkvm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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