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노동자들 한 목소리로 '노동착취' 말하다
쿠팡 노동자들 한 목소리로 '노동착취' 말하다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0.07.10 15: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이후 연이어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쿠팡에서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증언이 쏟아져 나왔다. 전자상거래 업계 1위인 쿠팡 성장의 이면에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극심한 노동 강도와 열악한 작업 환경, 최근 발생한 직원 사망 사고에 대한 쿠팡의 외면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정치권에서도 쿠팡의 노동착취에 대한 비난과 함께 물류센터 내 확진자 발생 사실 은폐와 물타기 의혹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하고 나섰다.<편집자주>

코로나19이후 연이어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쿠팡에서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증언이 쏟아져 나왔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이후 연이어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쿠팡에서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증언이 쏟아져 나왔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쿠팡은 2010년 7월, 직원 7명으로 소셜커머스 사업을 하면서 창립했다. 이후 2014년부터 도입된 로켓배송을 바탕으로 시장 확장에 공들인 쿠팡은 직원 1만명을 거느린 이커머스계 업계 1위로 올라섰다.

현재 쿠팡은 물류관리를 맡고 있는 ‘쿠팡 풀필먼트서비스’(CFS), 택배배송을 전담하는 ‘쿠팡 로지스틱스’(CLS), 핀테크 사업부문의 ‘쿠팡 페이’, 여행서비스업체 ‘떠나요’ 등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 이커머스 1위 쿠팡 성장 이면에 ‘노동자’가 있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 7조1409억원을 업계 1위 자리를 굳혔다. 그러나 손실 규모 7489억원으로 창립 후 계속 적자 상태다. 업계에서는 적자인 쿠팡을 우려하고 있지만 이는 이익 추구보다 시장 지배를 우선으로 사업을 확장하는데 주력하는 쿠팡의 사업 전략일 뿐이다.

쿠팡의 또 다른 사업 전략 중 하나는 누구나 알고있는 로켓배송이다. 단 하루만에 집앞까지 배달이란 배송 속도를 내세운 쿠팡의 전략은 고객을 대거 끌어들였다.

하지만 장귀연 노동권연구소 소장은 쿠팡의 문제점으로 빠른 속도를 내세운 물류 이동과 배송 등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고용 형태와 처우, 근무 환경이 배송 속도가 빨라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당초 쿠팡은 배송기사인 쿠팡맨을 정규직으로 직고용한다고 했지만 실제 쿠팡맨 중 정규직은 드물다. 대부분의 쿠팡맨은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계약직의 경우 2년 일한 후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데 대부분의 직원이 2년 동안의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버텨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제품의 입고‧재고‧출고 등을 담당하는 물류센터 직원 역시 대부분이 계약직이거나 일용직으로 물류센터 인력은 자회사인 쿠팡 풀필먼트서비스에서 관리하고 있다. 물류센터에서 나온 화물이 흩어지는 각 지역 캠프의 쿠지게(상하차 업무 직원)나 헬퍼(보조 업무 직원) 역시 일용직이나 용역으로 일하고 있다.

쿠팡 초기 배송기사의 기준 물량은 100~120가구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160~180가구까지 증가했다. 배송기사들이 각자 맡은 물량을 배송하지 못할 경우 동료 배송기사들이 나눠 쉐어하게 되는데 이 경우 고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힘든 동료에게 일감을 넘기는게 미안해서라도 기사들은 배송 물량 처리에 안간힘을 쓴다.

이 과정에서 쿠팡맨들은 근로기준법상 정해진 휴게시간을 사용할 수 없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극심한 강도로 일하고 있다. 강도 높은 노동은 지난 3월 새벽 야간조 계약직인 한 쿠팡맨이 배송 도중 빌라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비극을 불러왔다.

박정훈(왼쪽) 라이더 유니온 위원장이 지난 6월 16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쿠팡이츠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행위를 지적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쿠팡 라이더들은 과도한 배달시간제한으로 사고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밝히며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요구했다.(사진/뉴시스)
박정훈(왼쪽) 라이더 유니온 위원장이 지난 6월 16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쿠팡이츠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행위를 지적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쿠팡 라이더들은 과도한 배달시간제한으로 사고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밝히며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요구했다.(사진/뉴시스)

◇ 쿠팡 노동자들, 한 목소리로 ‘노동 환경 개선’ 요구

쿠팡의 노동자 문제가 커지면서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정의당 류호정‧강은미 의원과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지원대책위원회 등의 주최로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증언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정진영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 지부장은 “물량에 대한 시간 압박으로 비정규직과 야간 노동자에서 특히나 휴게시간을 사용할 수 없다”면서 “쿠팡맨의 업무 강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량 압박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음식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의 김영빈 라이더유니온 조합원은 “음식점에서 30분 정도 걸리는 배송지까지 20분안에 배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면서 ““쿠팡이츠는 평점제도를 운영하는데 평점이 낮으면 업무위탁이 안될 수도 있어 시간을 맞추기 위해 차간주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김영빈 라이더는 절박한 마음으로 배달을 하다 도로에 깔려있는 철판에 미끄러져 넘어지며 사고가 났다. 사고로 정신이 없었지만 상황 수습을 위해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고객센터에 연락했하자 돌아온 답은 배달 완료 여부의 확인 뿐이었다. 담당자는 라이더의 안부는 안중에 없었고 사고로 쏟아진 음료값 배상 요구와 함께 배달료를 못준다고 통보했다.

특히 코로나19로 부천 물류센터에서 연속적으로 확진자가 나오며 그 피해는 노동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계약직 노동자인 전모씨는 부천신선센터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남편이 전염돼 현재 의식이 없고 기도삽관으로 호흡을 대체할 정도로 위중한 상태다. 쿠팡은 방역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했으니 책임이 없고 사과도 할 수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계약직 노동자 최모씨 역시 부천신선센터에서 감염된 이후 동거인인 80대 노모가 전염돼 현재 기도삽관으로 호흡을 대체하는 상황이지만 쿠팡은 사과는커녕 연락도 없었다.

다른 계약직 노동자 서모씨도 부천신선센터에서 감염된 이후 현재 미각과 후각을 상실했고 어머니가 전염돼 폐에 균이 침투, 폐 치료 도중 위가 손상된 상태다. 쿠팡은 노동자 본인의 산재 신청만 지원했다.

또 최근 천안 물류센터 직원식당에서 사망한 조리사의 남편은 이 자리에서 “아내는 식당에 조리를 하러 온건지 청소를 하러 온건지 헷갈릴 정도로 청소를 많이 한다고 힘들어했고 코로나19로 약품의 세기가 점점 심해진다고 말했다”면서 “쿠팡과 동원홈푸드, 아람인테크 중 단 한 곳이라도 노동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안전한 방식으로 일하는지 살폈다면 아내는 죽지 않았을 것”이라 말했다.

조리보조원 박씨는 회사의 지시에 따라 락스와 세정제, 오븐크리너를 섞어 조리실을 청소하다 사망했다. 당시 3가지를 섞은 청소용 액체에서는 독성물질인 클로로포름이 허용치의 3배 넘게 검출됐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6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쿠팡발 코로나19 피해노동자 모임 관계자들과 함께 '쿠팡노동자 코로나19 피해상황 증언과 재발방지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뉴시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6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쿠팡발 코로나19 피해노동자 모임 관계자들과 함께 '쿠팡노동자 코로나19 피해상황 증언과 재발방지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뉴시스)

◇ 정치권, 쿠팡의 기업으로의 '책임감' 요구

쿠팡의 노동 처우 문제가 커지면서 정치권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하루 최대 170만개 상품을 출고하는 로켓배송, 새벽배송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하는 배송현장”이라며 “수많은 비정규 노동자가 계약해지를 당하고 정규직 노동자가 퇴사하는 실정”이라 말했다.

이어 류 의원은 “천안 물류센터 직원식당에서 사망한 조리사는 아람인테크에서 근로계약서를 쓰고 동원홈푸드에서 파견된 노동자로 쿠팡 직원식당에서 일하다 변을 당했지만 쿠팡은 우리 직원이 아니라서 할 말이 없다고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쿠팡은 노동자에게 단 한번도 사과한 적이 없다”면서 “쿠팡 노동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지적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 역시 “고인의 유족은 파견업체나 쿠팡 측으로부터 사고에 대한 책임잇는 입장을 듣지 못했다”면서 “작업장에서 발생한 재해사고의 책임은 반드시 기업에게 묻겠다”고 밝혔다.

한편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지원대책위원회는 추가 피해사례 수집과 사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산재 신청 등 피해 노동자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