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권력 앞에 숨막혀" 박원순 前 비서 기자회견[전문]
"거대 권력 앞에 숨막혀" 박원순 前 비서 기자회견[전문]
  • 박성규 기자
  • 승인 2020.07.13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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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뉴스투데이] 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망하기 전 성추행혐의로 박 시장을 고소한 여비서 A씨 측이 13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오후 2시 한국 여성의 전화, 한국 성폭력 상담소 등 여성단체와 A씨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 등이 참석한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박 시장의 성추행이 4년간 지속됐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미투가 발생한 상황서도 멈추지 않았다"고 밝혔다. A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A씨 측과 여성단체는 박 시장은 이런 의혹들을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으로 규정했다. 박 시장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비서였던 A씨를 성추행했다는 게 A씨 측 주장이다.

A씨는 변호인을 통해 구체적인 피해사실도 밝혔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박 시장 본인의 속옷 차림의 사진 전송, 음란문자 발송 등 점점 가해 수위가 심각해졌으며 부서 변동이 이뤄지는 동안에도 개인적인 연락이 지속됐다”며 “업무시간뿐 아니라 퇴근 후에도 사생활을 언급하고 신체를 접촉하고, 사진을 전송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씨는 텔레그램 포렌식 결과물 등을 경찰에 제출한 상태다.

또한 김재련 변호사는 “박 시장이 피해자의 무릎 멍을 보고 ‘호’ 해준다며 무릎에 입술을 접촉했다”며 “집무실 안에 있는 내실, 침실로 피해자를 불러 안아달라며 신체적으로 접촉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는 박 시장으로부터 받은 피해를 고백하며 고소 이전에도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박 시장님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는 발언이 이어져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었고, 부서 변경을 요청했으나 시장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A씨가 직접 작성한 글은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대신 읽었다.

A씨는 이 글을 통해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며 “50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게 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A씨가 쓴 글의 [전문]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련했습니다.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맞습니다. 처음 그때 저는 소리 질렀어야 하고 울부짖었어야 하고 신고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의 제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후회했습니다. 긴 침묵의 시간, 홀로 많이 힘들고 아팠습니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습니다.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습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습니다. 용서하고 싶었습니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습니다.

죽음, 두 글자는 제가 그토록 괴로웠던 시간에도 입에 담지 못한 단어입니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아직도 믿고 싶지 않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많은 분들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50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합니다. 진실의 왜곡과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하지만 저는 사람입니다. 저는 살아 있는 사람입니다. 저와 제 가족의 보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성규 기자 dkvm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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