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터 옮긴 박창진, 갑질 방패막이 될까?
싸움터 옮긴 박창진, 갑질 방패막이 될까?
  • 박성규 기자
  • 승인 2020.02.07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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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31일 대한항공에 사표 제출, 21대 총선 정의당 비례경선 출마
2014년 땅콩 회항 겪은 후 휴직, 복귀 과정서 인사상 불이익당하기도
“싸움터 옮겼을 뿐, 더 이상 회항 없다” SNS에 정계 입문 각오 밝혀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이 24년간 근무하던 대한항공을 떠났다. 그는 지난 1월 21대 총선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에 출마해 갑질의 방패막이가 될 것 선언했다. 박 지부장은 지난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의 최대 피해자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박 지부장의 퇴사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박창진 전 사무장이 지난달 22일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박 전 사무장은 2014년 땅콩 회항 이후 '갑질 저항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 박창진 전 사무장이 지난달 22일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박 전 사무장은 2014년 땅콩 회항 이후 '갑질 저항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땅콩 회항 사태'로 '갑질 저항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이 결국 대한항공을 떠났다. 이는 암암리에 자행되던 차별과 따돌림, 각종 음해와 부당대우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박 전 사무장은 21대 총선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 ‘땅콩 회항’이 불러온 인생의 전환점

박창진 전 사무장은 1996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2005년 사무장에 오르며 능력을 인정받았으나, 2014년 발생한 땅콩 회항 사건으로 인생의 중대 전환점을 맞았다.

땅콩 회항 사건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탑승했던 1등석 담당 승무원이 규정대로 마카다미아를 봉지째 내온것을 조 전 부사장이 질책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해당 여객기의 사무장으로 있었던 박 전 사무장이 사태수습과 관련 규정을 설명했지만 조 전 부사장은 욕설과 함께 매뉴얼 케이스 모서리로 박 전 사무장의 손등을 수차례 찍었다.

이후 조 전 부회장은 박 전 사무장에게 회항하라며 지시했고, 박 전 사무장은 기장에게 보고 후 회항한 뒤 조 전 부회장에 의해 하기 당했다.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대한항공 측은 사태 발생의 원인을 승무원 탓으로 돌리는 듯한 사과문을 발표해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또한 박 전 사무장과 당시 승무원에게 압박과 회유를 통해 회사가 원하는 대로 진술할 것을 강요한 사실도 알려져 더 큰 논란이 됐다.

그러나 피해자인 박 전 사무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폭언과 폭행 뿐 아니라 회사 측의 조직적 은폐 시도가 있었다고 진술하면서 박 전 사무장은 ‘갑질 저항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 냉대와 부정 지시를 당하면서도 버텨내다.

땅콩 회항을 통해 ‘갑질 저항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박 전 사무장은 이후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아 약 1년간 휴직에 들어갔다.

박 전 사무장은 약 1년간의 휴직을 끝내고 복직하는 과정에서 팀장에서 일반 승무원으로 강등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박 전 사무장이 땅콩 회항 이전에 치른 영어시험에서 점수 미달로 팀장에서 물러났을 뿐 사무장 보직은 그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불합리한 인사이동에 반발한 박 전 사무장은 조현아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각각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대한항공이 박 전 사무장에게 7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 입문을 위해 회사를 이용한다는 일각의 의심과 사내 반대세력들이 만들어낸 음해로 인해 노조에서도 제명되는 등 박 전 사무장은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박 전 지부장은 이러한 움직임에도 행보를 이어갔고, 2018년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 직원연대 지부를 설립해 지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7년 정의당에 평당원으로 입당한 박 전 사무장은 지난해부터 정의당 국민의노동조합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활동하기도 했다.

박 전 사무장은 복직 후 냉대와 음해, 부정 지시에도 소신행보를 이어나갔다. 사진은 대한항공 주주총회에 참석한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박 전 사무장은 복직 후 냉대와 음해, 부정 지시에도 소신행보를 이어나갔다. 사진은 지난해 3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 박창진, 앞으로의 행보는?

박창진 전 사무장이 정의당에서 특위 위원장을 맡아 활동하는 가운데 지난 1월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고, 같은달 31일 대한항공에 사표를 제출했다.

일각에서는 박 전 사무장의 그간의 행보가 정치권에 입문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었냐는 의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박 전 사무장은 이러한 의심을 부인하며 “내부고발자들이 당당히 회사에 남을 수 있고 모두에게 존중받는 사회로 가는 초석을 다졌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3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박 전 사무장은 “기득권층만의 정치세력화가 아닌 을들의 정치세력화도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입당하게 됐다”며 입당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박 전 사무장은 퇴사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싸움터를 옮겼을 뿐이며 더 이상의 회항은 없다”면서 “노동자들의 든든한 방패가 될 것”을 언급했다.

박 전 사무장이 비례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만큼 3월 1일부터 6일까지 치러질 정의당 비례 대표 경선 결과와 향후 박 전 사무장의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성규 기자 dkvm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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