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대 물러가고 97세대 다가온다
86세대 물러가고 97세대 다가온다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0.11.16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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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세대와는 또 다른 97세대 국회 장악
X세대로 불리는 90학번 세대들의 반란

이념보다 정책적 연대 통해 진영 논리 격파
시대정신 제대로 보여줘야 하는 한계 가져

1990년대 대학생활을 한 70년대생을 97세대라고 부른다. 선배그룹인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이 이제는 기득권이 되면서 이런 기득권을 깨부술 인물로 97세대가 떠올랐다. 그리고 이들이 주창하는 것은 40대 기수론이다. 21대 국회에서 40대가 여론을 주도하는 인물들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들이 과연 어떤 식으로 정치를 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분명 그들은 한계를 갖고 있다.<편집자주>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이 기득권이 되면서 이런 기득권을 깨부술 인물로 97세대가 떠올랐다.(사진/뉴시스)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이 기득권이 되면서 이런 기득권을 깨부술 인물로 97세대가 떠올랐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86세대는 ‘민주화운동’이라는 과정을 거쳤다. 87년 시청광장에서의 뜨거운 함성과 함께 군부독재를 종식시켰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자부심은 199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정계에 진출해서 이제는 국회의 기득권이 됐다.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 그리고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87년 운동권 세대들이 대규모로 국회로 들어왔고, 그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국회는 빠르게 산업화에서 민주화로 넘어갔다. 하지만 이제 86세대도 기득권이 되면서 그 기득권을 깨부셔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97세대는

그 대안으로 97세대가 떠오르고 있다. 1990년대에 대학을 다녔고, 1970년대생을 말한다. 이들은 80년 3저 현상으로 인해 초고도 경제성장으로 인한 90년대의 풍요로움을 겪은 세대이다. 그리고 선배세대들과 달리 수평적 문화에 익숙해졌다. 따라서 이들을 기존 세대와는 다르다는 뜻으로 X세대라고 표현했다.

그런 X세대가 이제는 40대 중년이 되면서 국회로 점차 하나둘 진입하기 시작했다. 21대 국회에서 70년대생은 42명으로 전체 300명 중 14%을 차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23명, 국민의힘 16명, 정의당 1명, 국민의당 1명, 시대전환 1명 등이다.

아직 선배 세대인 86세대에 비하면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있지만 최근 들어 이들 97세대가 점차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핵심 인물들로는 박용진·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종철 정의당 대표이다.

이른바 정치의 세대교체를 담당하는 인물들이다. 선배 세대들이 이념 논리에 따라 좌우를 구분하고 진영 논리를 펼쳤다면 이들은 좌우 논리가 사라졌다. 그 이유는 이들이 학교 다닐 때 소련이 붕괴되고,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겪었기 때문이다. 즉, 좌우 이념이 결코 밥을 먹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X세대라는 것이 수평적 문화를 바탕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세대였다. 물론 오렌지족과 같은 말로 대변되기도 했지만 기존 세대와는 다른 세대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X세대라고 표현했던 것처럼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세대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세대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들은 민생을 더 강조한다. 선배들이 좌우 이념의 잣대를 들이밀면서 이들에게 “너는 좌냐 우냐”라고 선택의 강요를 할 때 그들은 당당하게 ‘국민입니다’라고 대답하고 있다.

이들은 진영의 논리를 이제는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자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념의 논리로 무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으로 무장을 하고 있으며, X세대 답게 철저하게 개인기로 주목을 이끌어내고 있다.

97세대가 정치권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국회로서도 좋은 현상이다. 운동권 출신인 86세대가 이념을 무기로 삼았다면 이들은 정책과 개인기를 무기로 삼기 때문이다. 또한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국회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좋은 현상이다.

86세대까지만 해도 이념을 잣대로 삼아 좌우로 나누고 여야를 나눴다면 97세대는 ‘이념’은 뒷전이면서 정책적 연대가 필요하다면 여야 가리지 않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 처리 당시 금태섭 전 의원이 당론에도 불구하고 찬성표를 던지지 않은 것은 이념의 잣대나 여야의 논리를 벗어나 자신만의 신념을 갖고 움직이겠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이 97세대의 정신이기도 하다.

박용진 의원 역시 여야 진영 논리를 떠나자고 주장하면서 친문 지지층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지만 정책적 연대를 위해서라도 여야의 진영 논리도 극복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계는 존재하기 마련

하지만 한계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86세대는 민주화를 공유하면서 철저하게 연대를 이루는 세대가 됐다. 이런 이유로 국회에 진입할 때에도 운동권 선배 한명이 국회에 들어가면 많은 운동권 인사들이 국회에 들어가는 것이 관례가 됐고, 그들은 국회에서 철저하게 조직화됐다.

하지만 97세대는 철저하게 개인주의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정책적 연대는 여야의 범위를 뛰어넘고 있지만 시대정신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86세대가 철저하게 시대정신을 나타내면서 집권의지를 드러냈다면 97세대는 아직가지 시대정신을 발현하지 못하고 있다.

1970년대 김영삼 전 대통령이 40대 기수론을 외쳤던 것처럼 97세대가 40대 기수론을 외치기 위해서는 시대정신을 발현할 줄 알아야 한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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