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프랜차이즈 업계, 가격‧영업부담‧위생관리 우려
환경부 ‘탈플라스틱’ 취지, 현실성 없는 탁상행정 지적
[한국뉴스투데이] 친환경 이슈에서 빠지지 않는 ‘일회용컵’ 논란이 올해 들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오는 6월 10일부터 도입되는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그 불씨를 제공했다. 정부가 일회용품 사용 절감을 위해 도입한 제도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한 배달음식 일회용품에는 별다른 규제나 정책이 없는 상황에서 매번 카페업계만 두들겨 맞는다는 비난이 거세다.
◆커피 한잔 보증금 300원 지불, 일회용컵 반납 시 환불
오는 6월 10일부터 카페 프랜차이즈 업체 등에서 일회용컵을 반납하면 보증금 3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관련 세부사항을 담은 고시를 행정 예고했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적용되는 업체는 스타벅스코리아, 버거킹, 파리바게뜨 등 커피와 음료, 제과·제빵, 패스트푸드 업종의 79개 사업자, 105개 브랜드다.
매장 수가 1백 개 이상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대형 업체 위주인데, 잘 알려진 프랜차이즈는 대부분 해당한다.
일회용컵에는 보증금 반환 여부를 식별할 수 있도록 바코드가 포함되고, 재질은 페트와 종이로 구분해 표면에는 인쇄하지 않거나 최소화해서 쉽게 재활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타 브랜드의 컵도 반납 후 보증금 지급이 가능토록 해 정부는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페 프랜차이즈 업계, 가격‧영업부담‧위생관리 우려
카페업계는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도입으로 컵 표준화에 따른 브랜드별 용량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기 어렵고, 반환시스템을 두고 소비자와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가 관련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 이번 제도 도입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시행한 결과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87.2%로 압도적이었다.
이들이 우려하는 가장 큰 문제는 환경부가 제도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컵 표준 규격 지정’이다. 빽다방, 메가커피, 더벤티, 메머드커피, 컴포즈커피 등 이른바 ‘저가 커피’로 성공한 프랜차이즈들은 브랜드 정체성 및 핵심 차별화 전략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
일회용컵의 크기를 업계 평균치로 표준화하고, 표면에 브랜드 로고나 디자인을 입힐 수 없다는 것은 소비자에게 광고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을 포기하는 셈이다.
반환 시스템 운영에 따른 비용부담도 예상된다. 고객이 컵을 씻지 않고 반납할 경우, 매장에서 세척을 해야 하는데 노동력 부담으로 이어져 인건비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다.
물론, 시행안 세부 항목을 보면 고객이 반납한 컵이 세척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정도의 이물질이 묻어 있다면 점주는 컵 회수를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고객과 빚어질 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거부할 곳이 얼마냐 되겠냐는 것이다.
위생 문제도 있다. 매장으로 반납된 컵을 업체에서 빠르게 회수하지 않을 경우, 매장 내 악취가 발생해 내점 고객과 직원들의 불만이 생길 수 있다.
현장의 이런 우려가 그저 기우로만 보이지 않는 것은 정부가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시도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2003년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이 자발적 협약을 통해 소비자가 음료 구매 시 일회용컵에 일정 금액을 부담하게 하고 반납 시 환급해주도록 했다. 그러나 소비자 참여가 저조하자 2008년 폐지됐다.
◆환경부 ‘탈플라스틱’ 주장, 현실성 없는 탁상행정 지적
환경부는 이번 정책의 목적이 일회용컵 회수와 재활용을 통한 탈플라스틱 정책이라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환경부 정책담당관은 “우선 현재 5~6%대인 일회용컵 회수율이 50%대 이상 높아지고 회수된 종이컵은 화장지로, 플라스틱컵은 페트로 통일하여 다시 컵이나 재활용 섬유로 의류와 가방, 신발 등으로 재활용된다”며 “기존에 일회용컵을 재활용하지 않고 소각했을 때와 비교해서 온실가스를 66% 이상 줄일 수 있고, 연간 450억 원 이상의 편익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에 관련 학계 및 업계에서는 소비자의 불편함과 비용부담을 통해 일회용컵 사용량만을 줄이는 것은 근본적인 환경오염 대책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탈플라스틱을 위해서는 일회용컵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로 급증한 배달 서비스에 대한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배달 서비스는 일회용품 사각지대로 꼽힌다.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 자료를 보면 2021년 음식배달 서비스 거래액이 25조7천억 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9.7조 원) 대비 2.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배달 서비스의 증가 추세로 볼 때 플라스틱 용기 사용량도 급증한 것이 분명하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은 국내 배달음식 중 주문횟수가 많은 상위 10개 메뉴를 3대 음식 배달앱을 이용해서 각각 2인분씩 주문한 후에, 배달된 30종의 음식에 제공된 플라스틱 양을 측정했다.
그 결과 배달음식 2인분 기준으로 제공된 플라스틱 양은 평균 18.3개, 중량으로 147.7g이었다. 배달음식 이용자가 일주일에 평균 2.8회 주문한다는 기존 자료를 반영하면, 배달음식 이용자 1인 기준으로 연간 약 1,342개, 10.8kg의 플라스틱을 사용한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나라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88kg)의 약 12%에 해당한다.
이번 배달음식의 플라스틱 용기 사용실태 조사 결과 배달 용기에 사용된 플라스틱은 중량 기준으로 보면 PP가 60.7%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비닐류가 13.1%, PS가 8.8%, 페트 시트류 6.2%, 페트병 3.3%의 순이었다. 이외에도 두 가지 이상 재질이 겹쳐 있거나 복합 재질인 OTHER와 컵라면 용기, 일회용 접시 등에 사용되는 PSP 등이 있었다.
재활용 자원으로 분류되는 재질은 PP, PE, 페트병으로, 이번 조사 대상 배달 용기 중에 해당 재질의 용기는 중량 기준으로 64.2% 수준이었다. 그런데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의 용기여도 일부는 선별시설에도 재활용 자원으로 분류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온도가 높거나 쏟아지기 쉬운 음식을 비닐로 밀봉한 실링 용기는 비닐이 완전히 분리 제거되지 않으면 재활용 자원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전체 플라스틱 양 중 실링 용기는 중량 기준으로 11% 수준이었고, 비닐을 제외하고는 모두 PP 재질이었다.
배달음식 용기 뚜껑에 부착된 홍보스티커가 제거되지 않는 경우 재활용 가능한 재질의 용기여도 선별시설에서 재활용 자원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스티커가 부착된 용기는 조사대상 배달용기의 플라스틱 양 중 3.9% 수준이었다.
또한 반찬이나 소스를 담는 데 사용되는 소형 용기는 선별시설에서 매립·소각되는데, 소형 용기는 중량 기준으로 전체의 15.0% 수준이었다.
한국소비자원에서는 환경부에 재활용되지 않는 재질을 제한하고 용기 표준화 방안을 마련하도록 요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