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난 심해질수록 결혼‧출산 안 한다
주택난 심해질수록 결혼‧출산 안 한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0.12.16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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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거주 시 자가 거주보다 결혼 확률 12.3% 감소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주택공급확대 정책 필요

[한국뉴스투데이]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주거환경의 변화가 결혼 및 출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가보다는 전세나 월세 거주 시 결혼 가능성이 유의적으로 낮아지고, 자녀 출산 가능성도 많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우리나라는 출생아 수와 혼인 건수에서 역대 최소를 기록하며, 본격적인 인구 자연감소 시대로 진입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올해 우리나라는 출생아 수와 혼인 건수에서 역대 최소를 기록하며, 본격적인 인구 자연감소 시대로 진입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젊은 세대의 결혼·출산 포기하게 만드는 사회

우리나라의 올해 7월 인구 통계를 보면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지르며 인구 감소국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9월 말에 발표한 ‘7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7월 출생아 수와 혼인 건수는 통계 집계 이래 7월 기준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7월 출생아 수는 2만3067명으로 1년 전보다 2155명 줄었고, 7월 혼인 건수는 1만7080건으로 1년 전보다 2098건 줄었다. 반면 7월 사망자 수는 2만3963명으로 1년 전보다 747명 늘었다. 올해부터는 사상 첫 인구 자연감소까지 예견되는 수치다.

결혼하지 않으면 출산하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상 결혼율을 높이지 않으면 출산율은 높아질 수 없다. 동거 비율이 높고 미혼모·미혼부에 대한 시선이 부드러운 서구와는 뚜렷이 대비된다.

특히 대다수 OECD 국가들이 여성 고용률이 높아질수록 결혼율과 출산율도 함께 높아지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여성 고용률이 늘어도 출산율이 높아지지 않는다.

이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인식은 급격히 변화하는데, 정부의 정책은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젊은 세대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기조차 쉽지 않고, 취업을 해도 직장에서 받는 급여만으로는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일자리와 자가 거주지의 불확실성은 결혼은 물론, 출산에 대한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면 자신의 삶에 많은 비용 발생과 큰 위험이 될 것이라는 합리적인 판단에 다다르는 것이다.

◆월세 거주 시 자가 거주보다 결혼 확률 12.3% 감소

한국경제연구원의 ‘거주유형이 결혼과 출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자가 거주보다 전세 거주 시 결혼 확률은 약 4.4% 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 거주의 경우에는 약 12.3% 포인트 감소했다.

사택이나 무상주택 등 기타 거주 형태에서는 결혼 가능성이 더욱 낮아져 약 15.6% 포인트 감소했다. 상기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거주유형이 결혼 가능성에 유의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즉, 자가 혹은 전세보다도 월세나 기타 유형에 거주하면 결혼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고 있는 셈이다.

또한, 거주유형은 무자녀 가구의 첫째 아이 출산에도 유의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거주 시 첫째 자녀 출산 가능성은 자가 거주보다 약 10.1% 포인트 감소했고, 월세 거주는 첫째 자녀 출산 가능성이 자가 거주보다 약 19.5% 포인트나 줄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분석 결과를 고려하면 저출산 문제 해결과 인구감소 완화라는 측면에서도 부동산 시장 문제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일련의 부동산 규제 정책, 임대차 3법 등이 시행된 이후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되면 저출산 현상이 더욱 심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주택공급확대 정책 필요

지난해 말까지 주요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급등세를 보인 주택시장은 지난해 12월 16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거래량이 줄었다. 그러나 올해 5월 이후 가격과 거래량이 폭등하며 정부는 6.17 대책과 7.10 대책을 발표했다.

반년 사이에 연달아 발표된 부동산 대책은 인기 지역 내 고가주택에 대한 전면적인 대출 금지, 중·고가 주택의 대출한도 축소, 보유세 인상, 다주택자 거래세 중과, 주요 지역 재건축·재개발 요건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열된 주택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강력한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주택보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조하면서 초과수요 지역에 대한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공급대책이 모자란다고 지적한다. 주택시장 왜곡과 주택가격 폭등의 부작용을 초래했던 과거의 부동산 대책들과의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극심한 내수 부진으로 경기가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음을 생각하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주택가격은 잡지 못한 채 오히려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실수요자 위주의 주택시장 안정화라는 목표는 견지해 나가되, 시장의 혼란과 왜곡만을 초래시키는 반시장적 규제정책은 철회하는 한편, 초과수요 지역에 주택수요자들이 선호하고 공감할만한 과감하고 구체적인 주택공급확대 정책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전했다.

박소영 기자 lonlor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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