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수 하사 1주기...“군 내 트랜스젠더 관련 지침 마련해야”
변희수 하사 1주기...“군 내 트랜스젠더 관련 지침 마련해야”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2.17 17: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시 인권위 권고 등 무시하고 전역처분 강행한 육군
현재도 군 내 트랜스젠더 등 소수자 관련 지침 전무
변 하사 사망 시점 및 순직 처리 등 문제도 남아있어
육군의 강제 전역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변희수 전 하사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육군의 강제 전역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변희수 전 하사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지난해 2월 27일 사망한 변희수 하사의 1주기를 맞아 당시 전역처분 취소소송 판결의 의미와 남은 과제를 돌아보는 국회 토론회가 진행됐다.

지난 16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변희수 하사 전역처분 취소소송 판결의 의미와 과제’를 주제로 변희수 하사의 사망 1주기를 맞아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주관한 것으로, 강민정·강병원·강은미·강훈식·권인숙·김병주·류호정·박주민·배진교·심상정·양이원영·용혜인·윤미향·이상민·이소영·이수진·이은주·장혜영·진선미·홍영표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했다.

앞서 변 하사는 지난 2020년 1월 육군본부가 변 하사의 남성 성기 제거를 이유로 강제 전역을 의결하자 2020년 2월 전역처분 취소를 위한 인사소청을 제기했다가 기각된 바 있다.

이후 대전지방법원은 2021년 10월 “성전환 수술을 통한 성별 전환이 허용되는 상황에서 수술 후에는 원고 성별을 여성으로 봐야 한다”며 남성을 기준으로 해 심신장애 여부를 판단한 군의 조치는 부당하다고 밝혔다. 이에 변 하사의 전역처분은 끝내 취소됐으나, 변 하사는 2021년 2월 이미 사망한 뒤였다.

일련의 사건들 가운데 육군본부는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행위의 개연성이 존재하니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조사기한인 3개월 후로 전역 결정을 연기하라”는 인권위의 권고를 무시하고 전역 조치를 강행했다.

당시 UN인권최고대표 사무소는 UN특별절차 서한을 통해 “성적 다양성을 병리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국제질병분류에 위배되며, 전역처분 결정은 원고의 일할 권리를 침해하고 성 정체성에 기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국제인권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 ▲변 하사의 전역을 결정한 이유와 ▲인권위의 권고를 무시한 이유 ▲트랜스젠더의 의료 서비스 접근권 보장을 위한 조치 여부 ▲남성 성기 제거를 심신장애로 분류한 근거 ▲군 내 성소수자 군인 보호 조치 내용 등을 60일 내 답변하라고 요구했으나, 대한민국이 응답하지 않아 서한 내용이 일반에 공개되기도 했다.

'변희수 하사 전역처분 취소소송 판결의 의미와 과제'를 주제로 국회토론회가 진행됐다. (사진/군인권센터)
'변희수 하사 전역처분 취소소송 판결의 의미와 과제'를 주제로 국회토론회가 진행됐다. (사진/군인권센터)

김보라미 법률사무소 디케 및 변희수 하사 전역처분취소소송 변호인단(이하 변호인단) 변호사는 상기 내용을 설명하며 “근 3년간 망인과 비슷하게 3급 이상의 심신장애 판정을 받아도 본인이 희망하지 않는 한 강제전역시킨 경우가 없고, 계속 복무를 희망하는 경우 복무가 가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망인에 대한 전역처분은 이례적인 처분으로 트랜스젠더 군인에 대한 차별적 조치임을 명확히 알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육군본부는 소송과정 중 '성전환자는 부대 내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성전환자는 다른 장병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성전환자는 다른 장병들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서술하는 등 성소수자 군인에 대한 차별적인 태도를 여과 없이 드러낸 바 있다. 전역처분 취소 결정 이후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은 변 하사의 명복을 빈다고 공표하기도 했지만, 육군본부는 이후 군 내 소수자 문제에 관한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에 박한희 희망을만드는법 및 변호인단 변호사는 “2020년 인권위에서 수행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정성별(외부 성기를 기준으로 국가가 지정한 성별) 남성인 트랜스젠더 259명 중 42.1%(109명)이 군복무를 마쳤거나 현재 군복무 중이라고 응답했다. 그럼에도 이렇게 엄연히 군에 존재하는 트랜스젠더에 대해 군 내에는 어떠한 지침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변 하사는 군에도 다양한 형태의 소수자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도 군의 구성원으로 존중받고 선택할 수 있다는 당연하지만 생소한 울림을 우리 사회에 전했다. 이제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를 허용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1차원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을 넘어 다양한 형태의 소수자들을 우리 군이 어떻게 마주하고 대할 것인지 섬세하고 구체적인 정책적·제도적 대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변 하사의 사망 시점을 둘러싼 논쟁이 여전하다. 변 하사는 2월 27일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경찰이 변 하사의 자택에 들어가 시신을 발견한 일자는 3월 3일이다. 따라서 당시 경찰 조사 완료 전 장례 등 행정 절차를 위해 사망확인서에는 사망 일자가 3월 3일로 기록됐고, 유가족은 해당 사망확인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문제는 변 하사의 만기전역일이 2월 28일이었다는 데서 불거졌다. 변 하사는 전역일 이전 군인 신분으로 사망했으니 순직 처리돼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지만, 육군 측은 3월 3일자를 기준으로 한 법원 판결문을 근거로 들며 이를 수용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 1월부터 변 하사 사망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에 착수해 관련 쟁점들을 조사하고 있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