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커스】 이준석 전장연 출근길 시위 비판...정치권 대신 사과
【위클리포커스】 이준석 전장연 출근길 시위 비판...정치권 대신 사과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4.0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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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약자법 개정에도 이동권 보장 미흡...전장연 출근길 시위
이준석 “서울시민을 볼모로 무리한 요구...잘못된 인식 버려야”
“이동권 등 장애인권 문제는 정치권 책임”...대신한 사과 잇따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시민을 볼모삼아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아집을 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등 전장연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 대해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비판하면서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를 대신한 사과가 잇따랐다.

교통약자법 개정에도 미흡한 이동권 보장...전장연 출근길 시위

전장연이 시위를 벌이는 배경에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의 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이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교통약자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해당 개정안에는 저상버스 도입의 전국 이행률이 30%에 못 미치는 등 미흡한 실태 등을 고려해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역 간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 등)의 환승·연계가 이뤄지지 않아 교통약자의 장거리 이동 지원이 어려운 상황을 위해 광역이동지원센터 운영 비용을 국비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개정안으로 이동권 문제에 관련해 국가 차원의 예산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가 일부 마련됐으나 특별교통수단 관련 예산 지원에 관해 원안에 담겨있던 ‘지원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은 ‘지원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예산 지원은 오롯이 기획재정부의 재량에 맡겨졌으나 당시 기획재정부는 각 담당 부처와 논의하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구체적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고병권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은 한겨레의 논평을 통해 “지원할 수 있다는 규정은 지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규정임을 기획재정부가 일깨워줬다. 예산을 아끼려는 마음이 차별에 대한 무지와 결합하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 기본권에 대한 심각한 박탈인 이동권 문제를 예산에 여유가 있을 때 제공하는 서비스 같은 걸로 생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개정안에도 불구하고 이동권 문제가 제자리걸음을 하자 전장연은 지난 2월 4일부터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국비 지원 ▲장애인평생교육시설 국비 지원 ▲2023년 탈시설예산 확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보장 등 장애인권리예산 확충을 요구하며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출근길 지하철에 탑승하는 방식의 시위를 이어갔다. 

다만 전장연은 “우리는 장애인들의 이동권, 교육권, 탈시설 권리를 21년 동안 외쳤고, 대한민국 법률상 권리로 명시됐음에도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은 것은 사회적 책임의 문제다. 그 책임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대통령 후보들이 TV토론에서 약속한다면 출근길 시위를 멈추겠다”고 공언했다.

전장연 공언 이후 2월 21일 심상정 당시 정의당 대선후보는 마무리 1분 발언에서 “(전장연의 시위와 시민들의 불편 등)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책임은 시위하는 장애인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 10위 경제 선진국임에도 장애인들에게 이동권조차 보장하지 못한 정치권에 있다. 대선후보로서 매우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3월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중증장애인 관련 수당 약속과 함께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약속하자 전장연은 출근길 시위를 중단했다.

전장연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장애인권리예산 요구안을 전달한 뒤 구체적인 응답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인수위는 지난 23일 “장애인 차별 철폐는 당연한 과제”라며 인수위에서 중점 과제로 다루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장연은 “그 어떤 정부도 21년 동안 장애인 권리 보장이 중점 과제가 아니라고 대놓고 부정하지는 않았다. 예산 반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기획재정부를 통한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밝혀달라”며 24일 출근길 시위를 재개했다. 다만 인수위가 면담을 통해 요구안 추진을 약속하자 출근길 시위를 중단하고, 대신 답변 요구 시한인 오는 20일까지 삭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5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장애인의 일상적인 생활을 위한 이동권 투쟁이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사진/이준석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 25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장애인의 일상적인 생활을 위한 이동권 투쟁이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사진/이준석 페이스북 갈무리)

이준석 “전장연, 시민 볼모로 무리한 요구”

출근길 시위가 이어지던 지난 25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는 안전요원등을 적극 투입해 정시성이 생명인 서울지하철의 수백만 승객이 특정단체의 인질이 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장애인의 일상적인 생활을 위한 이동권 투쟁이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표는 일주일간 21개 게시물에서 “전장연은 독선을 버려야 하고 자신들이 제시하는 대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서울시민을 볼모삼아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아집을 버려야 한다”, “불법적인 수단과 불특정 다수의 일반시민의 불편을 야기해서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잘못된 의식은 버리시라”고 말하는 등 전장연의 시위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이 대표의 주장에는 정치권의 거듭된 장애 인권 보장 약속에도 미흡한 공약 이행률 등 20여년 간 이어져 온 이동권 운동의 맥락은 포함되지 않았다. 또, 장애인 이동권 실태에 대한 책임은 사실상 전 정권인 더불어민주당 측에 있는데 이미 이동권 관련 약속을 한 국민의힘에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6차례 진행된 출근길 시위 가운데 거의 대부분인 22차례는 대선 전에 이뤄졌고, 전장연의 이동권 시위는 지난 2001년 오이도역 장애인 지하철리프트 추락참사 이후 21년째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국민의힘에만 요구를 하고 있다는 이 대표의 주장은 말그대로 주장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동권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는 국민의힘에 대한 이 대표의 분석에도 반론의 여지가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이동권 관련 공약은 저상버스 시외·고속·광역 버스로 확대 운행과 특별교통수단 대기시간 감축, 택시호출서비스 앱 이용 등에 제한돼,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 및 비용 문제, 시내버스의 저상버스 도입 계획, 특별교통수단의 광역이동 문제 해결 등 장애인 이동권의 핵심적인 의제들은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출근길 시위 현장에 찾은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발언에 관련해 무릎을 꿇고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출근길 시위 현장에 찾은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발언에 관련해 무릎을 꿇고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준석 대신 이어진 정치권 사과...전장연엔 후원 잇따라

지난 28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안내견과 함께 전장연의 출근길 시위 현장에 찾아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김 의원은 “정치가 해결해야 할 갈등을 시민들에게 떠넘겼다”며 “적절한 단어 사용이나 소통을 통해서 여러분과 마음을 나누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 정치권을 대신해서 대표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29일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이 대표의 발언으로 상처받은 장애인들에게 같은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대신 사과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헌법이 정한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 정부와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오히려 차별받는 장애인에게 뒤집어 씌웠다. 해결할 생각은 안 하고 시민과 장애인이 싸우도록 하는 건 정말 잘못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척수장애인 당사자인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곧 집권여당이 될 공당의 대표가 장애인 단체의 이동권 보장 요구에 인질, 볼모, 부조리라고 말하며 정치권이 장애인을 볼모로 이용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며 “이렇게 이견 있는 문제에 대해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고 기본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틀어막는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할까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면서 수없이 좌절하고, 현실에 부딪히면서 느꼈던 것은 바로 법과 제도가 제대로 안 되어 있으면 뗏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라며 “전장연의 ‘그때그때 달라요’의 시위 태도도 문제지만 폄훼, 조롱도 정치의 성숙한 모습은 아니”라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나 의원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나라가 선진국이라 하겠는가”라며 “예산편성해서이동권 보장하겠다는 기계적 답변보다 더 적극적이고 진정성있는 답변과 실천이 필요하다. 노령인구가 늘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동권 보장 등은)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의 사과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이 대표는 “사과할 일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전장연 측에서 100분 토론을 제안하자 “1대1로, 시간은 무제한으로 하자”며 더불어 김어준 방송인을 토론 진행자로 ▲이준석은 장애인을 혐오하는가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토론 ▲서울지하철 출근길 투쟁은 적절했는가를 주제로 토론하자는 조건을 달았다.

한편, 이 대표의 발언 이후 일부 시민들은 전장연을 후원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SNS에서 서울교통공사의 공지를 인용하며 후원을 인증하거나 ‘#전장연후원’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 게시하는 등 후원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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