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사업 철수에 ‘좌불안석’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사업 철수에 ‘좌불안석’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1.04.19 15: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5일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사업부문 철수 결정
씨티은행 고객들, “서비스 언제까지 가능한지” 문의 폭주
노조 대규모 실업 우려, “사업 철수 인정 못해” 강경 입장

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사업부문 철수를 결정했다. 이번 한국씨티은행의 사업 철수는 기업금융 등 투자은행(IB)부문은 남기고 신용카드와 주택담보대출 등 소비자금융사업만 철수하는 부분적 철수 방식이다.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의 철수 소식에 고객들은 좌불안석이다. 고객들은 예금이나 대출 등 서비스의 유지, 자산의 안전 여부 등을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한국씨티은행 노조는 사측의 이번 철수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어 철수 과정에서 양측의 마찰이 예상된다.<편집자주>

지난 2017년 7월 서울 강남구 한국씨티은행 역삼동 지점에 폐점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다. 당시 한국씨티은행은 35개 점포를 폐점하는 등 구조조정을 벌였다.(사진/뉴시스)
지난 2017년 7월 서울 강남구 한국씨티은행 역삼동 지점에 폐점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다. 당시 한국씨티은행은 35개 점포를 폐점하는 등 구조조정을 벌였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지난 15일 1분기 실적발표에서 한국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 사업부문 철수와 함께 향후 전략 방향 등을 발표했다.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사업부문 철수

한국씨티은행이 속한 씨티그룹은 이날 아시아와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소비자금융사업을 4개의 글로벌 자산관리센터 중심으로 재편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을 포함한 해당 지역 내 13개 국가의 소비자금융사업 철수가 결정됐다.

씨티그룹은 이같은 사업 철수가 특정 국가의 실적이나 역량의 문제로 인한 결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씨티그룹은 그룹 차원의 장기적 수익 개선 사업 부문에 투자와 자원을 집중하기 위함이라 설명했다. 즉 사업을 단순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

이에 한국씨티은행은 이날 소비자금융 사업부문 철수를 발표했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이번 전략 발표는 소비자금융에 한정돼 있다”면서 “우리는 기업금융사업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한국 금융시장 투자 등으로 한국사회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 밝혔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2004년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인수하면서 공식 출범한 바 있다. 이후 2014년과 2017년에도 철수설이 돌았지만 굳건하게 사업을 이어온 한국씨티은행은 결국 17년만에 소비자사업 부문 철수가 확정됐다.

고객들, “서비스 언제까지?” 문의 폭주

소비자사업 부문 철수가 확정되면서 가장 불안한 건 한국씨티은행에 돈을 맡긴 일반 고객들이다. 

평소보다 25% 가량 증가한 고객 문의의 대부분은 예금 등 서비스가 언제까지 지속되는지, 은행에 맡긴 자산은 안전한지 여부 등이었다. 

이와 관련해 한국씨티은행은 “향후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변함없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지점과 콜센터 등을 포함한 모든 영업이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되고 기존 고객의 거래는 물론 신규 상품 가입도 정상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씨티은행은 “사업 철수 계획은 이사회와 충분한 시간을 통해 고객과 임직원 모두가 최적의 방안을 수립한 뒤 실행될 것”이라며 “금융당국과도 필요한 상의를 거쳐 절차를 진행하고 이를 공개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노조, “사업 철수 인정할 수 없어” 강경 입장

반면 한국씨티은행 노조는 사측의 이번 결정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지부는 철수 계획 발표 다음 날인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씨티그룹의 소비자금융 구조조정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한국에서도 2011년 221개였던 영업점이 82% 폐점돼 현재는 39개밖에 남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조는 사업 철수 발표 이후 고객들의 불편이 초래되고 있고 은행에 예치한 자산을 걱정하는 고객들이 예금을 인출하는 사례가 속출해 수백억원대의 인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비자금융 매각 또는 철수가 추진될 경우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며 뉴욕 본사의 졸속적이고 일방적인 (철수) 발표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국씨티은행은 대규모 인출 사태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사업 철수를 두고 사측과 노조가 벌써부터 이견을 보이고 있어 철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