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내지 않고 드러내다? 요즘 기업들의 고객 유혹법
드러내지 않고 드러내다? 요즘 기업들의 고객 유혹법
  • 성지윤 기자
  • 승인 2021.04.03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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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이용한 마케팅 MZ세대를 사로잡다

[한국뉴스투데이] 오감을 동원해 얻게 된 지식이나 실제로 겪어서 얻게 되는 지식 또는 기능을 우리는 경험이라고 한다. 오감으로 체험한 경험은 우리의 무의식과 의식 속에 자리 잡아 오랜 시간 한 사람의 사고, 선택 그리고 심지어 인생 전반에 영향력을 발휘한다. 특히 이러한 경험은 공간이라는 장소성에 의해 더욱 특별하게 각인되는데 몇 년 전부터 기업들이 공간을 이용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공간을 이용한 마케팅이 주목받는 이유

기업은 자신들이 생산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가 소비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마케팅과 브랜딩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데 있어 의사 결정에 도움을 주는 요소는 오로지 정보밖에 없었다. 홍보도 제품의 기능에만 초점을 맞췄고 방법도 대체로 노골적이었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은 이러한 부분을 크게 의식하지 못한 채 구매로 이어졌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소비자들은 똑똑해졌다. 기존의 마케팅 방법들이 더 이상 호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게 되면서 광고는 조금 더 은유적인 표현을 통한 신비주의 또는 이로 인한 정서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쪽으로 진화하게 된다. 그 혁신의 전환점이 우리가 기억하는 SK텔레콤의 TTL광고다. 그 후부터는 더욱 다양하게 소비자를 유혹하는 방법들이 등장하게 됐다. 이제는 수많은 sns와 포털을 통해 다양하고 차별화된 마케팅 방법론의 진화로 공간 및 경험 마케팅에 이르게 됐다.

최근 몇몇 기업들이 실행하고 있는 공간과 경험 마케팅은 그 공간 내에선 제품을 판매하지 않거나 판매를 하더라도 적극적인 판매보다는 기업에 대한 이미지와 인상을 남기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냥 공간 내에서 체험하고 경험을 하는 것이 주요 목적인 셈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그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하게 되고 이는 제품 및 서비스의 구매로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게 된다. 또한 궁극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제고시켜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기회로 작용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판매를 증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특히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의 판단력에 기인해 쇼핑하는 디지털 네이티브이기에 더욱 진정성이 요구되는 MZ세대들에게 매우 세련되게 어필되는 마케팅이자 브랜딩 전략이다. 이러한 공간과 경험을 통해 MZ세대들과의 능동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해가며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는 스마트한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롤리폴리꼬또

▲약 10만 장의 벽돌로 꾸준히 발전해 온 기업 정신을 표현한 롤리폴리꼬또의 외관
▲약 10만 장의 벽돌로 꾸준히 발전해 온 기업 정신을 표현한 롤리폴리꼬또의 외관

오뚜기는 롤리폴리꼬또라는 건물을 통해 재미있는 마케팅을 펼쳤다. 롤리폴리꼬또는 7개로 구성된 공간으로 이 공간 중 하나인 케이프는 오뚜기 대표상품인 카레와 라면을 베이스로 여러 스타일로 재해석해 판매하는 브랜드 체험매장이다. 오뚜기의 대표적 상품인 라면과 카레를 판매하지만 그들의 로고와 맛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채 색다른 공간에서 기존 라면과 카레에 흥미를 가미한 메뉴를 선보임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하도록 한다.

▲카페와 같이 꾸며진 장소에서 공간을 소비하면서 기존 라면과 카레에 흥미를 가미한 메뉴를 선보였다.
▲카페와 같이 꾸며진 장소에서 공간을 소비하면서 기존 라면과 카레에 흥미를 가미한 메뉴를 선보였다.

스튜디오베이스STUDIOVASE’가 설계부터 브랜딩까지 총괄한 붉은 벽돌로 쌓아 올린 건물은 아날로그적이면서도 힙 한 면모를 적절히 갖추고 있다. 그래서 오뚜기가 가진 레트로한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친근하고 감각적으로 잘 설계되어 있다. 이들은 네이밍을 포함해 브랜딩과 공간기획, 공간디자인 및 시공, 조경디자인. 그뿐만 아니라 공간 내 그래픽디자인, 공간 스타일링과 직원 의복 디자인, 음악 선정 심지어 롤리폴리 꼬또의 캘리그라피까지 담당하면서 공간을 구성했다. 그럼으로써 오뚜기가 가진 기존 이미지에 혁신을 더했고 친근하면서도 높은 감각을 통해 재미를 유발하는 등 역설이 공존하는 공간이 탄생하게 됐다. 이곳에서는 분식 정도의 무겁지 않은 메뉴를 카페같이 꾸며진 장소에서 공간을 소비하며 식사할 수 있다. 벽돌건물이 주는 건물 외부의 스타일과 그 내부에서 행하는 경험은 그곳에 대해 즐겁게 인식하게 하고 곧 오뚜기에 대한 긍정적 기억으로 그 방향이 이어진다. 이는 사람들이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믿음을 부여하고 구매에서도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케아 랩

▲지속가능성에 초첨을 맞춘 체험 팝업 ‘이케아 랩(IKEA Lab)’
▲지속가능성에 초첨을 맞춘 체험 팝업 ‘이케아 랩(IKEA Lab)’

홈퍼니싱 리테일 기업 이케아 코리아는 지난해 11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체험 팝업 이케아 랩(IKEA Lab)’을 오픈했다. 이케아는 2021년의 글로벌 전략 방향으로 지속가능성을 설정하고 행복한 가정을 넘어 행복한 지구를 만드는 데 공헌하겠다고 밝혔다. ‘이케아 랩(IKEA Lab)’은 더 많은 사람들이 집과 나아가서 지구의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위해 영감을 주고 동참을 유도하고자 하는 이케아 코리아의 지속가능성 전략의 일환으로 6개월간 팝업 운영되는 공간이다. 총 두 개의 층을 통해 이케아는 자신들이 선보이고자 하는 가치인 지속가능성에 대한 테마를 펼치는데 1층에는 이케아숍과 푸드랩이 입점해 있다.

이케아 숍에는 대나무, 재활용 플라스틱 등 지속가능한 소재를 활용한 제품을 포함, 60여 개의 이케아 홈퍼니싱 제품이 판매된다. 푸드랩 또한 같은 컨셉 아래 파니니와 연어랩, 베이커리, 그리고 간단한 음료를 함께 판매한다. 모든 식자재는 유기농으로 해양 생태계에 조차 영향을 주지 않는 ASC 인증을 받은 연어도 포함됐다. 여기에 지속가능성에 대한 또 다른 일환으로 나무 조각과 재활용플라스틱을 쌓아놓고 조형물을 만든 전시공간을 마련했다.

▲이케아푸드랩과 이케아숍
▲이케아쇼룸과 이케아숍

2층에는 인테리어 디자인 오피스와 및 쇼룸이 위치해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 오피스에서는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공간 전체에 대한 토탈 인테리어 디자인 컨설팅을 제공하는 인테리어 디자인 서비스가 예약제로 시범 운영된다. 쇼룸에서는 이케아만의 다채로운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연출했다. 이는 세계적인 가구 기업 이케아가 시대 감각에 맞춰 선보이고 있는 매력적인 마케팅 방법이다. 이러한 공간에서의 경험은 고객들에게 이케아는 합리적인 가격을 넘어 인간과 지구의 미래까지 생각하는 선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심어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케아만의 다채로운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쇼룸과 나무 조각과 재활용플라스틱을 쌓아놓고 조형물을 만든 전시공간
▲이케아만의 다채로운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쇼룸과 나무 조각과 재활용플라스틱을 쌓아놓고 조형물을 만든 전시공간

일상비일상의틈

지난해 10월 강남역 한 가운데 식물과 대형 미디어월을 이용한 가상의 숲으로 가득 채워진 일상비일상의틈건물이 들어섰다. LG유플러스가 MZ세대를 겨냥해 7층 규모로 세운 복합문화공간인 이곳은 청소년·청년들을 위한 놀이터처럼 꾸며졌다. ‘일상비일상의틈5G캠페인 일상을 바꿉니다에서 착안, 이용자들의 일상과 비일상의 틈 사이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기술 체험 위주의 플래그십 매장이나 콘텐츠를 모아 놓은 편집숍이 아닌 LG유플러스 기술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선호하는 콘텐츠를 즐기는 MZ세대의 소통 플랫폼으로 자리잡기 위한 공간이다. 전체적으로 전시, 카페, 독립 서적, 사진, 모임 등 5가지 키워드를 만들고 각 키워드 마다의 브랜드 인지도, 전문성, 기획력을 확보한 제휴사를 선택했다.

1층은 30m 길이의 미디어월이 자연을 주제로 영상, 소리, 향 등으로 휴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2층에서는 LED 사이니지를 통해 고성 소재 카페 글라스하우스의 감성과 강원도 해변 풍경과 서퍼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고 느낄 수 있다. 3층에는 12년 노하우를 지닌 책방 스터리지북앤필름의 다양한 카테고리의 독립출판 서적을 만나볼 수 있다. 4층은 `대화형 사진관` 콘셉트로 인기를 끈 포토스튜디오 시현하다가 자리 잡고 있다. 5층은 LG유플러스의 5G 서비스를 체험하고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2층 LED사이니지를 통한 강원도 해변 풍경과 서퍼의 모습, 3층에 위치한 ‘스터리지북앤필름’
▲2층 LED사이니지를 통한 강원도 해변 풍경과 서퍼의 모습, 3층에 위치한 ‘스터리지북앤필름’

이벤트존에서는 로봇바리스타가 만든 커피를 마시면서 스마트 홈트는 물론 클라우드 게임과 U+AR·VR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대형 미디어 룸에서는 영상 감상 후 의견을 나누는 문화예술 커뮤니티 모임이 정기적으로 열린다. 지하 1층은 문화예술 공간으로 운영돼 MZ세대 이슈와 관심을 반영한 전시회가 분기별로 개최된다. ‘일상비일상틈’은 브랜드를 드러내고 상품과 서비스를 알리고 판매하던 기존방식의 매장에서 벗어나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면서 고객과의 소통을 지향한다. 방문자 대화와 공감에 최적화된 문화공간을 표방해 MZ세대와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 마련된 고객 경험공간이자 예상을 벗어난 브랜드 경험과 확장을 통해 LG유플러스의 고객이 되기를 자처하도록 만들고자 기획된 방식이다.

공간 마케팅과 경험, 체험 마케팅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브랜드를 노출하지 않고 판매도 하지 않은 채 전적으로 경험과 체험에만 집중해 브랜드의 가치전달을 강조하는 마케팅 방법이 시작된 건 최근의 일이다. 주체적으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에 익숙한 MZ세대들의 공략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는 몇몇 기업들. 현재까지는 이들이 구사한 전략이 시대적 요구에 맞게 꽤 설득력 있게 MZ세대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영리한 소비자가 영리한 생산자를 양산하는 법이다.

성지윤 기자 claramusic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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