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조문 정국, 흔들리는 정의당
박원순 서울시장 조문 정국, 흔들리는 정의당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0.07.1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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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현직 의원의 “조문 않겠다” 발언에 탈당 러시
노동운동에서 젠더운동으로 전환한 정의당 모습

자신의 젠더운동이 ‘정의’라고 규정해버린 상황
대중적 소통 없는 젠더운동은 결국 소멸될 수도

박원순 서울시장의 조문 정국이 정의당을 흔들고 있다. 두 현역 의원의 “조문 않겠다”는 발언으로 당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는 정의당의 고질적인 병폐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의당의 홀로서기가 과연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과거의 정의당은 죽었다는 평가도 나올 만큼 혹독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편집자주>

지난 12일 시민들이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에서 조문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12일 시민들이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에서 조문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 소식이 들리자 장혜영·류호정 의원은 “차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애도할 수 없다”거나 “당신(피해자)이 외롭지 않으면 좋겠다”면서 박 시장의 성추행 고소 여성 중심주의를 내세워 박 시장 조문을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탈당 의사를 밝히는 당원들이 속출했고 일부는 이미 탈당계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상정 대표는 12일 박 시장 빈소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피해 호소인에 대한 신상털기나 2차 가해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며 “가장 고통스러울 수 있는 분은 피해 호소인”이라고 밝혔다.

◇ 분노한 범여권 지지자들

정의당의 태도에 범여권 지지자들은 분노했다. 물론 고소 여성에 대한 가해를 해서는 안된다는 기류도 확산하고 있지만 정의당의 태도에 대한 분노가 컸다.

방송인 강성범씨는 자신의 유튜브에서 “‘조문하지 않을 생각이라’ 했다. 그러면 하지 말아라. 혼자 생각하면 되지 왜 공개하는가”라면서 “당신이 소속된 정당을 만든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라면 최소한 망자에 대한 예의는 지키라 했을 것이다. 그 멋진 선배들 욕보이지 마라”고 격노했다.

범여권 지지자들로 “조문하지 않겠다면 하지마라”는 입장이다. 정의당에 격노한 것은 고소 여성을 두둔하면서 박 시장을 비난한 것이 아니라 ‘조문을 않겠다’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조문을 안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것을 세상에 공개하면서 마치 조문을 안하는 것이 ‘정의’인 것처럼 규정을 해버렸다는 것에 대한 대한 비난이다.

이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모친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안 전 지사의 모친이 돌아가신 후 수많은 여권 인사들이 조문을 다녀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화까지 보냈다. 그러자 정의당은 피해 여성인 김지은씨에 대한 2차 가해라면서 맹비난했다.

이 상황이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박 시장 조문 정국이 또 다시 정의당에 몰아닥치면서 범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참을만큼 참았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정의당이 소위 ‘페미니즘’을 내세우면서 자신들의 생각이 ‘정의’인 것처럼 규정해버리면서 대중과 소통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 노회찬 죽음에도 조문하지 말아야 하는건가
 

범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그렇게 따지면 노회찬 전 의원의 죽음에도 우리는 조문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라면서 정의당에게 오히려 되묻고 있다. 대중적 공감대를 정의당이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의당이 시민단체 등으로 이뤄진 집단이 아니라 현실정치를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현실정치를 무시해서는 안되는데 자꾸 ‘투사적 이미지’를 내세운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정의’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대중들로부터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정의당의 고질적인 문제와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정의당이 과거 노동운동으로부터 도출돼 만들어진 정당이지만 노동운동은 대중적인 요소가 강했다. 하지만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노동운동이 아닌 ‘젠더’운동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젠더 운동에 관심을 두면서 점차 대중적인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과거 노회찬 전 의원은 ‘노동운동’을 내세우면서 대중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젠더’가 정의당의 최대 이슈가 되면서 대중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범여권 지지자들로부터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 보편적인 젠더 운동 만들어야

결국 정의당이 가져야 할 최종적인 숙제는 보편적인 젠더 운동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젠더 운동 자체가 소외된 계층을 대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중화를 시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정의당의 모습은 젠더 운동을 하면서 대중적 소통은 아예 버린 듯한 모습이다. 자신의 판단이 ‘정의’라고 생각하면서 대중은 무관심에서 분노로 바뀌고 있다. 박 시장의 조문이나 안 전 지사 모친상 조문은 대중들로서는 인간적인 도리로 연결되는 부분인데 그것을 젠더운동이 덮어버리고 젠더운동만이 ‘옳은 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대중적인 관심을 멀게 만들고 분노하게 만든 것이다.

정의당이 대중과 함께 하는 젠더 운동을 펼치지 못하면 점차 대중들로부터 소외되게 된다. 정혜연 전 정의당 부대표는 “탈당하시겠다는 분들의 글을 보면서 우리 당이 어떻게 이런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참담함을 느낀다”면서 “당의 스피커가 되는 청년 국회의원이 지금의 상황의 원인이라는 것에 더 참담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중이 왜 정의당에게 실망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지에 대해 정의당 스스로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동운동에서 젠더 운동으로 정의당의 기류가 바뀌었다면 젠더 운동의 대중화에 상당한 고민을 해야 한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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