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청년 성소수자 인권활동가 창구, 다양성을 향한 움직임
【인터뷰】 청년 성소수자 인권활동가 창구, 다양성을 향한 움직임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3.07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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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결혼 불가능한 현실 등 성소수자로서 겪어야 할 차별 체감하며 활동 시작
가족구성권, 차별금지법, HIV/AIDS 감염인 낙인 등 다양한 의제 관심으로 지속

동료들과 ‘다움’ 출범하고 성소수자 청년 당사자로서 성소수자 청년 위해 활동
성소수자 청년들이 당면한 현실에는 귀 닫는 정치권...다양한 청년 삶 조명해야
서울 광진구에서 최근 4년간의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 활동을 끝낸 창구를 만났다. (사진/한국뉴스투데이)
서울 광진구에서 최근 4년간의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 활동을 마친 청년 성소수자 활동가 창구를 만났다. (사진/한국뉴스투데이)

[한국뉴스투데이] MZ세대라는 단어가 유행을 탄 이후 MZ세대의 특징부터 MZ세대의 경제적·정치적 성향까지 MZ세대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의 대선후보들 역시 청년들의 삶에 대해, 청년들이 원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신이야말로 청년을 위한 후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사회적으로 논해지는 ‘요즘 청년들’이 얼마나 빈약한 상상력인지를 밝히려는 움직임도 있다. 당연하게도 청년이라는 집단에는 다양한 모습의 청년들이 존재할 것이다. 성소수자 당사자이자 청년 활동가로서 목소리를 내온 창구를 만났다. <편집자 주>

대학생이던 2019년 당시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의 의장을 맡았다. 의장 활동으로 성소수자 인권활동을 이어온 동료들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인권활동을 시작했다. (사진/창구 제공)
대학생이던 2019년 당시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의 의장을 맡았다. 의장 활동으로 성소수자 인권활동을 이어온 동료들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인권활동을 시작했다. (사진/창구 제공)

성소수자 대학생에서 성소수자 인권운동가가 되기까지

2017년 3월 창구는 대학 내 성소수자 동아리를 만들었다. 학교 안의 다른 성소수자들을 만나 함께 놀고 싶다는, 가볍고 즐거운 마음이었다. 창구는 언제나 자신의 정체성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다들 게이라고 소개하면 자기 정체성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았어요. 오래 걸리지도 않았어요. ‘나 남자 좋아하네?’그렇게 그냥 받아들였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그런데 동아리 활동을 이어가며 마음은 다소 무거워졌다. 한국에서 성소수자로서 살아가면 겪을 수밖에 없는 차별들이 하나둘 체감됐기 때문이다. “점점 우리가 즐겁기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결혼해서 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한국에서 동성혼은 사실상 불가능하더라고요. 그래서 동성혼 법제화나 가족구성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죠.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다루고 있는 문제들이 모두 제가 처한 현실이라는 걸 깨달으면서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더 많은 성소수자들과 함께 하기 위해 창구는 동아리 대표 자격으로 2018년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큐브(이하 큐브)에 가입했다. 전국 각지의 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대표들이 모인 큐브에서 창구는 다양한 성소수자 문제들을 접했다. 2019년 하반기 의장직을 맡으면서 활동가로서의 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의장으로 활동했던 창구는 큐브가 연대체로서 소속돼있던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네트워크, HIV/AIDS 인권활동가 네트워크 등에서 활동을 이어갔다. 

인권운동을 업으로 삼는다는 것에 대해서도 창구는 두려움을 가지지 않았다. “활동가가 되려면 만능이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프로젝트 기획, 의제에 대한 평가, 비전 그리기, 인력 배치, 회계까지 두루두루 도맡아야 한다고 해서요. 물론 공감도 하지만 저는 활동가의 범위를 좁게 보고 싶지는 않아요. 어떤 단체에 활동가로서 소속돼있고, 현장에 가있어야만 활동가라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후원을 하고, 집회나 시위에 참여하는 것도 전부 인권활동이라고 봐요. 그리고 활동이라는 것이 저 혼자만 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무엇이든 언제나 동료들과 함께 하는 거니까, 동료들이 든든해서 시작할 수 있었고 또 계속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결혼할 수 없다는 현실을 실감한 뒤 동성혼 법제화, 가족구성권 문제, 차별금지법 입법 등 다양한 의제로 활동을 이어왔다. (사진/한국뉴스투데이)
결혼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부터 성소수자 청년이 겪는 차별적 현실을 실감한 뒤 동성혼 법제화, 가족구성권 문제, 차별금지법 입법 등 다양한 의제로 활동을 이어왔다. (사진/한국뉴스투데이)

‘청년’ 성소수자로서 이야기하기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이하 다움)은 창구를 비롯한 청년 성소수자 활동가 6명이 모여 만든 단체다. “ILGA ASIA라는 큰 규모의 아시아 성소수자 행사가 있어요. 동료들과 한국 청년 성소수자 활동가 신분으로 참석했었는데, 다른 국가들을 보니 ‘youth’라는 단어가 참 많이 쓰이더라고요. 한국은 당시에 성소수자 청년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단체가 드문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청년 성소수자 당사자가 직면한 문제들을 이야기하는 단체를 만들어야겠다고 친구들과 결심하고 2020년 1월에 출범했어요.”

다움은 출범 이후 지난 2021년 8월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3904명의 응답을 내며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가운데 가장 많은 응답결과를 받았다. 지난달 3일에는 실태조사의 결과를 발표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국회 토론회도 진행됐다. “실태조사를 준비하면서 충분히 유의미한 수준으로 응답자가 모일까 하는 걱정이 있었어요. 2~30분 가량 소요되는 긴 설문이었거든요. 그런데 짧은 시간 내에 4000명 가까운 응답이 모이는 걸 보면서 청년 성소수자들에게 자신들의 사회적인 욕구를 표현할 길이 필요했다는 걸 많이 느꼈죠.”

해당 실태조사에서는 청년 성소수자들의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가 두드러졌다. 최근 1주간 우울 증상을 경험한 응답자는 49.8%로 절반 수준이었고, 최근 1년간 자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41.5%, 최근 1년간 실제로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경우 역시 8.2%에 달했다. 일반 청년 전반을 대상으로 실시됐던 조사에 비하면 약 6~15배 수준이었다.

지난달 26일 국회 앞에서 진행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집회에서 창구가 다움 대표로 청년들이 겪는 차별적 현실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창구 제공)
지난달 26일 국회 앞에서 진행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집회에서 창구가 다움 대표로 청년들이 겪는 차별적 현실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고 변희수 하사의 기일을 하루 앞둔 집회 당일 창구는 "다움 활동을 통해 저는 성소수자를 용인하지 않을 교육환경 때문에 선생님이라는 꿈을 접은 친구, 성정체성을 들켜 해고당한 친구, 학교에서 성정체성을 아웃팅 당하고 학교 폭력으로 우울증에 빠졌던 친구 등 이내 다 언급할 수 없는 차별들을 만났다"며 성소수자 청년들의 차별적 현실을 바꾸자고 촉구했다. (사진/창구 제공)

창구는 성소수자로서 겪게 되는 차별적인 현실이 정신건강 문제에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성소수자들은 항상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차별을 경험해요. 예를 들면 2020년 5월 이태원 발 집단감염 사건이 있었죠. 당시 각종 보수 언론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방문한 클럽이 게이클럽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더러운 게이들이 모여 놀다가 괜히 정상적인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식의 여론이 들끓었어요.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부에는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이 주변에 알려질 것을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감돌았고요. 사회 내에서 더럽고 비정상적인 집단으로 여겨진다는 사실, 정체성을 숨겨야 한다는 두려움이 일상이 된다면 누구라도 건강하기 어렵겠죠.”

나아가 창구는 최근 정치권에서 호명하는 ‘청년’에서도 청년 당사자의 목소리가 부족하고, 특히 성소수자 청년의 목소리가 가려져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저는 보수 정치에서 이야기하는 청년이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청년과 같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들이 말하는 청년들은 너무 한정되어 있어요. 그 밖에 있는 청년들이 훨씬 더 많은데 그런 목소리는 전혀 듣지 않는다는 느낌. 특히 성소수자 청년의 경우에는 청년으로서 당면하는 문제들뿐만 아니라 성소수자로서 겪는 구조적인 차별까지 겪게 되는데, 이런 문제에 대해서 과연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창구는 4년간 이어온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을 마치고, 다움의 운영위원으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다움이 실시한 실태조사는 사실 다움이 앞으로 해나갈 프로젝트들의 정초작업으로서의 의미도 커요. 한국에서 살아가는 청년 성소수자들이 겪는 현실이 무엇이고, 또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그 다음 사업들을 할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계속 청년 성소수자로서, 우리들이 겪은 현실을 바꿔내기 위해 일할 계획입니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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