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 국민의힘 뒤흔들어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 국민의힘 뒤흔들어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1.04.22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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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대표 경선서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
문 대통령 만난 박형준, 사면론 꺼내들어

김종인 쌓아둔 ‘국민의힘’ 이미지 부숴 내는 꼴
도로 ‘자유한국당’으로 회귀, 내년 대선이 걱정

4.7 재보선 승리의 기쁨도 잠시 뿐 국민의힘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에 휩싸였다. 원내대표 후보들은 물론 광역단체장까지 나서서 사면론을 꺼내들며 당 지도부는 당혹스런 분위기다. 자칫하면 도로 ‘자유한국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겨우 두 전직 대통령의 수렁에서 끌어냈는데 다시 수렁으로 뛰어들어가는 모습이다. 벌써부터 내년 대선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만큼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이 국민의힘을 강타했다.<편집자주>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다스 자금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재판 모습이 외부에 공개될 경우 국가적 위신이 떨어질 수 있다며 취재진 촬영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했지만, 재판부는 국민적 관심과 사안의 중요성, 공공의 이익, 박근혜 전 대통령 전례 등을 고려해 촬영을 허가했다.(사진/뉴시스)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다스 자금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재판 모습이 외부에 공개될 경우 국가적 위신이 떨어질 수 있다며 취재진 촬영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했지만, 재판부는 국민적 관심과 사안의 중요성, 공공의 이익, 박근혜 전 대통령 전례 등을 고려해 촬영을 허가했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4.7 재보선 끝난지 얼마나 됐다고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꺼내들었는가” 국민의힘 한 관계자가 한숨을 쉬면서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서병수 의원이 탄핵이 잘못됐다면서 두 전직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고 나서면서이다. 이후 국민의힘 내부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이 꺼내지더니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했다.

원내대표 경선서 사면론 부상

국민의힘이 사면론이 꺼내진 것은 원내대표 경선이다. 원내대표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을 꺼내들었다.

김기현 의원은 개인의 잘잘못 여부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면서 두 사람이 하루빨리 사면하고 복권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성동 의원은 전직 대통령이 영어의 몸으로 계속 간다는 것은 정부와 여당에 큰 부담이라면서 사면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이야기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사면론을 꺼내들었다. 급기야 서병수 의원은 앞서 언급한대로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을 하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 일부에서 사면론이 꺼내지면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평가다.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에 있을 때 사면론을 꺼내지 못했다가 김 전 위원장이 사라지니 곧바로 사면론을 꺼내들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동안 사면론을 꺼내고 싶었지만 김 전 위원장의 존재 때문에 참고 있다가 한꺼번에 터진 것이라는 평가다. 그동안 김 전 위원장의 카리스마에 가려져 있던 내부 목소리들이 여기저기 터져 나온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해 병원 격리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월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나와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해 병원 격리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월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나와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당혹스런 당 지도부

당 지도부는 당혹스런 분위기다.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은 21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들과 서 의원 발언을 두고 “의원 개개인의 의견은 다를 수 있다. 당 전체의 의견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이 나오게 된 것을 비대위는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차기 지도부 구성에 혁신과 쇄신 이미지가 박혀야 하는데 사면론이 꺼내졌다는 것은 김 전 위원장 이전으로 다시 돌아간 것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이는 ‘도로’ 자유한국당이라는 이미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당 지도부로서는 곤혹스런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사면에 대한 책임 소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맡기고 국민의힘은 사면 요구와 거리 두기를 해왔다. 하지만 새로운 지도부 구성을 앞두고 사면론이 꺼내졌다는 것은 국민의힘으로서는 상당한 패착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대선 부담도

사면론을 꺼내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내년 대선을 걱정하는 분위기도 읽혀진다. 내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친박 지지층에게 호소를 하기 위해 대권 주자들이 사면론을 꺼내고 나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면론에 대해 당심과 민심이 괴리돼 있다는 점이다. 민심은 아직까지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 성급한 결정이라면서 반대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이 주도적으로 사면론을 꺼내고 나섰다는 점에서 강성 지지층의 결집을 이뤄낼 수 있을지 몰라도 중도층이 빠져 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선 과정에서 자신의 지지층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도층을 잡아야 한다. 김 전 위원장이 지난 1년 간 비대위원장으로서 ‘자유한국당’ 때를 벗기고, ‘국민의힘’ 색깔을 입히려고 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을 꺼내들면서 도로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상황이 되면서 내년 대선 역시 걱정스런 상황이 됐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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