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내 아들을 죽였다" 유족, 재발 방지 촉구
“쿠팡이 내 아들을 죽였다" 유족, 재발 방지 촉구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1.06.17 16: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뉴스투데이]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다 과로사한 27살 청년 고(故)장덕준 씨의 유족이 지난 5월부터 한 달여의 전국 순회 투쟁을 진행하며 17일 쿠팡 본사 앞에 섰다.

지난 5월 故장덕준 유족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는 전북도청 앞에서 쿠팡의 과로사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전국 순회 투쟁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출처/뉴시스)
지난 5월 故장덕준 유족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는 전북도청 앞에서 쿠팡의 과로사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전국 순회 투쟁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출처/뉴시스)

아들을 잃은 유족은 이대로 또 하나의 산재 사고로 끝낼 수 없다며, 쿠팡에 제대로 된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과로사 대책위와 함께한 투쟁 과정에서 쿠팡의 일용직 중심 고용구조, 야간노동, 저임금 등 구조적 문제를 알게 된 때문이다.

이에 대해 쿠팡은 대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유족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도 재발 방지대책도 내놓고 있지 않아 비난을 샀다.

장덕준 씨의 유족은 17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장덕준 씨는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1년 4개월 동안 야간노동을 하다 지난해 10월 12일 야간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2월 9일 근로복지공단은 장덕준 씨의 죽음을 ‘산업 재해’라고 판정했다.

지난달 13일 대구노동청 앞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한 달여간 전국을 순회한 장덕준 씨의 유족은 “쿠팡 측과의 두 번의 만남에도 아들에 대한 존중은 없었다”며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왜 일을 해야 하나, 노동자들도 인간으로 존중받을 권리는 없는 것인가”라며 비판했다.

이어 “건강하던 자식을 떠나보낼 때의 참담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뚜렷하게 각인돼 평범한 일상을 바꾸어 놨다”며 “남은 가족들은 비통함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노동자도 가정도 파괴하는 쿠팡은 개선할 의지가 없는 것인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유족과 과로사대책위는 쿠팡에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방지책에는 ▲야간 노동 시간은 8시간 근무 원칙, 연장근무 금지 ▲월 야간 노동 14일 이내 제한 ▲20~30분 이상의 사이잠 시간 부여 ▲야간작업 시 충분한 조도 제공 등의 내용을 담았다.

유족은 “일용직 중심의 고용구조, 제대로 된 휴게 시간도 휴게시설도 없이 야간 노동으로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기업이 성장만 한들 무슨 소용인가”며 “정부는 쿠팡이 만들어내는 질 낮은 일자리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쿠팡에 대한 대대적인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법을 우회하는 쿠팡의 사업 확장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규제하고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