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인권’.... 장애인들의 인권은 어디로 갔나
‘사라진 인권’.... 장애인들의 인권은 어디로 갔나
  • 박성규 기자
  • 승인 2020.04.23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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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동의 없이 동영상 촬영, 무단전송에 인권위 ”장애인 인권 침해“
시각장애인 국회의원 안내견, 그동안의 관행으로 처리하려 해 ‘논란’
전문가 ”나와 다름을 부정적으로 보는 우리 사회의 문제“ 지적

최근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생활재활교사가 폭행혐의로 고발되자 자신에게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장애인 거주시설 내부를 무단으로 촬영하고 전송했다. 문제는 무단 촬영 가운데 장애인들의 인권은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다. 또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한 시각장애인 당선자의 안내견의 국회 출입을 두고 논란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에 장애인들의 인권에 대해 들여다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 최근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생활재활교사가 폭행혐의로 고발당하자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무단으로 촬영하고 이를 제3자에게 전송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두 여성 지적장애인의 인권이 침해당했다는 진정이 들어왔고, 인권위는 두 지적장애인의 인권이 침해됐다며 전 인원 인권교육을 실시할것을 권고했다. (사진/뉴시스)
▲ 최근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생활재활교사가 폭행혐의로 고발당하자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무단으로 촬영하고 이를 제3자에게 전송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두 여성 지적장애인의 인권이 침해당했다는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됐다. 인권위는 "두 지적장애인의 인권이 침해됐다"며 전 인원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사진은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은 누구든 인권이 있고, 보호받고 도움받아야 할 권리가 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어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 법정 싸움에 장애인 끌어들이기... 한 장애인 거주시설의 비극

지난 20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지적장애인 본인의 동의 없이 동영상을 촬영해 제3자에게 무단 전송한 중증 장애인 거주시설 종사자의 행위가 인권 침해라는 판단을 발표했다.

앞서 한 중증 장애인 거주시설에 종사하는 생활재활교사 우모씨가 장애인 본인들의 동의 없이 촬영한 동영상을 다른 교사 등에 전송해 해당 장애인들의 인권이 침해됐다는 진정이 인권위에 접수됐다.

이에 인권위는 조사에 착수했고 조사결과 우씨는 자신이 시설 이용자를 폭행한 혐의로 고발당하자 경찰 수사에서 본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 촬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씨는 수사기관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양모씨에게 "당시 그와 같이 진술한 이유는 시설장이 시켰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도록 시키고 이 내용을 녹화했다.

그러나 증거 녹화과정에서 하의를 벗고 옆으로 앉아 있던 또 다른 지적장애인 박모씨의 모습도 촬영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인 양씨와 박씨는 모두 여성 지적장애인이다.

A씨는 해당 동영상을 김모씨에게 전송했고, 김씨는 해당 시설의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인권위는 양씨와 박씨의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됐다고 판단해 우씨와 김씨에게 주의조치하고 전 인원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의 안내견은 본회의장 출입 불가?

이러한 장애인에 대한 인권 사각지역은 국회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15일, 제 21대 총선에서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출신인 김예지 당선인이 비례대표로 당선되면서 안내견 ‘조이’의 국회 본회의장 입성이 가능한지에 대해 관심이 몰렸다.

국회법상 회의에 방해되는 물건이나 음식물의 반입을 막도록 했지만 동물이 국회를 들어올 수 없다는 조항이 있지는 않으며, 그동안 국회는 관행적으로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의 안내견 출입이 허용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17대 국회에는 당시 한나라당의 정화원 의원이, 19대 국회에는 당시 민주통합당 최동익 의원이 안내견 대신 활동보조요원의 도움을 받아 출입해야 했다.

한편, 국회에 안내견이 입장하기 어렵다는 것이 외부로 알려지자 안내견을 못 들어오게 하는 건 부당하다는 비판이 커지기 시작했다.

김 당선인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안내견은 해가 되는 물건이나 음식물이 아니다”며 “잘못된 규정 해석을 통해 장애인 권리를 훼손하는 결정을 한다면 어떠한 일이 있어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에서는 김 당선인의 안내견 ‘조이’의 본회의장 입성을 촉구하는 SNS나 담화 등을 발표했다.

결국 국회는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장에 조이의 입장을 허용하기로 결정했고, 해외 사례 등을 검토해 김 당선인 측과 협의할 계획이다.

▲ 지난 15일, 제 21대 총선에서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출신인 김예지 당선인이 비례대표로 당선되면서 안내견 ‘조이’의 국회 본회의장 입성이 가능한지에 대해 관심이 몰렸다. 그동안 국회는 관행적으로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의 안내견 출입이 허용되지 않았던 것이 알려지며 비판이 거세지자 국회사무처는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장에 안내견 출입을 허용했다. (사진/뉴시스)
▲ 지난 15일, 제 21대 총선에서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출신인 김예지 당선인이 비례대표로 당선되면서 안내견 ‘조이’의 국회 본회의장 입성이 가능한지에 대해 관심이 몰렸다. 그동안 국회는 관행적으로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의 안내견 출입이 허용되지 않았던 것이 알려지며 비판이 거세지자 국회사무처는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장에 안내견 출입을 허용했다. 사진은 미래한국당 회의 당시 김 당선인이 회의장에 안내견 '조이'를 데려온 모습. (사진/뉴시스)

◇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려면

이렇듯 장애인의 인권이나 권리를 누리지 못할뻔한 상황이 아직도 우리 주위에 남아있다.

정부도 이를 알고 있으며 실제로 지난 10년간 장애인 고용법을 20번이나 개정하며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나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오히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취업전형이 따로 있어 취업특혜가 아니냐는 소수의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려면 서로에 대한 이해가 가장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턱없이 부족했고, 지금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장애인들은 또한 장애인이라는 이름에서 오는 막연한 거부감이 장애인들을 힘들게 하는 요소로 꼽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장애는 아이나 부모의 잘못에 대한 처벌 혹은 징계가 아니다”라면서 “나와 다름을 부정적으로 보는 우리 사회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를 부정적이거나 틀린 것으로 보지 않고 그냥 나와 다르다고 인식할 때 장애의 벽은 허물어진다“고 조언했다.

박성규 기자 dkvm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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