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서 불거진 ‘볼보이 비매너’ 논란
K리그에서 불거진 ‘볼보이 비매너’ 논란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1.12.19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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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의 지연 볼보이 ‘홈 어드밴티지’냐 ‘비매너’냐
강원FC 볼보이 감싸기 “유럽 어디에서나 있는 흔한 일”
이영표 대표이사 이틀 만에 사과, 연맹은 상벌위 고심

[한국뉴스투데이] 코로나19 사태 속에도 연이은 명승부로 시즌을 마무리한 2021 K리그가 경기나 선수에 대한 관심이 아닌 볼보이 논란으로 뜨겁다. 지난 12일 강원FC의 1부리그 극적 생존이 확정된 2021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나온 볼보이들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FC와 대전하나시티즌의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볼보이의 노골적인 경기 지연 태도가 논란이 됐다. 이날 볼보이들은 상대 팀에게 공을 늦게 주는가 하면 아예 의자에 앉아 공을 쳐다보지도 않는 태만한 모습을 보였다.(사진/방송캡쳐)
지난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FC와 대전하나시티즌의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볼보이의 노골적인 경기 지연 태도가 논란이 됐다. 이날 볼보이들은 상대 팀에게 공을 늦게 주는가 하면 아예 의자에 앉아 공을 쳐다보지도 않는 태만한 모습을 보였다.(사진/방송캡쳐)

◆강원FC 볼보이 감싸기 “유럽 어디에서나 있는 흔한 일”
리그간 승강제를 시행 중인 K리그는 1부리그의 최종 11위(전체 12팀) 팀과 2부리그의 최종 준우승팀이 1부리그 잔류 혹은 승격을 두고 1,2차전으로 플레이오프를 벌인다.

그렇게 성사된 강원FC와 대전하나시티즌의 플레이오프는 지난 8일 대전하나시티즌이 자신들의 홈에서 치러진 1차전을 1-0으로 승리했고, 지난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차전에서 강원FC가 단 4분 만에 3골을 폭발시키며 4-1 역전 드라마를 써냈다.

그동안 1차전 승리 팀이 100% 확률로 1부리그에 남았고, 이번 시즌 내내 부진한 경기력을 보인 강원FC였지만, 그들이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보여준 모습은 누구도 승리를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대단했다.

그러나 K리그 역사에 남을 명승부는 ‘볼보이 비매너’에 완전히 묻혔다.

전반전에만 3골을 넣으며 1,2차전 합계 점수 3-2로 앞선 강원FC의 볼보이가 상대인 대전하나시티즌에게 고의로 공을 늦게 전달했다. 상대 팀 선수들에게 공을 늦게 주는 것은 물론, 아예 의자에 앉아 나간 공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홈팀에서 배치하는 볼보이들은 대부분 지역 연고 유소년 축구선수들이다. 경기 중 볼이 터치라인이나 엔드라인 밖으로 나갔을 때 곧바로 경기를 재개할 수 있도록 가지고 있던 공을 빠르게 전달하는 임무를 맡는다.

오랜 시간 국내나 해외 축구를 즐긴 팬들이라면, 볼보이들이 홈팀이 경기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마치 12번째 선수처럼 재치 있는 활약을 펼치는 홈 어드밴티지에 익숙하다.

2019년 토트넘과 올림피아코스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홈팀인 토트넘이 1-2로 뒤진 상황, 오른쪽 터치라인으로 나간 볼을 볼보이가 토트넘 선수에게 빠르게 전달해 득점에 성공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즉, 강원FC 볼보이들의 행동은 기존의 사례보다 도가 지나쳤을지는 몰라도, 홈팀의 승리를 바랐던 유소년 축구선수의 치기 어린 행동으로 바라볼 수 있다.

해프닝이 논란으로 가중된 건 경기 후 강원FC 최용수 감독과 이영표 대표이사의 발언이었다. 최용수 감독은 “볼보이의 영역까지 관여할 바는 아니다. 홈 어드밴티지는 전 세계 어디어나 다 있다. 굳이 신경 안 쓰겠다”고 했다. 이영표 대표이사는 “홈 앤드 어웨이 경기하는 유럽의 모든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며 볼보이의 행동을 옹호했다.

이에 팬들은 물론, 축구계 인사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유소년 선수들을 관리하고 교육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구단 대표가 오히려 잘못된 행동을 보호하는 꼴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영표 대표이사 이틀 만에 사과, 연맹은 상벌위 고심
대전하나시티즌의 서포터 ‘대전 러버스’는 경기 직후인 13일 성명을 발표하며 강원FC 이영표 대표이사의 책임있는 사과를 촉구했다.

결국 이영표 대표이사는 14일 “지난 주말 K리그 경기는 모든 축구 팬을 열광시킬 수 있는 경기였다. 그러나 우리 강원은 매끄럽지 못한 경기 진행으로 잔류의 기쁨보다 책임감으로 마음이 무겁다”면서 “총책임자로 양 팀 선수가 펼친 멋진 플레이보다 다른 이야기로 채워지는 것에 책임을 느낀다. 대전 구단 관계자분과 대전의 모든 축구 팬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강원FC가 일으킨 이번 파장에 비해, 사후조치 없는 말뿐인 사과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 축구의 미래라 할 수 있는 유소년 볼보이들의 ‘비매너’를 두고 ‘홈 어드밴티지’라 감싼 이들이 다름 아닌 한국 축구의 ‘레전드’라는 점에서도 실망스럽다는 분위기다.

K리그 타 구단 관계자는 “이번 논란으로 인한 가장 큰 우려는 향후 강원FC와 상대하는 팀들의 볼보이가 그들을 조롱하듯 비매너를 펼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며 “연맹 차원에서의 분명한 조치가 없다면, 우리나라 축구계 전반에 잘못된 문화로 자리잡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경기의 최윤겸 경기 감독관은 현장 상황을 담은 경기 보고서를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보고한 상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볼보이를 징계할 수 있는 규정은 없지만, 관리를 담당하는 구단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상벌위 규정에는 ‘원활한 경기 진행을 목적으로 또는 경기장 안전과 질서 유지와 관련해 경기감독관의 지시를 불이행한 경우’ 500만 원 이상의 제재금을 부과하게 되어 있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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