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에 빠진 서울 속 ‘복합문화공간’
레트로에 빠진 서울 속 ‘복합문화공간’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0.12.13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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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비축하던 ‘문화비축기지’, 목욕탕이던 ‘행화탕’ 등
서울 속 레트로한 공간에 ‘문화’ 입힌 복합문화공간 활발

[한국뉴스투데이] 복합문화공간은 단순한 카페 뿐만이 아니라 작품 전시와 판매의 기회, 배움의 기회, 작업 공간의 제공 등을 통해 누구나 쉽고 다양하게 예술과 문화를 접하며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다. 최근 서울의 다양한 공간이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이름 아래 많은 사람을 불러오고 있다. 서울의 특색 잇는 복합문화공간을 모았다.

서울 마포구의 대표 복합문화공간, 문화비축기지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마포구의 대표 복합문화공간, 문화비축기지 (사진제공/뉴시스)

◇문화비축기지

마포구에 자리한 문화비축기지는 1978년부터 폐쇄된 2000년까지 1급 보안 시설로 분류돼 일반인의 접근이 철저히 통재된 석유비축기지였다. 1973년 중동전쟁 발발로 일어난 석유파동이 전세계를 강타하며 원유 값이 폭등함에따라 석유를 저장하기 위한 공간들이 마련됐다. 그때 건축된 것이 바로 이곳이다. 2002년 서울 월드컵을 위한 경기장이 인근의 세워지면서 석유비축기지는 위험시설로 분류돼 폐쇄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지난 2013년, 서울시는 이곳을 활용하기 위한 공모전을 개최,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이름으로 2017년 재탄생시켰다.

문화비축기지에는 총 6개의 거대한 문화 탱크가 있다. 석유 탱크로 쓰였던 기존의 것 5개와 신축된 1개다. 신축된 6번 탱크는 복합문화공간에서 부가적으로 요구되는 기능을 담당하기 위해 지어졌다. 운영 사무실과 강의실, 회의실, 카페테리아 등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으로 쓰인다. 2층에 올라서면 천정이 뻥 뚫려 있는 마루와 누구나 찾아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라운지가 있다. 1~5번까지의 탱크들은 기존의 형태는 최대한 유지하되 각각 공간 특성에 맞도록 꾸며졌다. 그중 3번 탱크는 석유비축 당시의 탱크 원형을 온전히 보존해 생생한 과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비어있던 야외 공간에는 다양한 종류의 꽃과 나무를 심고 공원을 조성해 도심 속 자연의 역할도 한다.

◇중림창고

중림창고는 서울역 뒤 중림동 골목길에 2019년 11월 개관한 복합문화공간이다. 기존의 무허가 판자 건물과 창고를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재탄생시킨 곳으로 서울을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 중 한 곳. 중림창고는 도시재생 프로젝트인 ‘서울로 7107’의 일환으로 서울 옛 동네에 자리한 8곳의 앵커 시설 중 문화 거점을 담당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이 전시·판매·문화활동을 하는 공간이자 서울로7017을 통해 구도심을 산책하는 루트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중림창고는 언제든 필요와 쓰임에 따라, 전환이 가능한 공간으로 운영된다.

중림창고는 길이 55m, 좁은 폭은 1.5m, 넓은 폭은 6m, 대지고저차 8m의 길가에 위치해 있다. 4m의 언덕길을 사이에 두고 성요셉아파트와 마주했다. 긴 건물 전체가 개방된 하나의 공간처럼 보이는데, 중림동의 동네 길의 이미지를 반영해 설계했다고.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거리를 걷다 언제든 건물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1층의 전면을 개방한 것도 이곳의 포인트다. 한편, 최근 서울시는 중림창고 인근에 자리한 우리나라 최초 주상복합 ‘성요셉아파트’를 문화거리조성사업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행화탕

마포구에 자리한 복합문화공간 행화탕은 아현동 최초의 목욕탕이었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약 7여 년간 버려져 있었던 목욕탕이었던 이곳을 카페, 전시와 공연을 진행하는 장소로 탈바꿈시켰다. 1958년에 처음 만들어진 이 목욕탕은 지금도 천장과 벽면에 레트로한 매력이 흠뻑 담겼다. 일제강점기 시절 목욕탕에는 항상 다방이 함께 있었다고 전해진다. 서민들이 대화를 나누며 하루의 피로를 풀고 소통하는 장소였던 이곳의 역사를 바탕으로 현재 또 다른 소통의 장소가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커피를 마시는 카페,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예술을 감상하는 전시 갤러리가 되기도 한다. 옛것을 추억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이 색다른 분위기를 단순히 즐기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현재는 카페로 운영되는 탈의실을 지나면 여탕과 남탕으로 쓰였던 공간이 나온다. 이곳에는 테이블이 깔려 있기는 하지만 때때로 전시, 공연, 행사, 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이기도 하다. 건물 밖으로 나가면 보일러실과 기름실, 서남당, 목욕탕 주인이 살았던 주거지 등의 공간이 또 나눠진다. 이곳에서 진행하는 행사들도 때밀이를 이용한 작품, 대중목욕탕의 풍경을 재현한 그림 등 대중목욕탕과 연관된 것들이 많았다.

박소영 기자 lonlor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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