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정당의 몰락] ⑤ 당심-민심의 괴리
[보수 정당의 몰락] ⑤ 당심-민심의 괴리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0.04.24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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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심은 극우, 민심은 중도 개혁으로 변화하고
영남 중심 정당‧당원 구성부터 변경해야 산다

태극기 부대에 휘둘리며 탄핵 강 건너지 못해
보수 유튜버에 둘러싸여 진짜 민심 읽지 못해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에서 참패했다. 정치권 일부 인사들은 ‘사망선고’를 내렸다고 표현한다. 이대로 가면 보수 정당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회의가 들 정도다. 새로운 터전 아래서 보수 정당의 꽃을 피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보수 정당은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필요하다. 그런 이유 때문에 본지에서는 시리즈로 보수 정당의 몰락에 대해 진단함으로써 한국 사회에서 보수 정당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에서 참패한 이유는 당심과 민심의 괴리에서 비롯된다. 사진은 지난해 김진태 의원을 비호하는 '태극기 부대' 회원들이 김 의원 등에 대한 윤리위 제소 철회를 촉구하는 모습.(사진/뉴시스)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에서 참패한 이유는 당심과 민심의 괴리에서 비롯된다. 사진은 지난해 김진태 의원을 비호하는 '태극기 부대' 회원들이 김 의원 등에 대한 윤리위 제소 철회를 촉구하는 모습.(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에서 참패한 이유는 당심과 민심의 괴리에서 비롯된다. 사실 당심과 민심의 괴리는 민주당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열린우리당이 지난 2008년 참패 이후 전당대회에서 당심과 민심을 분리할 것이냐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계속해서 당심과 민심을 일치시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친노 세력과 전통 민주당 세력이 부딪히면서 이른바 ‘제2 난닝구 사태’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가 됐다. 하지만 민주당은 시스템 공천 및 온라인 당원 가입 등을 통해 계속해서 당심과 민심을 일치시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왔고, 결국 이것이 중도층 공략으로 이어지면서 4개의 전국단위 선거에서 승리하는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은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좁히지 못하고 오히려 벌려놓으면서 당심에 휘둘리게 됐고, 이것이 참패의 원인이 됐다.

◇ 영남에 흔들린 미래통합당

미래통합당은 영남에 흔들렸다. 당원 구성에 대해 정확한 자료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영남 당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해 당의 목소리가 영남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다른 지역에 비해 다소 보수적인 지역인 영남의 목소리가 반영되면서 보수 인사 혹은 영남 인사가 당 지도부를 구성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수도권 및 다른 지역 공략이 쉽지 않게 됐다.

이번 총선에서 영남에서는 싹쓸이를 한 반면 다른 지역에서 참패한 이유도 당 지도부가 영남 성격이 강했기 다른 지역에서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동진(東進) 정책을 구사했고, 호남 소외론을 꺼내들었지만 호남을 집중하는 대신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 집중하면서 전국 단위 정당으로 거듭났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016년 더불어민주당 분당 사태 이후 온라인 당원 가입을 통해 대규모 당원이 가입되면서 호남 중심 정당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은 계속해서 영남에만 매몰되면서 결국 영남 자민련이 됐다는 평가다. 이는 영남 당원들이 미래통합당을 대다수 구성하고 있고, 좌지우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은 여전히 영남 당원에 매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미래통합당이 영남 자민련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영남 당원에 매달리지 않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의 온라인 당원 가입과 같은 제도적 장치를 통해 영남 당원 비중을 크게 줄여야 한다. 그래야만 영남 자민련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 태극기 부대, 결국 탄핵 강 건너지 못하고

또한 미래통합당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태극기 부대가 당원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태극기 부대는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미래통합당으로서는 태극기 부대의 비중이 크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극소수 태극기 부대라고 해도 목소리는 가장 높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미래통합당이 태극기 부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017년 3·1절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주최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모습.(사진/뉴시스)
지난 2017년 3·1절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주최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모습.(사진/뉴시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망언, 차명진 전 경기 부천병 후보의 막말 징계 혼선 등을 보면 당내 태극기 부대를 상당히 눈치보고  있다는 것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차 전 후보가 막말 논란에 휩싸일 때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과 황교안 전 대표는 차 전 후보의 제명을 요구했지만 당 윤리위원회는 탈당 권유 결정을 내린 것은 결국 태극기 부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이는 당내 친박 세력의 입김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며, 당은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했다는 것을 말한다. 4.15 총선을 미래통합당은 문재인 정부 심판론 프레임을 꺼내들었지만 유권자들은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론을 꺼내든 것이다. 이로 인해 친박으로 구성된 미래통합당을 심판하기에 이르렀다.

◇ 보수 유튜버에 휘둘린 정당

미래통합당이 또 패착은 보수 유튜버에 휘둘렸다는 점이다. 물론 더불어민주당도 과거 나는 꼼수다와 같은 팟캐스트에 휘둘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팟캐스트는 팟캐스트, 민주당은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을 확실하게 구축했다. 팟캐스트가 새로운 미디어인 것은 분명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당 운영을 변경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은 보수 유튜버에 휘둘린 형국이다. 사전투표 조작 의혹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보수 유튜버들이 사전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면 그것을 보수 언론이 받아쓰고, 그것을 다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제기하면서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이런 구조가 다른 이슈에서도 비슷하게 연결되고 있다. 이른바 차이나 게이트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가 탄생하는데 중국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보수 유튜버가 제기하고 나면 그것을 보수 언론이 받아쓰고, 다시 미래통합당 의원이 확대재생산하는 사이클을 보였다.

문제는 보수 유튜버가 제기한 의혹은 그들만의 리그 안에 갇혀버렸다. 중도층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것이다. 이것이 결국 4.15 총선의 패배 원인이 됐다.

민심은 변화하는데 당심은 보수를 넘어 극우로 치달으면서 민심과 당심이 괴리가 됐다. 하지만 그것을 미래통합당은 깨닫지 못했다. 지지자들 숲에 둘러싸이면서 지지자들 숲 바깥의 외침이 들리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보니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왜 우리를 국민들은 몰라주지”라는 말을 하게 된 것이다. 사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지지자들 숲에서 벗어나 바깥 세상으로 나아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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