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빠진 한국석유공사...공기업 부채 이대로 괜찮은가
자본잠식 빠진 한국석유공사...공기업 부채 이대로 괜찮은가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1.04.2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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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공기업 부채와 공사채 문제의 개선방안' 밝혀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상반기 부채 규모가 자산을 넘어서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사진/뉴시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상반기 부채 규모가 자산을 넘어서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지난해 상반기 한국석유공사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가운데 우리나라 공기업의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20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기업 재무건정성 강화를 위한 정책을 제안해 눈길을 모았다.

자본잠식 상태 빠진 공기업들

KDI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의 부채 규모는 20조원에 육박한다. 한국석유공사는 과거 해외 자원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부채비율이 높아졌고 지난해 상반기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보다 앞서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지난 2016년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면서 자본잠식상태에 빠졌다.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잠식된 자본 크기는 최근 4년간 4배 이상 급증했다. 부채가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한국석유공사나 한국광물자원공사의 경우 자원 공기업이라는 특징때문에 투자가 우선적으로 이행되다보니 부채 규모가 극적으로 악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다른 공기업들의 부채도 늘고 있고 재무 구조도 양호하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코로나19의 위기 속에 저출산, 고령화 등 사회 문제가 장기화되는 추세가 겹쳐 공기업들의 재무구조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공기업 부채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

KDI는 우리나라의 공기업 부채의 특징으로 부채가 많고, 그 규모가 정부 부채에 비해 매우 크며 주로 공사채 발행 방식으로 생겨난 빚이라는 세 가지 특징을 꼽았다.

우리 나라의 정부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GDP의 48.7%(IMF, 2021)로 추정된다. 이는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러나 공기업 부채는 2017년 기준 GDP의 23.5%를 기록했다. 

즉 정부와 공기업의 부채를 합산한 것보다 월등히 많은 자산을 보유해 사정이 특수한 노르웨이를 제외하면 OECD 33개국 중 가장 많다. 공공부문 전체의 부채가 극단적으로 많기로 유명한 일본(17.2%)과도 큰 격차를 보인다.

특히 기업은 은행대출, 채권발행 등 여러 방식으로 자금을 빌릴 수 있는데, 우리나라 공기업은 부채의 약 50% 이상을 공사채 발행으로 얻어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비금융 공사채 시장이 국채 시장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크다는 문제도 안고 있다.

정부의 암묵적 지급보증이 부채 키웠다

이같은 공기업 부채의 특징은 구조적 취약성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공기업은 건전성이나 수익성 등 자체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거의 항상 최상의 신용도를 인정받고 있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한국석유공사나 부실 자회사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한국산업은행 등 거의 모든 공기업은 Aa2라는 높은 국제신용등급을 받았다. 

이는 공기업이 파산할 것 같으면 정부가 나서서 채권의 원리금을 대신 지급해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KDI는 정부의 암묵적 지급보증은 공기업 뿐 아니라 정부의 도덕적 해이, 즉 이중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고 또한 결과적으로 단순한 이자비용 절감 효과보다 더 큰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부채 구조 개선하고 재무안정성 확보하려면?

이에 KDI는 공기업의 부채 구조를 개선하고 재무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몇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먼저 모든 공사채는 원칙적으로 국가보증채무에 포함시켜 공식적인 관리를 받도록 하고 공기업의 위험수준을 평가한 후 위험에 연동해 보증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기업은 많은 면에서 민간 대형은행과 유사하기 때문에 은행이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자본규제를 받는 것처럼 공기업에도 자본규제를 적용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채권자-손실분담형’(베일인) 채권을 공기업 부문에 도입할 것을 덧붙였다. 베일인 채권 또는 조건부자본증권으로 알려져 있는 이 채권은 평상시에는 일반 채권과 같이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지만, 발행 기관의 재무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되면 해당 채권이 그 기관의 자본으로 전환되거나 원리금 지급 의무가 소멸되는 특별성을 지닌다. 

한편 KDI는 “이같은 제도들이 마련되면 향후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무리한 정책사업이 할당되더라도 국회의 국가보증 심사과정에서 일차적으로 제동이 걸리고 국회를 통과하면 공기업은 사업을 적극적으로 합리화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면서 “최악의 경우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채권자가 손실을 부담하므로 국민과 정부의 부담은 줄어들 것”이라 덧붙였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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