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 못 버린 키움‧강정호, 잘못된 선택
미련 못 버린 키움‧강정호, 잘못된 선택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2.03.20 0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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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파문’ 강정호와 계약한 키움, 선 넘었다
KBO‧키움‧강정호, ‘이러다 다 죽어’ 팬들 한숨

[한국뉴스투데이] 키움 히어로즈가 국내 프로야구에 강정호 복귀를 추진한다. 과거 세 차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선수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다”며 정식 계약을 맺었다. 상식 밖의 결정에 야구팬뿐만 아니라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2016년 세 차례 음주운전으로 프로야구계에서 쫓겨난 강정호가 키움 히어로즈와 계약하며 복귀할 예정이다. 사진은 강정호가 2020년 6월 기자회견을 열고 2016년 저지른 범죄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016년 세 차례 음주운전으로 프로야구계에서 쫓겨난 강정호가 키움 히어로즈와 계약하며 복귀할 예정이다. 사진은 강정호가 2020년 6월 기자회견을 열고 2016년 저지른 범죄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음주 파문’ 강정호와 계약한 키움, 선 넘었다
2016년 강정호는 혈중알코올농도 0.084% 상태로 운전하다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달아났다. 앞서 두 번의 음주운전 전력도 드러나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빼어난 기량을 가졌음에도 분명한 범죄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국내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도 강정호는 쫓겨났다.

강정호는 2020년 뻔뻔하게 국내 프로야구 복귀를 추진했다. 4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 걸까, 기자회견을 열고 음주운전 사고에 대해 공개 사과를 했다. 당연하게도 거센 비난 여론이 일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상벌위원회를 열고 1년 유기 실격과 봉사 시간 300시간 징계를 내렸다. 복귀 여건이 마음에 들지 않은 강정호는 2020년 6월 29일 공식적으로 복귀 의사를 철회했다.

그런 강정호에게 키움 히어로즈가 손을 내밀었다.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18일 KBO에 강정호에 대한 임의해지 복귀 승인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미 강정호와 2022시즌 계약을 체결한 뒤였고, 최저 연봉에 대한 합의도 마친 상태였다.

고형욱 키움 히어로즈 단장은 “구단이 힘들 때 중심을 잘 잡아줬고, 미국 야구에 대한 도전 기회를 열어준 선수라고 생각한다”며 “선배 야구인으로서 강정호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키움 히어로즈와 전격 계약했지만, 강정호가 올 시즌 곧바로 뛸 수 있는 건 아니다. 앞서 KBO의 징계 규정에 따라 강정호는 내년 시즌부터 정상적으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

◆KBO‧키움‧강정호, ‘이러다 다 죽어’ 팬들 한숨
키움 히어로즈의 상식 밖 결정에 팬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최근 시즌마다 논란을 일으키던 구단의 행보 때문에 ‘키움이 키움했다’는 비아냥도 일고 있다.

그도 그럴 게 키움 히어로즈는 강정호 외에도 음주운전, 방역수칙 위반, 학교 폭력 등 선수들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최근 2년 사이 구단 수뇌부가 완전히 교체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팬들이 키움 히어로즈에 기회를 줬던 것은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강정호 사태 이후 키움은 음주운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 8월 11일에는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송우현을 곧바로 방출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9월에는 윤리강령을 선포하며 모범구단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키움 히어로즈는 구단의 미래, 나아가 한국 프로야구 전체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겨울 2014년 1월 음주운전이 적발됐던 강민국을 영입했고, 이번에는 음주운전 3회 적발로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강정호의 손을 잡았다.

고형욱 단장은 미국에 있는 강정호에게 세 차례나 전화해 영입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구단 이미지 훼손을 감수하면서까지 강정호를 복귀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셈이다.

이런 정성에 시즌 개막 전 이미지 쇄신을 위해 노력하던 국내 프로야구 전반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계는 지난해 방역수칙 위반, 허위 진술, 올림픽 실패 등 프로야구의 높아진 위상에 비해 구성원의 프로 의식과 윤리 의식은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실제 입장객 수와 관심도가 크게 떨어졌고, 이번 시즌 푸이그, 김광현 등 대어급 선수들을 리그에 끌어들이며 반등을 노렸다.

그러나 사고를 친 선수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기 위한 키움 히어로즈의 무리수에 국내 프로야구는 또다시 위기에 몰렸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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