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직장 내 성희롱에 피해자만 억울한 사연
삼성전자, 직장 내 성희롱에 피해자만 억울한 사연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2.03.22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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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서 성희롱 피해를 당한 직원이 억울함을 호소해 논란이다. (사진/뉴시스)
삼성전자에서 성희롱 피해를 당한 직원이 억울함을 호소해 논란이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삼성전자에서 성희롱과 언어 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자가 회사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 가운데 피해자 보호나 가해자 징계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16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삼성전자에 근무 중인 한 직원의 사연이 올라왔다. 자신을 30대 초반의 미혼 여성이라고 소개한 직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40대 초반의 관리자급 남성 직원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가해자는 자녀가 2명있는 기혼남이다.

해당 글에 따르면 문제의 시작은 지난 10월 29일이다. 이날 가해자는 할말이 있다며 피해자를 불러내 저녁을 먹자고 했다. 직장 상사가 저녁을 먹자는 말에 피해자는 업무 이야기인줄 알고 나갔지만 밥만 먹고 헤어졌다.

이어 2일 뒤 가해자는 카카오톡을 보내 '네가 웃으면 나는 좋아'·'너 참 예쁘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는가 하면 개인 면담시간에도 업무 이야기가 아닌 ‘니가 좋다’고 고백을 했다.

이후에도 카톡으로 기프티콘을 보내고 ‘등산가서 힐링하고 오라“며 추파를 던졌고 피해자의 핸드폰을 달라고 한 뒤 인스타그램을 확인하기도 했다. 직장 상사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피해자에게 가해자는 인스타그램에 있는 증명사진을 달라는 등 이해하지 못할 요구를 했다.

또 가해자는 피해자와 출퇴근 시간이 겹치는 특정 남자 직원과 피해자를 연인 사이라고 오해하고 질투까지 했다. 가해자는 ’니가 특정 남자 직원을 보는 눈빛과 나를 보는 눈빛이 다르다‘, ’특정 남자직원 때문에 나를 밀어내는거냐‘며 피해자를 추궁했다.

피해자 추궁 외에도 가해자는 다른 소파트원에게 피해자를 ’XX 저 걸레같은 X이 시집 잘 가고 싶어서 조직도에서 남자만 보고 있다‘, ’결혼하려면 저런 여자랑은 하면 안된다‘며 비방했다.

특히, 결정적 사건은 가해자가 ’오늘 꼭 너랑 퇴근 후 저녁을 먹어야겠다‘면서 선약이 있다는 피해자의 약속을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퇴근 후에도 전화를 걸어 밥을 먹자고 압박했다. 피해자가 거절하자 가해자는 업무용 회사 메신저 단톡방과 업무용 회사 카톡 단톡방에서 나갔고 다음 날 출근을 하지 않았다.

이후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업무보고를 했으나 담당자를 변경했다는 메일 통보를 받았다. 피해자는 이를 저녁 식사 자리를 거절했기 때문에 벌어진 보복성 조치라고 생각하고 가해자에게 묻자 가해자는 또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제안했다.

저녁 자리에서 가해자는 ’너한테 나는 어떤 존재냐‘, ’너에게 주려고 산 선물을 화가 나서 강에 던져버렸다‘는 등 추근거리는 언행을 이어갔다. 식사 자리가 끝나고 가해자는 피해자 집에서 맥주를 한잔하자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피해자가 거부 표시를 하고 이후 카톡 메시지와 전화를 받지 않자 가해자는 발신자표시제한으로 전화를 거는가 하면 시간을 가리지 않고 전화와 카카오톡을 수십 차례 보냈다. 피해자는 이런 가해자가 무서워서 사촌언니 집에서 한동안 지낼 수 밖에 없었다.

이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피해자는 지난 1월 24일 삼성전자 사내 라이프코칭센터와 상담한 뒤 인사과에서 자신이 겪은 일을 모두 말했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는 억울함을 호소했고 함께 일하는 파트원들에게 피해자가 헛소문을 퍼트리고 다닌다며 2차 가해를 퍼부었다.

피해자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은 인사과의 조치다. 피해자는 인사과가 증거가 없고 가해자가 사실을 부정한다는 이유로 확인불가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징계 결과는 가해자와 파트장에게만 통보하고 피해자에게는 개인정보의 이유로 알려주지 못한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가해자와 파트장은 받은 징계가 없다고 이야기한다며 인사과의 답변을 믿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피해자는 "12년간 이 회사에서 받은 교육과 달랐다. 수치심을 느끼고 힘들면 성희롱이라고, 참으면 안 된다고 마르고 닳도록 교육하던 회사가 아니었다"며 "선을 넘는 말들을 들었을 때 왜 피했는지, 매일 봐야 하는 껄끄러움을 걱정하느라 화도 내지 못했는지 자신만 탓하게 된다”고 글을 마무리지었다. 

이에 블라인드에서는 카카오톡 대화 내역이 있음에도 확인 불가로 처리한 인사과를 이해할 수 없다는 댓글이 올라왔다. 또, 사내 문제에 대해 사건을 축소화하거나 덮고 은폐하는 등 조직 문화를 비난하는 댓글도 달렸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사과에서 조사 중”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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