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에만 5명 사망...살인적 노동 vs 악의적 주장
쿠팡 물류센터에만 5명 사망...살인적 노동 vs 악의적 주장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1.01.21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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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물류센터에서 야간근무 노동자 사망
노조, 살인적 노동강도 열악한 환경 문제
쿠팡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것 자제하라"
인천 천안 칠곡 마장에서도 노동자 사망
물류센터에 대한 작업 환경 점검 필요해

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 노동자가 사망한지 열흘이 지났다. 야간 노동을 하던 최씨는 퇴근 전 화장실에서 사망했다. 노조는 A씨가 일하던 물류센터가 난방도 하지 않은 채 업무량 감시와 체크로 열악한 환경, 살인적 노동 강도 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쿠팡은 악의적인 주장이라며 맞서고 있다. 특히 쿠팡 물류센터에서 최씨를 포함해 지난해부터 5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면서 근무 환경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편집자주>

지난 11일 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 50대 노동자가 야간 작업 후 화장실에서 쓰러져 사망했다. 사진은 쿠팡 양재물류센터 전경.(사진/뉴시스)
지난 11일 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 50대 노동자가 야간 작업 후 화장실에서 쓰러져 사망했다. 사진은 쿠팡 양재물류센터 전경.(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 야간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앞서 쿠팡 인천물류센터와 칠곡물류센터, 목천물류센터, 마장물류센터에서도 근무 중 사망하는 노동자가 발생해 물류센터에서만 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야간 작업 후 화장실에서 쓰러진 노동자

지난 11일 새벽 5시 15분께 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 야간 집품작업을 하던 50대 노동자 최씨가 근무를 마치고 현장 내 야외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했다. 동료 작업자(친 언니)가 발견해 근처 병원으로 후송했지만 끝내 숨졌다. 고인은 평소 지병은 없었다.

최씨는 사회복지사로 일을 하다 코로나19로 수입이 줄자 생계를 유지하고자 단기로 출근했다가 변을 당했다.

문제는 물류센터 야간 작업의 환경과 노동강도다. 노조는 11일 새벽 날씨가 영하 11도에 달했으나 쿠팡이 난방을 전혀 하지 않은 점을 문제삼았다. 이날 야간 작업 노동자들에게는 핫팩 한 개가 주어졌다.

또 쿠팡 물류센터는 개인의 업무량을 일일이 감시하고 체크해 노동자들은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쉴새없이 일해야만 했다.

앞서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지원대책위원회’는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침해를 경고해왔다. 쿠팡은 UPH(시간당 생산량)을 실시간 측정해 노동자를 개별로 압박하고, 연장근무를 포함하면 10시간 가까이 일하는데도 식사시간에만 휴식을 허용했다. 또 보안을 이유로 핸드폰 사용을 금지하고 다친 노동자의 산재신청을 막기도 했다.

쿠팡 “악의적 주장 중단해야”

노조는 최씨의 죽음에 대해 살인적 노동강도가 문제라고 주장했지만 쿠팡은 악의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쿠팡 관계자는 “고인은 일용직 근무자로 지난해 12월 30일 첫 근무 이후 총 6일 근무했고 주당 근무시간은 최대 29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류센터에 난방을 하지 않아 근로조건이 나쁜 것 같이 주장했으나 쿠팡과 유사한 업무가 이뤄지는 전국의 모든 물류센터(풀필먼트센터)는 화물 차량의 출입과 상품의 입출고가 개방된 공간에서 동시에 이뤄지는 특성 때문에 냉난방 설비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신 식당, 휴게실, 화장실 등 작업과 관계없는 공간에는 난방시설을 설치해 근로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동절기 모든 직원에게 핫팩을 제공하고, 외부와 연결되어 있는 공간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에게는 방한복 등을 추가로 지급한다”고 말했다.

쿠팡은 “고인의 죽음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유족에게도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며 “고인의 죽음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자제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물류센터에서만 5명의 노동자 사망

노조와 쿠팡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물류센터의 문제는 또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쿠팡 물류센터에서만 5명의 노동자가 업무와 관련해 사망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5월 인천물류센터에서 일하던 40대 계약직 직원이 새벽에 화장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사인은 심장마비였다.

이어 지난 해 6월에는 쿠팡 천안(목천)물류센터 조리실에서 조리 및 청소를 담당한 도급업체 여성노동자가 급식실 바닥 청소 도중 쓰러져 사망했다. 사인은 급성심근경색으로 밝혀졌다.

쿠팡 물류센터에서만 지난해부터 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에 물류센터에 대한 근무 환경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칠곡물류센터에서 사망한 노동자의 과로사 인정 촉구 기자회견.(사진/뉴시스)
쿠팡 물류센터에서만 지난해부터 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에 물류센터에 대한 근무 환경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칠곡물류센터에서 사망한 노동자의 과로사 인정 촉구 기자회견.(사진/뉴시스)

또 지난 해 10월 12일 경북 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던 20대 근로자는 밤샘 근무를 마치고 퇴근 후 자택에서 사망했다. 그는 사망 전 8~9월 7일 연속 70여 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쿠팡 마장물류센터에서 일하던 50대 납품업체 직원이 갑자기 어지러움을 호소한 뒤 그 자리에서 쓰러져 사망했다. 이 직원은 물류 자동화 시스템 설비의 검수 작업을 하던 납품업체 소속이었다. 그는 사망하기 전 70일 동안 추석 연휴를 포함해 15일 쉬었다. 41일 동안 576시간을 일한 것으로 하루 평균 14시간 이상 일한 셈이다.

물류센터 근무 환경 점검 숙제

이처럼 물류센터에서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물류센터의 근무 환경을 전체적으로 점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점은 물류센터 내 노동강도다. 노조에 따르면 쿠팡은 '실시간 UPH 관리시스템'으로 노동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면서 작업속도를 극대화하고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UPH(Units Per hour)란 1시간에 몇 개의 물건을 처리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쿠팡에선 개별 노동자의 UPH가 실시간으로 기록된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상품을 옮길 때마다 개인별로 지급된 단말기를 통해 상품에 부착된 바코드를 찍는데, 그때마다 수치가 집계돼 중앙시스템에 전산화된다. 이에 따라 관리자들은 누가 빨리 일하고 늦게 일하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전제 방송을 통해 속도가 떨어지는 노동자를 독촉한다.

UPH수치는 인센티브나 승진, 그리고 재계약의 근거 자료로도 활용된다. 작업 속도가 느려지면 노동자는 관리자에게 불려가 사실관계확인서를 쓰게 되고, 그게 누적되면 결국 다시 일할 수 없게 된다. 이같은 성과 위주 작업환경에서 안전교육은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노조, 비정규직 중심의 고용구조도 문제

특히 노조는 쿠팡의 근본적인 고용구조가 결국 문제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직원들 중 3% 정도의 정규직 관리자를 제외하면 나머지 97%는 일용직이거나 계약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쿠팡을 포함한 온라인 유통업체 3개 회사 물류센터 종사자 439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일용직과 계약직의 비율은 각각 21%, 67%로 나타났다.

노조는 비정규직의 열악한 지위를 이용한 쿠팡의 고강도 노동착취가 연이은 사망사고의 근본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작업관리시스템과 작업환경을 다시 점검해 비인간적인 고강도 노동을 강제하는 작업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사각지대에 놓인 물류센터에 대한 특별감독 실시를 촉구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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