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커스】 ‘여가부 폐지’ 20대 남녀 갈등 격전지
【위클리포커스】 ‘여가부 폐지’ 20대 남녀 갈등 격전지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3.19 2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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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 여가부 폐지 의지 재차 드러내
반면 개편·확대·명칭변경 등 향후 방향 미지수
젠더갈등 격화...구조적 성차별 문제 두고 논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지난 2월 유세를 위해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지난 2월 유세를 위해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국민의힘의 대선 승리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여성 차별, 남성 역차별 등의 문제를 두고 젠더 갈등이 들썩이는 모양새다.

여성가족부 폐지될까...정치계서 갑론을박 이어져

20대 대통령 선거 당일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20대 남녀의 윤석열 지지율은 확연하게 갈렸다. 20대 남성 중 58.7%는 윤 후보에 투표했지만, 20대 여성은 33.8%에 그쳤다. 반면 이재명 후보에 투표한 20대 남성은 36.3%, 20대 여성은 58% 수준이었다. 이렇듯 상반된 투표 결과는 국민의힘 측에서 이준석 당대표 중심의 여가부 폐지론을 선거 전략으로 앞세웠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이었던 지난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짧은 게시물을 올렸다. 이후 여가부 폐지는 10대 공약집에 청년을 위한 정책으로 포함되는 등 국민의힘 캠프의 주요 공약으로 자리 잡았다. 당선 이후에도 윤 당선인은 이제 여가부는 부처의 역사적 소명을 다하지 않았느냐더 효과적으로 불공정과 인권침해, 권리구제를 위해 효과적인 정부 조직을 구상해야 한다고 재차 폐지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여가부 폐지 이후의 구체적 대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고려할 때 여성들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 등으로 국민의힘 당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12일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여가부 폐지라는 공약을 다시 들여다보라차별·혐오·배제로 젠더 차이를 가를 게 아니라 함께 헤쳐나갈 길을 제시하는 게 옳은 정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과반 의석을 가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협조 여부도 미지수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강경하게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기도 했으나, 민주당 전반에서는 개편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두는 분위기다. 채이배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은 여성 정책 기능을 유지하는 한에서 부처의 이름이나 조직을 개편하는 유연성은 가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각종 논박이 이어지자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4“(여가부 폐지) 공약 폐기는 아니고 몇 가지 가능한 정책적 방향들에 대해 보고를 드리고, 그중에서 당선자께서 선택하시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한다며 공약의 방향이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앞서 안 위원장은 대선후보 사퇴 전 국민의당 대선 공약집을 통해 여성가족부를 양성평등부로 개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젠더갈등의 핵으로 자리 잡은 여가부 폐지론

문제는 여가부 폐지론이 자리를 잡아온 이유에 있다. 현대에는 구조적인 여성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여성가족부가 여성에 대한 근거 없는 혜택을 제공해, 오히려 남성이 부당한 처지에 놓이고 있다는 것이 여가부 폐지론의 주된 주장이다. 때문에 여가부 폐지론은 행정적인 존폐 문제를 넘어서서 여성 차별은 존재하는가와 같은 젠더 갈등의 핵으로 부상했다.

다만 젠더 갈등만이 여가부 폐지론 부상의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내 연달아 발생한 안희정·박원순·오거돈 등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 여가부의 대응에 대한 실망도 한 몫을 했다. 이정옥 당시 여가부 장관이 민주당 성폭력 사건으로 치러진 재보선에 대해 전 국민의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집단 학습기회라고 말하는 등 여가부가 사실상 여성 문제에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김잔디(가명)씨는 대단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여가부가 굳건히 존재했던 지난 5년의 더불어민주당 정권에서 벌어졌던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라며 여가부 폐지에 찬성하기도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6회 전국여성대회에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6회 전국여성대회에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폐지 반대론도 거세...갈등 이어질듯

여가부 폐지론은 과거에도 있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단계에서 여가부를 통폐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과 시민단체 반발에 의해 결국 여성가족부에서 여성부로 이름을 바꿔 축소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때 이명박 정부는 아동·청소년 및 가족 관련 업무를 보건복지부로 넘겼지만 업무량 불균형 등으로 인해 2010년 다시 여성부로 이관됐다. 그러면서 명칭 역시 다시 여성가족부로 바꿔 이명박 정부의 여가부 폐지 공약은 사실상 무산됐다.

조희연 교육감은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가부 폐지론이) 여성부를 설치했던 문제의식, 역대 정부가 여성할당제를 적용했던 취지까지 부정하는 논쟁이라면 진지한 목소리를 낼 의무가 있다서울시교육감으로서 우리 여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한 뒤 겪는 차별과 혐오가 없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다지난해 기준으로 상장법인의 여성 임원의 비율이 5.7%에 불과한데 과연 여성의 능력이 더 부족하기 때문일까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1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장필화 이화여대 명예교수, 장하진 전 여가부 장관,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홍찬숙 한국여성연구소장 등 8709여 명이 참여한 선언문에서 성평등정책 강화를 요구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지금 우리는 성평등은 물론 민주주의와 다양성 존중 등 우리 사회가 힘겹게 이룩하고 지켜낸 가치들이 훼손될 위기에 처했음을 목격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시민모임은 대한민국의 성평등 수준은 우리의 국력과 국격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라며 지금은 우리 사회를 위해 더 강화된 성평등 정책을 추진해야 할 시점이지 후퇴할 상황이 아니다. 성평등 정책을 전담할 정부 부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한국의 성평등 수준을 두고 상반된 입장이 충돌 중인 만큼 여가부 폐지 논란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호주제 폐지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 한부모가족지원법 개정으로 청소년 한부모 지원 강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 등의 입법을 진행해왔다. 2021년 여성가족부의 예산 가운데 59.8%는 한부모 가족 지원이나 아이돌봄 서비스 등 가족 정책에 사용됐다. 이어 청소년 정책에 19.5%, 성폭력 피해자 지원 등에 10%, 여성 정책에 사용된 예산은 7.9% 수준이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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