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포커스】 故김용균 3주기...무엇이 바뀌었나
【위클리 포커스】 故김용균 3주기...무엇이 바뀌었나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1.12.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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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 죽지 않게’...김용균 3주기 추모제
김용균 죽음 후에도 계속되는 산재 사망
추가 개정, 임직원 재판 등 남은 과제 많아

[한국뉴스투데이] 고 김용균 사망 3주기를 맞아 추모제가 열린 가운데, 산재 사망 사고가 계속되고 있어 관련법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여전하다.

지난 6일 청와대 앞 ‘고(故) 김용균 3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씨를 포함한 참석자들이 ‘김용균 죽음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 ‘김용균과의 약속 이행’, ‘위험의 외주화, 비정규직 철폐’ 등의 피켓을 든 채로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6일 청와대 앞 ‘고(故) 김용균 3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씨를 포함한 참석자들이 ‘김용균 죽음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 ‘김용균과의 약속 이행’, ‘위험의 외주화, 비정규직 철폐’ 등의 피켓을 든 채로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하다 죽지 않게’...김용균 3주기 추모제

지난 7일 오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앞에서 고 김용균의 3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에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강은미 정의당 의원, 류호정 정의당 의원 등과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추모제는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됐다. 김 씨처럼 일하다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관련 보호 규정을 만들고, 정규직과 달리 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등 비정규직에 차별하지 말라는 주장이다.

김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추모사에서 “아들의 사고도 충격이었지만 책임지는 기업이 없다 보니 한 해에 2400명이 허망하게 죽고 있다는 것이 더 비참했다”며 김 씨의 사망 이후로도 나아지지 않은 근로 환경과 계속된 산재 사고를 언급했다.

김용균재단을 비롯해 177개 단체가 모인 고 김용균 3주기 추모위원회는 “고 김용균 노동자의 3주기가 되었지만 고 김용균의 동료들, 더 많은 김용균은 여전히 비정규직”이라고 지적하며 “결국 질병과 사고와 죽음을 가져오는 환경과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이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유세 버스의 첫 행선지로 추모제에 참석한 심 후보는 “3년 전 김용균 노동자가 떠난 후에도 변한 게 없다는 말에 면목이 없다”며 “일하다가 죽지 않는, 차별 없는 사회를 반드시 이뤄내기 위해 김용균이 살아 숨 쉬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추모위원회는 이번 주를 추모 주간으로 정하고 추모제, 김용균 특조위 이행점검 보고회 등을 진행했다. 김 씨의 기일인 지난 10일에도 서울고용노동청 앞 사전집회와 촛불행진 등이 예정돼있었지만 추모위원회 관계자의 코로나19 확진으로 행사는 취소됐다.

김용균 죽음 후에도 계속되는 산재 사망

김씨는 지난 2018년 12월 10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했다. 김씨는 당시 석탄 운송 컨베이어 벨트 밑에 떨어진 석탄을 치우다 벨트에 끼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한국서부발전의 하도급업체, 한국발전기술의 계약직 노동자였다. 

김 씨 이후로도 하청 노동자들의 죽음은 계속됐다. 심지어는 김 씨가 근무하던 태안화력발전소에서도 재차 사망사고가 나왔다. 지난해 9월 태안화력발전소 제1부두에서 화물차에서 떨어진 2톤 중장비에 깔려 65세 화물기사가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계속되는 산재 사망의 원인으로는 ‘위험의 외주화’와 관련법의 실효성 부족으로 꼽힌다. 지난 2019년 꾸려진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당시 김용균의 사망 원인으로 정비·설비 부문의 인위적인 민영화·외주화 정책을 꼽았다. 

당시 특조위는 “민영화·외주화 정책에 따라 시장에 진입한 민간업체들이 미숙련 상태의 청년 노동자를 대거 고용해 임금비용을 낮추고 이를 통해 높은 수익을 올렸다”며 “3년 단위의 단기 도급계약으로 노동자들을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빠뜨렸고 안전을 무시한 운영으로 노동자들을 위험에 노출시켰다”고 결론 낸 바 있다.

하청업체 등 외부 인력에 위험한 일들을 맡긴 뒤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지지 않는 기업의 행태는 오랫동안 문제로 꼽혀왔다. 지난 2016년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김 모군의 사망 때도 하청업체에 대한 위험의 외주화가 문제가 됐다.

그럼에도 기업들의 반발로 유해·위험 작업의 도급 제한, 원청의 책임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2년 동안 국회에 계류됐다가 김용균 사망 이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이른바 ‘김용균법’이 지난해 1월 16일부터 시행됐다.

지난 6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고(故) 김용균 3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의 참석자들이 ‘내가 김용균이다!’ 등의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6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고(故) 김용균 3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의 참석자들이 ‘내가 김용균이다!’ 등의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추가 개정, 임직원 재판 등 남은 과제들 많아

해당 법안에는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유해·위험한 작업의 사내 도급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도급 금지의 범위가 수은·납·카드뮴의 제련·주입·가공·가열 작업과 같이 유해 화학물질 대상 작업 등으로 좁게 설정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즉, 석탄발전소에서 일하는 김 씨의 동료들은 해당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어 사업주가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근로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5년 이내 두 차례 이상 발생하는 경우 기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의 2분의 1을 가중한다고 개정됐지만 실제 처벌 사례는 없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산재 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단언했으나 지난 9월 기준으로 산재 사망자 수는 678명으로 전년 대비 18명이 늘어 산재 사망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 개정으로 중대한 인명피해를 일으킨 산재가 발생하면 법인뿐 아니라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들을 강하게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시켜 내년 1월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전체 산재 사망사고의 80%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까지 적용이 유예됐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제외되면서 실효성에 대한 지적은 계속되는 실정이다.

한편, 김용균 사망과 관련해 기소된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 임직원들의 형사재판은 3년째 1심의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해당 임직원과 법인은 대형 로펌 법무법인 태평양의 변호 아래 ‘왜 죽었는지 모른다’ ‘작업환경 안전했다’ ‘위험하게 일하는지 몰랐다’ ‘그렇게 하라고 시킨 적 없다’ 등으로 일관하며 책임을 피하고 있다. 마지막 공판은 이번달 21일이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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